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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시민이다] '돈 되는' 치료는 사양 … 우리들이 만든 치과니까요

고재환
서울 노원구 상계2동 지하철 4호선 노원역 인근에는 이상한 치과병원이 있다. ‘함께걸음마을치과의원’. 치아교정 등 흔히 말하는 ‘돈 되는’ 치료는 가능한 지양하는 곳이다. 다른 치과에서 “치아 아홉 개를 뽑아야 한다”고 해도 이곳에선 “두 개만 치료하고 지켜보자”고 말한다.



서울 상계동 1200명 조합 병원

 이 치과병원은 지난해 9월 문을 열었다. 제각각인 치료비와 과잉 진료에 지친 지역 주민들이 ‘함께걸음의료복지 사회적협동조합(함께걸음)’을 통해 출자금을 모아 세웠다. 함께걸음 이사장을 맡고 있는 고재환(48) 변호사와 가정주부·수퍼마켓 주인·회사원 등 평범한 시민 1200여 명이 병원의 주인이다. 조합에 가입한 시민과 그 가족들이 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으면 진료비의 10%를 할인받을 수 있다. 이 병원에서 임플란트 치료를 받고 있는 신기년(58)씨는 “다른 병원과 비교해 의사의 실력이 절대 떨어지지 않는다”며 “상담도 충분히 해주고 솔직하게 치료의 장·단점을 설명해줘 믿을 수 있다”고 말했다.



  2013년부터 함께걸음 이사장을 맡고있는 고 변호사는 “병원 개원을 추진할 때는 잘 되리란 보장도 없고 반신반의 했었는데 시민들이 힘을 합치니 일이 이뤄지더라”고 말했다. 실제로 병원 설립은 쉽지 않았다. 당시 500~600명이던 조합원들의 출자금으로는 부족했다. 3억원 가량이 추가로 필요했다.



 고 변호사와 조합원들은 시민들을 설득하기 위해 길거리에 나섰다. ‘주민 1000명이 직접 만드는 마을치과. 함께 해요’라고 적힌 현수막을 내걸고 전단지도 돌렸다. 이들의 취지에 공감한 시민들이 합류하면서 조합원이 1200명을 돌파했고 병원은 성공적으로 개원했다. 고 변호사는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내원환자 수가 월 평균 300명이고, 목표로 삼았던 월 매출 4000만원도 넘어섰다”고 말했다.



  비정규직 등 사회적 약자를 주로 변호하던 고 변호사는 2008년 조합원으로 가입해 함께걸음과 인연을 맺었다. 당시 함께걸음 사무국에서 상근직원으로 일하던 친구가 가입을 권유했다. 고 변호사는 “신뢰할 수 있는 의료기관을 시민들과 함께 만들자는 취지에 공감했다”며 “우리나라 건강보험 체계가 잘 돼 있다고 하지만 서민들에겐 여전히 의료비 부담이 큰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민들과 ‘함께걸음 한의원’을 개원하고, 방문 요양이 필요한 지역 노인을 돌보는 ‘함께걸음 요양센터’도 세웠다.



 “‘함께걸음’이란 말처럼 시민들이 힘을 합쳐 같은 방향을 향해 나아간다면 못할 일이 뭐가 있겠습니까.” 고 변호사의 말에 힘이 넘쳤다.



채승기 기자 ch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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