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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식의 야구노트] 큰 점수차 이길 때 도루하면 맞아도 싸다?





황재균, 4·5회에 연속 사구 맞아
한화 “0-7 인데 도루, 예의 아니다”
롯데 “이틀 전 6점차서 역전 당할 뻔”
모호한 ‘빈볼 불문율’로 감정 격화
MLB선 “보복은 한번만” 불문율도
KBO 내일 상벌위 열어 심의





지난 12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롯데와 한화 선수들이 몸싸움을 벌였다. 롯데 황재균이 4회엔 김민우, 5회엔 이동걸로부터 잇따라 사구(死球)를 맞은 게 발단이었다. 특히 이동걸은 초구와 2구를 몸쪽 깊은 코스로 던진 데 이어 3구째 빠른 공으로 황재균의 엉덩이를 강타했다. 경기 후 이종운(49) 롯데 감독은 “우리 팀 선수를 다치게 하면 가만 있지 않겠다”고 말했다. 상대 김성근(73) 감독을 겨냥한 말이었다. 김 감독은 “빈볼을 지시하지 않았다”고 맞섰다.



 양팀은 서로 억울하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왜 빈볼을 던졌는지, 누가 먼저 싸움을 걸었는지에 대해선 입을 닫고 있다. 그래서 그들이 말하지 않는 걸 야구노트에 써봤다. 롯데와 한화, ‘미스터 불문율’의 가상 대화.



이종운 감독(左), 김성근 감독(右)
 한화 : 우리가 왜 황재균을 맞혔는지 알아? 지난 10일 우리가 2-8로 지고 있는데 6회 황재균이 2루타를 친 다음 3루 도루를 했다고. ‘점수차가 클 땐 도루를 하지 않는다’는 불문율도 몰라?



 롯데 : 뭐? 6회 6점 차가 큰 점수차라고? 결국 8-8 동점이 됐잖아. 김태균에게 역전 홈런을 맞은 뒤 11회 말 장성우의 재역전 홈런으로 겨우 이겼다고.



 불문율 : 왜 가만히 있는 날 끌어들이는 거야? 난 이름 그대로 공식 룰이 아니야. ‘몇 회 몇 점 이상 리드할 경우 도루를 하면 안 된다’는 건 없어. 난 그저 암묵적으로 지켜야 하는 예의라고.



 한화 : 결과적으로 10일 도루는 그렇다 치자. 12일은 달라. 1회 말 0-7로 지고 있을 때 황재균이 안타를 치고 나서 또 2루 도루를 했어. 이건 부관참시(剖棺斬屍) 아니야?



 롯데 : 허허, 겨우 1회였어. 너희 에이스 탈보트도 아직 마운드에 있었고. 너희가 끝까지 추격해서 동점이나 역전이 됐다면 우린 바보가 되는 거였다고. 그리고 정말 화나는 게 뭔지 알아? 황재균이 4회 맞았을 때는 그냥 1루로 걸어갔어. 그런데 투수 김민우가 미안하다는 신호도 안 보내는 거야. 그리고 이동걸이 다음 타석에서 황재균을 또 맞혔잖아.



 불문율 : 100년 전 미국 메이저리그는 지금보다 훨씬 거칠었지. 빈볼을 주고받는 게 예사였어. 1900년대 초 ‘상대 팀 선수도 동업자’라는 의식이 생겨나면서 ‘보복(빈볼)은 한 번으로 끝낸다’는 불문율도 생겼어. 류현진 때문에 2013년 6월 일어난 LA 다저스와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몸싸움을 기억할 거야. 애리조나 투수가 6회 푸이그를 맞히고, 7회 그레인키를 또 맞혀서 난투극이 벌어졌지. 빈볼을 두 번이나 던졌기 때문이야. 메이저리그는 우리처럼 대충 안 싸워. 주먹이 오간다니까. 돈 매팅리 감독이나 마크 맥과이어 코치도 상대 멱살을 잡았잖아.



 한화 : 점수차가 큰 상황에서, 특히 상대가 백기를 들었다면 도루를 하면 안 되잖아. 우리를 기만하는 거잖아.



 불문율 : 그게 참 모호한 부분이야. 유독 한국만 점수차가 많이 날 때 도루를 갖고 자주 싸우거든. 실제로 10점 차가 뒤집히는 경우도 있어. 2012년 9월 12일 ‘고의패배 논란’도 한국의 특수성이 만들어낸 해프닝이지. LG가 0-3으로 뒤진 9회 1사에서 이만수 SK 감독이 투수를 두 번이나 바꾸자 김기태 LG 감독이 투수 신동훈을 대타로 내보내 경기를 포기한 일 말이야. 이 감독은 “끝까지 최선을 다한 것”이라 했고, 김 감독은 “우리를 짓밟은 것”이라고 맞섰어. 불문율을 법리적으로 해석할 순 없잖아.



 롯데 : 이번 싸움은 단편적인 빈볼시비가 아니야. 2007년부터 2011년까지 이어진 롯데와 김성근 감독간에 쌓인 앙금이 폭발한 거 아냐? 3년 만에 김 감독을 다시 만나자 3연전이 시작되기도 전부터 묘한 긴장감이 있었지.



 불문율 : 로이스터 감독이 롯데 지휘봉을 잡았던 2008~2010년이 그랬지. 김 감독은 미국 야구를 꺾겠다는 의지가 강했어. 로이스터도 지지 않았지. 그래서 사인 훔치기 논란에다 빈볼시비 등이 끊이지 않았잖아.



 한화 : 당시 김 감독님은 SK 사령탑이었잖아. 그런데 왜 한화랑 연결하는 거야?



 불문율 : 빈볼시비는 꼭 이렇다니까. 누가 먼저 시작했는지 양팀 얘기가 달라. 사실 롯데는 ‘한화’가 아닌 ‘김성근 감독의 팀’과 싸운다는 느낌이 있긴 했어. 빈볼만 보면 한화의 잘못이 더 크다고 봐. 그런데 경기 후 이종운 감독이 김성근 감독을 겨냥한 건 다른 문제라고. 빈볼을 김 감독이 지시한 거라고 확신하는 말이잖아.



 이종운 감독의 맹공은 롯데 선수들과 롯데 팬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이 감독은 상당한 위험부담을 안았다. 김 감독이 빈볼지시를 내렸다면 불문율이 아니라 실정법(KBO 리그 규정 벌칙내규:감독 또는 코치가 빈볼투구를 지시하거나 방조하였다고 간주되었을 때 경고, 제재금 300만원 이하, 출장정지 10경기 이하)을 위반한 것이기 때문이다. KBO는 오는 15일 이날 시비에 따른 상벌위원회를 열 예정이다.



 불문율 : 빈볼도 야구의 일부이긴 하지만 너무 과열됐어. 이쯤 해 두자고. 룰 안에서 겨루는 게 스포츠잖아. 왜 룰 밖에서 위험하게 빈볼을 던지고 몸싸움을 하는 거냐고.



김식 기자 see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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