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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국회의원들은 현서의 죽음을 보라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이에스더
사회부문 기자
“어머니, 현서가 아무리 깨워도 일어나지를 않아요. 빨리 와보세요!” 전화기 너머로 다급한 어린이집 교사의 목소리를 들은 경북 영주시의 주부 김모(42)씨,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다. 마구 뛰는 심장을 진정시키기 위해 “별일 없을 거야, 별일 없을 거야”를 나지막이 외치며 어린이집까지 달렸다.



 현서는 바닥에 조용히 누워 있었다. 눈을 감은 채 미동도 하지 않았다. 아이 위에서 보건지소에서 온 간호사가 인공호흡을 했다. 119 구급대가 도착했고,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현서는 끝내 다시 눈을 뜨지 못했다. 지난 6일 오전 활짝 웃으며 어린이집 차에 오르는 장면이 부모가 기억하는, 작고 가녀린 딸 아이의 마지막 모습이 됐다.



 곧바로 경찰 수사가 시작됐다. 현서의 시신을 살펴본 병원에서는 사인을 알 수 없다고 했다. 어린이집 교사는 “낮잠을 자고 있었는데, 깨워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벽에 부닥쳤다. 그 어린이집에 폐쇄회로TV(CCTV)가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수사 착수 하루 만에 현서의 몸은 차디찬 부검대에 올랐다. 그러나 부검에서도 죽음의 단서는 찾지 못했다. 경찰은 정밀 부검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했다.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경찰관은 “사인 불명으로 처리될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신체의 일부를 국과수에 남겨둔 채 현서의 작은 몸은 지난 8일 화장됐다. 엄마·아빠는 집 근처 산에 심어둔 현서 오빠의 탄생 기념 나무에 유해를 뿌리며 장례를 치렀다. 아버지 이모(44)씨는 울면서 말했다. “사인을 밝히려고 자그마한 딸의 몸을 부검대에 보낼 수밖에 없었어요. CCTV만 있었다면 아이가 어떻게 죽었는지 짐작이라도 할 수 있을 텐데 ….”



 부모들의 걱정이 현실이 됐다. 지난 2월 국회에서 어린이집 내 CCTV 설치 의무화 등을 담은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이 부결됐을 때 부모들은 이런 상황을 우려했다.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는 엄마라면 누구나 내 아이가 영문 모를 일을 당하더라도 아무런 증거가 남지 않을 것이라는 두려움을 느낄 것이다. CCTV는 보육교사 입장에서도 부모들에게 괜한 의심을 사지 않을 근거가 돼준다. 그 어린이집에 CCTV가 있었다 해도 현서를 되살릴 수는 없었을 터다. 하지만 적어도 내 아이가 어떻게 숨졌는지 알고 싶은 부모의 답답함은 풀어줄 수 있지 않았을까.



 다행스레 지난 1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선 다시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이 논의됐다. 한데 몇몇 의원이 네트워크 카메라 등 일부 조항을 문제 삼으며 반대해 논의가 미뤄졌다. 여야 대표가 합의한 법안이 일부 의원의 어깃장 때문에 또다시 무산될 위기다. 부모들의 바람을 모른 척한 채 반대편에 선 의원들에게 묻고 싶다. 언제까지 현서 부모의 아픔을 방치할 텐가.



이에스더 사회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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