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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추억] 나치 광기 고발한 『양철북』 작가 귄터 그라스 별세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귄터 그라스가 2009년 독일 괴팅겐에서 AP통신 기자와 인터뷰 하는 모습. 첫 번째 소설이자 출세작인 『양철북』의 성공으로 대표적인 전후 작가로 부상했다. [AP=뉴시스]


1999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독일 작가 귄터 그라스가 독일 북부 도시 루벡의 한 요양원에서 13일(현지시간) 별세했다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87세. 정확한 사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노벨문학상 받은 ‘독일의 양심’
2006년 나치 부역 깜짝 고백도



 고인은 1959년 출간한 첫 번째 소설이자 출세작인 『양철북』의 깜짝 성공으로 대표적인 전후 작가로 떠올랐다. 스웨덴 한림원은 노벨상 선정 이유로 “나치의 도덕적 파탄 이후 독일 문학을 재건했다”고 평했다. 좌파 평화주의자로서 독일은 물론 국제정치 현실에 대해 끊임없이 양심 발언을 해 행동하는 지식인으로 존경받았다. 하지만 2006년 회고록 『양파 껍질』 출간을 앞두고 2차 대전 막바지 나치 친위대(Waffen-SS)로 복무한 사실을 뒤늦게 밝혀 논란을 불렀다. 2012년에는 이란의 핵 개발을 제재하려는 이스라엘을 비난하는 시 ‘말해야만 하는 것(What Must Be Said)’을 발표해 이스라엘의 거센 반발을 샀다.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할 경우 세계 평화가 깨질 수 있음을 경고한 것이었다”고 항변했지만 이스라엘 정부는 그를 외교적 기피 인물(persona non grata)로 지목했다. 뉴욕타임스는 “그라스의 나치 부역 고백은 독자들을 경악케 했고 그의 작품들을 다른 시각에서 보게 했다”고 보도했다.



 그런 흠결에도 불구하고 『양철북』 등 그의 대표작들은 여전히 20세기 최고의 문학작품으로 꼽힌다. 『양철북』은 79년 영화로 만들어져 칸영화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 아카데미 최우수 외국영화상을 받기도 했다.



 『양철북』의 주인공 오스카는 전후 독일의 비참한 모습에 환멸을 느껴 스스로 성장을 멈추기로 결심한 아이로 그려진다. 특히 굶주린 뱀장어가 꿈틀대는 절단된 말머리, 여자 스커트 자락에 숨는 범죄자, 유리창을 깨트릴 정도로 날카로운 오스카의 고음 비명 등은 독자의 문학적 상상력을 자극한 명장면으로 꼽힌다. 중편 『고양이와 쥐』, 장편 『개들의 시절』과 함께 이른바 ‘단치히(지금의 폴란드 그단스크) 3부작’을 이룬다. 전쟁 공포, 전쟁에 대한 독일사회의 죄의식 등을 드러내며 나치의 광기를 고발했다. 전후 문학의 전범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고인은 27년 발트해 연안의 단치히에서 독일인 아버지, 슬라브계 소수민족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나치 선전문구에 맞서는 문학을 추구한 청년 문학 모임 ‘47그룹’에 하인리히 뵐 등과 함께 참여했다. 10년 넘게 독일 통일의 아버지 빌리 브란트 총리의 연설문을 썼고, 독일 통일과정이 졸속이라며 줄곧 비판했다. 소설 뿐 아니라 시, 에세이, 희곡에도 손댔고 조각도 했다.



 한국과도 인연이 있다. 2002년 한국을 방문해 “판문점은 한 편의 부조리극 같다” “북한 지원은 무조건 효과 있다”고 발언했다. 당시 고인을 만난 김광규 시인은 “작품 낭독회에서 자신의 소설을 쉬지 않고 40분간 낭독할 정도로 정력적인 분이었다”고 회고했다.



신준봉 기자 infor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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