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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도덕성 상실한 이완구 총리, 국민 신뢰 잃었다

‘성완종 리스트’를 둘러싼 이완구 국무총리의 처신은 국민들에게 실망을 넘어 자괴감을 안겨주고 있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3000만원을 받았다는 일부 보도에 대해 이 총리는 ‘목숨’ 운운하며 결백을 주장했으나 연일 터져나오는 의혹에는 거짓 해명과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상식 이하의 변명만 늘어놓는 느낌이다. 그의 해명을 듣고 있자면 과연 대통령을 보좌하고 내각을 통할하는 정부 2인자로서 최소한의 도덕성과 자질을 갖췄는지 의심스러울 따름이다.



 사건 초기 “성 전 회장과 친밀한 관계가 아니었다”며 거리를 뒀던 이 총리는 2013년 8월부터 지난달까지 23차례나 만난 사실이 드러나자 “(당시) 제가 원내대표라 밥도 먹고 의원회관에 찾아왔다. 한 달에 한두 번꼴은 많은 게 아니다”고 궤변을 늘어놓았다. “2012년 대선엔 관여한 적이 없다”더니 박근혜 후보 지지를 호소하는 천안 유세 동영상이 공개되자 “정확한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말을 바꿨다. 어제 국회 답변에선 “동료 의원들에게도 ‘(성 전 회장을) 조심하는 게 좋겠다’고 조언했다. 대단히 복잡한 수사, 광범위한 수사가 될 것”이라며 수사 과정을 잘 알고 있다는 투의 발언을 해 의원들의 반발을 샀다.



 총리라는 위상에 걸맞지 않은 억지 주장과 위기 모면에만 급급한 모습은 그렇지 않아도 ‘성완종 리스트’로 충격받은 국민들의 가슴에 허탈감과 실망감을 더하고 있다. 오죽하면 새누리당에서조차 총리직 사퇴를 공공연히 들고나오는 지경에 이르렀겠는가.



 꼬리를 무는 사퇴 압박에 이 총리는 어제 “메모나 일방적 주장으로 거취를 결정할 수 없다”고 맞섰다. 그의 말은 반(半)만 옳다. 그가 정말로 3000만원을 받았는지는 검찰 수사를 통해 가려질 일이고, 법치주의 국가에서 무죄 추정의 원칙은 지켜져야 할 가치임엔 틀림없다. 하지만 법리를 떠나 이 총리는 이미 국민의 지지와 신뢰를 잃었다는 점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실체적 진실과는 별개로 지금까지 자신이 보여온 처신과 태도만으로 총리로서의 품격과 도덕성에 심대한 흠결을 남겼다는 걸 간과해선 안 된다.



 이런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은 12일간의 남미 순방에 앞서 어제 “이 문제는 정치개혁 차원에서 반드시 바로 잡고 넘어가야 한다. 부정부패에 책임 있는 사람은 누구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들끓고 있는 민심과는 큰 온도차를 느끼게 하는 발언이며, ‘8인 리스트’ 파문의 본질을 비껴가는 듯한 안이한 인식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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