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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수 칼럼] 퇴직연금으로 퇴직후 소득공백기 넘자

서명수 객원기자
올들어 반퇴시장의 두드러진 변화 중 하나는 퇴직연금의 급부상이다. 퇴직연금 적립액은 지난 해말 사상처음으로 100조원을 돌파했다. 2005년 퇴직연금제도가 도입된지 9년만이다. 올들어선 두달만에 1조원 이상의 돈이 몰려 반퇴시대에 퇴직연금에 대한 근로자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음을 나타냈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퇴직연금 적립금은 2020년 약 300조원까지 증가하고, 이어 2030년 1000조원, 2050년 2000조원 규모로 늘어날 전망이다. 노후 수단으로서 퇴직연금이 국민연금 못지 않게 역할이 커질 것이라는 데 이견은 없다.

정부 역시 지난 해 8월 내놓은 정부 역시 지난해 8월 내놓은 사적연금 활성화 대책을 통해 퇴직연금이 근로자 및 국민 노후 수단으로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부는 대책에서 2016년부터 상시근로자 300인 이상 사업장에 대해 퇴직연금 가입을 의무화하고, 2015년부터 근로자가 확정기여(DC)형과 개인퇴직연금계좌(IRP)로 퇴직연금을 추가 납입했을 때 300만원까지 세액공제 혜택을 주기로 했다.

연금가입자의 92%가 원금보장형

그러나 이렇게 정부가 지원에 나서고 근로자의 관심도 커지고 있지만 퇴직연금이 제대로 기능하느냐는 의문이 따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퇴직연금 적립액의 92.2%가 원금보장형 상품에 투자됐다. 실적배당 상품 비중은 5.8%에 불과하다.

원금보장형은 은행예금이나 채권처럼 원금이 깨질 리 없는 ‘안전빵’ 상품에 굴린다. 이는 근로자들 대부분이 노후자금은 무조건 안전해야 한다는 프레임에 갇힌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대신 연금의 수익성은 포기해야 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013년 기준 최근 3년간 한국 퇴직연금 연평균 수익률은 4.5%로 같은 기간 호주 퇴직연금 연평균 수익률 7.4%에 비해 3%포인트가량 낮았다. 2013년의 경우 호주 퇴직연금이 13.7%의 수익을 낸 반면 한국은 3.8%에 그쳤다.

또 퇴직금을 연금으로 받는 비율도 8%에 불과해 퇴직연금이 노후 자산으로서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나머지 92%는 퇴직연금을 일시금으로 수령한다는 이야기다. 이쯤되면 연금이란 말이 무색해진다. 사람들이 일시금을 선호하는 이유는 먼 미래보다는 당장을 더 중시하는 게 인간의 본성과 관련이 깊다. 연금이 필요하다는 건 알지만 먼 훗날의 일이라 그리 실감이 가지 않는다. 보다 급한 건 팍팍한 삶의 현실이다. 그래서 나중에야 어찌되든 아쉬운 대로 목돈 활용이 가능한 일시금으로 퇴직연금을 활용하게 되는 것이다.

노후 준비를 하지 않은 사람은 단기적으론 어떨지 몰라도 노년에 들 어서면 빈곤에 허덕이면서 반드시 후회하게 돼 있다. 그러나 하지 않은 걸 후회해봤자 버스는 이미 떠나가 버렸다. 이런 상황을 피하려면 장기적 안목으로 노후생활비가 모자랐을 때 초래되는 결과를 상상해 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노년에 돈이 없어 추해지고 친지·친구들과의 관계도 소원해지는 것을 미리 떠올려 보는 것이다. 눈 앞에 있는 목돈의 달콤함에 빠지지 말고 노년의 비참함을 상상하다 보면 연금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다.

반퇴시대에 연금의 가치는 수명에 비례해 늘어나게 돼 있다. 올해 60세로 연금 200만원을 받는 퇴직자가 75세까지 산다는 가정 아래 15년 동안 수령한 연금을 현재가치로 환산하면 3억1574만원이지만 80세에 사망하면 4억231억원, 85세 4억8094만원으로 현재가치가 커진다. 오래 살수록 일시금보다는 연금을 타는 게 유리하다는 것이 분명해졌다.

'노후자금=안전' 프레임 깨야

노후자금은 안전해야 한다는 프레임도 깨부수어야 한다. 저금리 시대에 원금보장형은 보유 자산을 잠재우는 거나 마찬가지다. 주식·펀드 등 실적배당 상품이 아니고서는 절대 노후자산을 불릴 수 없다. 퇴직연금은 국민연금과 개인연금과 함께 노후 설계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지만 이들 연금과는 성격이 다르다. 국민연금과 개인연금은 가입자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운용되는데 반해 퇴직연금은 본인이 자유롭게 굴릴 수 있다. 이는 기회다. 내 실력으로 노후생활의 질을 얼마든지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예금보다는 투자로 개인들은 싫으나 좋으나 주식·펀드와 친하게 지내야 한다. 미국은 1981년 401K라는 퇴직연금제도 도입으로 ‘주식 수요층 확대→주가 상승→부의 증가’라는 선순환 사이클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퇴직연금은 노후에 국민연금으로 생활비 보장이 부족하니까 보완 차원에서 도입됐다. 은퇴전문가들은 노후엔 국민연금·퇴직연금·개인연금으로 생활비 보장을 설계해야 재무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고 말한다. 이 중 퇴직연금은 퇴직 후 국민연금을 탈 때까지 5~10년의 소득공백기를 넘기 위한 다리로서 유용한 수단이 된다. 우리나라 퇴직연금의 소득대체율은 35년 가입 기준 12.5%다. 퇴직 전 월 소득이 100만원이라면 퇴직연금은 12만5000원에 불과하다는 의미다. 그래도 소득 흐름이 확 줄어드는 노후에 이게 어딘가. 주식과 펀드 투자로 퇴직연금을 불려나간다면 소득대체율은 얼마든지 높일 수 있다.

서명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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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