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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사고파는 행위 용인 안 돼 vs 생계형 성매매 처벌 말아야


‘성매매특별법’의 위헌 여부를 논의하기 위한 첫 공개변론이 9일 서울 헌법재판소에서 열렸다. 성매매특별법을 지지하는 한국여성인권진흥원 회원들. [김상선 기자]

성매매 행위 처벌을 규정한 성매매특별법(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의 위헌 여부를 가리기 위한 공개변론이 9일 서울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렸다. 돈으로 성을 사고파는 행위를 처벌하기 위해 반드시 존치돼야 한다는 ‘합헌론’과 생계를 위해 성매매에 나서는 상황을 감안해 폐기해야 한다는 ‘위헌론’이 팽팽하게 맞섰다. 원칙론과 현실론의 충돌인 셈이다. 이날 합헌·위헌 공방은 3시간30분 동안 계속됐다.

 성매매특별법 위헌 심판은 2012년 7월 서울 전농동에서 화대 13만원을 받고 성매매를 하다 재판에 넘겨진 여성 김모(44)씨가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하고 북부지법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시작됐다. 대상 법률은 ‘성매매를 한 사람은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원 이하의 벌금·구류·과료에 처한다’고 규정한 성매매특별법 제21조 1항이다.

 김씨는 출석하지 않았고 대신 정관영(법무법인 정률) 변호사가 변론에 나섰다. 정 변호사는 “성매매 외에 다른 생계수단이 없는데도 국가가 무조건 형벌로 다스리는 것은 성매매 여성이 처한 현실을 도외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씨 측 참고인으로 나온 김강자 전 서울 종암경찰서장도 “김씨는 고등학생 때 부모를 잃고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한 시간 이상 서 있을 수 없어 성매매 외에 다른 일을 할 수 없었다”고 거들었다. 김 전 서장은 “성매매 여성들의 처지가 대부분 이렇다”며 “이들이 원하는 것은 제한된 구역의 성매매는 처벌하지 말아 달라는 것”이라고 했다.

성매매특별법을 반대하는 한터여종사자연맹 관계자들이 헌법재판소 앞에서 찬반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김상선 기자]

 하지만 법무부 측 최태원 검사는 “돈으로 성을 사고파는 행위는 최소한 우리 헌법체계 내에서 용인돼선 안 된다”고 맞섰다. 그러면서 “성매매특별법 제정 이후 우리 사회에 성매매가 잘못된 것이고 금지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생겼다”며 “일부 지역만 따로 성매매를 허용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공방을 지켜보던 헌재 재판관 9명 중 김창종 재판관이 정 변호사에게 “생계형이란 이유로 성매매를 허용하다 보면 건전한 성 풍속을 해칠 수 있지 않느냐”고 물었다. 이에 정 변호사는 “성매매 여성들도 성매매에 대한 완전한 합법화를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며 “특별법 제정 후 되레 성매매가 음성화돼 늘고 있고 성매매 여성의 생계는 더 막막해진 현실을 반영해 달라는 취지”라고 말했다.



김 재판관은 이번엔 최 검사에게 “특별법 제정 후 오히려 음성적 성매매만 조장한다는 주장이 있다”고 질문을 던졌다. 최 검사는 “음성적 성매매 증가에 대한 정확한 통계자료는 없다”며 “분명한 것은 성매매 집결지와 성 판매자 수가 크게 줄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성 매수자에 대한 처벌 공방도 벌어졌다. 강일원 재판관은 “성매매 처벌 조항이 위헌이라 한다면 성 매수자 역시 처벌할 근거가 없어진다. 성 매수자도 처벌하지 말아야 하느냐”고 양측에 물었다. 최 검사는 “성 판매자(성매매 여성)와 성 매수자 간 형평 논란이 야기될 수 있어 합헌이 유지돼야 한다”고 답했다. 정 변호사는 “생계형 성매매는 처벌 대상에서 제외하되 성매매 알선자나 포주들은 처벌해야 한다”고 했다.

현재 재판을 받고 있는 성매매 피고인은 대개 알선자와 성 매수자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총 2만2971명이 성매매특별법 위반으로 입건됐지만 이 중 절반이 넘는 1만1660명이 불기소됐다. 서울중앙지법 관계자는 “성 판매자는 검찰 단계에서 기소유예 등으로 구제되는 등 선처를 받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헌재는 이르면 올해 안에 위헌 여부를 가릴 예정이다.

 이날 헌재 앞에서는 성매매 여성 수십 명이 모여 ‘성매매특별법 위헌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대표로 나선 장세희(40·여)씨는 “2004년 만들어진 성매매특별법은 음성 성매매를 양성했다”며 성매매 여성 882명의 서명이 적힌 탄원서를 헌법재판소 민원실에 제출했다. 공개변론 전날인 8일 서울 하월곡동에 위치한 집창촌 ‘미아리 텍사스’에선 “성매매특별법을 조속히 폐지하라”는 목소리가 높았다. 14년간 성매매를 했다는 황모(36·여)씨는 “9일은 처음으로 우리가 세상에 나서서 ‘우리도 당신들과 똑같은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는 날”이라고 했다.

글=백민정·김나한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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