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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view &] 아프니까 청춘? 빈말이라도 하지마라

표재용
산업부장
일본은 신조어를 선보이는데 남다른 재주가 있다. ‘돈 없고 아프기까지 한데 대책 없이 오래 살면 죽느니만 못한 거 아니냐.’ 이처럼 복합적인 노후의 불안심리도 두 단어로 깔끔하게 압축하는 실력이다. ‘장수 리스크(Risk)’란 조어다. 이젠 국어사전을 뒤져도 나올 것 같은 재(財)테크도 일본에서 넘어왔다. 그런 열도를 뜨겁게 달구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격차 사회다. 극심한 소득 양극화, 점점 벌어지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간극을 함축한 말이다. 그 중심엔 악화일로인 청년실업이 있다. 그런데 일본 젊은이들의 심리가 흥미롭다. 일본 청년 10명 중 7명은 ‘현재 생활이 만족스럽다’고 답했다고 한다. 앞선 세대보다 분명 삶이 훨씬 팍팍한데도 그렇다.



 이들의 행복 지수도 최근 40년 이래 최고란다. 기특하다는 생각보다는 연민과 측은함이 앞선다. 출구 없는 20년 장기 불황으로 인해 포기나 체념을 넘어 달관의 경지에 접어든 것 같아서다. 한국의 젊은이들은 정반대다. 절박함과 박탈감이 뒤엉켜 그야말로 폭발 직전이다. 속내 드러내는 걸 꺼리는 일본보다 솔직하기도 하고, 저성장 시대의 초입이라 충격에 대한 반응이 더 큰 탓인 듯하다. 주범은 역시 최악의 구직난이다. 현정부는 물론 역대 정권도 셀 수 없이 많은 청년실업 해소책을 쏟아냈다. 그러나 결과는 늘 참담했다. 급기야 지난달 청년실업률은 11.1%까지 치솟았다. 상황은 이런데 청년 일자리 창출에 한몫해 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노동시장 개혁 노사정 협의마저 한국노총의 탈퇴 선언으로 길을 잃었다. 무력한 정책이나 제 몫만 챙기려는 귀족노조, 사람 안 뽑는 기업 탓만 하며 탄식만 하기엔 상황이 위중하다. 청년실업은 단순한 개인의 구직 실패 문제로 끝나는게 아니어서다. 생애 첫 취업 관문도 넘지 못하는 좌절감과 박탈감은 암세포처럼 분노와 분열로 번진다. 그렇지 않아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갈등비용이 가장 크다는 우리나라다. 이제부터라도 중앙정부는 물론 지자체, 국회는 머리를 맞대고 새로운 작전 지도를 펼쳐야 한다.



 취업자수나 실업률 같은 ‘수치’ 만이 아니라 기성세대보다 훨씬 삶의 질을 중시하는 이들의 ‘심리’도 세심하게 살피는 게 출발선이다. 결단이 담긴 처방과 빠른 실행도 중요하다. 우선 위험 수위로 치닫는 비이공계 대졸자들의 취업 적체 문제다. 기술이 없는 인문계 출신은 지방 제조업체나 중소기업 취직조차 어려운 게 현실이다. 답은 딱 하나다. 서비스업 육성이다. 서비스 산업의 고용파급력을 구체적인 수치로 확인하는 건 전혀 어렵지 않다. 수족관과 전망대가 있는 서울 여의도 63빌딩 한곳에서만 1121명의 일자리를 만들어 낸다. 물론 이 빌딩에 입주한 기업 임직원들은 뺀 숫자다. 서울 반포대교 인근에 문을 연 세빛둥둥섬도 가히 ‘고용의 섬’이라 부를만하다. 이곳에서만 일자리 500여 개를 창출했다. 국회가 이런저런 핑계로 서비스업 활성화 관련법안들을 방치하고 있는 건 그래서 청년들의 숨통을 죄는 집단가학심리와 다름없다.



 지방 기피심리도 젊은이들의 눈으로 되짚어 봐야한다. 미혼자는 결혼을 못해, 기혼자는 생이별을 해야하는 게 가장 큰 이유다. 일하는 건 몰라도 살기엔 너무 삭막해서다. 그나마 여건이 낫다는 수도권 인근공단만 가봐도 금방 알 수 있다. 그 흔한 커피전문점조차도 버스로 몇 정거장을 가야 한 곳 찾을까 말까다. ‘너나 가라 중동’이 아니라 ‘너나 가라 지방’이란 말이 나와도 이상하지 않다.



 칙칙한 공장만 들어선 지방 주요 공단부터 숙소·문화·여가·교육 인프라를 획기적으로 확충해야 한다. 마치 대학 캠퍼스 도시처럼 말이다. 냉정하게 따져보면 이게 고용보다는 생산 효율 극대화에 방점이 찍힌 스마트공장 전환 정책보다 일자리 창출에 훨씬 효과적이다. 대기업만 바라보는 청년 구직자들에게도 부탁하고 싶은 게 있다. 좀 더 적극적으로 대기업 협력업체에 관심을 가져보면 어떨까 한다. 무엇보다 해외 진출 기회도 많다. 현대기아차만 해도 해외에 동반 진출한 1차 협력기업이 238개사나 된다. 삼성전자는 300곳이 넘는다. 사실 삼성·현대차 같은 대기업 그룹이 뽑는 대졸공채 인력은 청년 구직자의 5%도 안된다. 한마디만 더. 지금도 애타게 일자리를 찾는 젊은이들에게 ‘아픈게 청춘이다’ 같은 말은 더는 하지 말자. 직장을 잃었거나 사업에 실패한 동료, 선후배에게 ‘아프니까 어른되지 않았냐’고 위로한 적이 없다면 말이다.



표재용 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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