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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②] 윤여정 "대중에게 오래도록 기억되고 싶은 마음 없다"





인터뷰 ① 에서 이어집니다



배우 윤여정(67)를 만나러 가는 기자의 어깨는 한껏 경직됐다. tvN '꽃보다 누나'와 영화 '여배우들' '돈의 맛'에서 보여줬던 '기 쎈' 여배우의 모습이 머릿속을 채웠다. 50년 연기 공력의 카리스마를 마주할 생각에 절로 움츠러드는 마음은 어쩔 수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 앉은 배우 윤여정은 존재만으로 엄청난 카리스마를 뿜어댔다. 하지만 명쾌하고 친근하며 그 어떤 배우보다 솔직했다. 배우로서 자신이 느꼈던 열등감과 대중의 시선에 대한 솔직한 생각을 여과없이 털어놨다. 그의 솔직한 이야기를 듣다보니 어느새 긴장이 잔뜩 들어갔던 어깨가 한결 편안해졌다.



9일 개봉을 앞둔 영화 '장수상회'(강제규 감독)에서는 '기 쎈' 윤여정이 아닌 '소녀같은' 윤여정의 새로운 모습을 만날 수 있다. 나긋나긋한 말투와 수즙은 목소리로 70살 연애 초보 박근형(성칠)의 마음을 뒤흔드는 꽃집 주인 금님 역을 맡은 그의 모습에서는 사랑스러움이 뚝뚝 묻어난다.



-과거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긴 시간 연기를 할 수 있는 원동력을 '돈'으로 꼽았다.



"그 얘기는 이제 그만 하려고 한다. 그 말 듣고 박근형 선생님이 내 흉봤다더라.(웃음) 절실함을 얘기한 거다. 솔직히 말해서 사람이 가장 절실할 때가 언제이겠나. 바로 돈이 없을 때 아닌가.(웃음) 워낙에 내가 근사하게 포장하는 말을 못한다."



-오랜 시간 드라마와 영화, 두 분야에서 연기를 해오고 있다. 두 분야의 연기가 차이가 있나.



"TV 드라마는 일주일에 영화 한 편을 찍는 것과 다름없다. 드라마 감독과 작가는 거의 인간이기를 포기하고 일을 한다. 드라마 촬영은 언제나 시간에 쫓긴다. 국화빵을 찍어내는 것처럼 일을 하니 차마 연기를 논할 새가 없는 거다. 그래서 간혹 영화 연기만 하는 사람들이 드라마 하는 사람들을 무시한다. 하지만 드라마는 시간이 촉박한 만큼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엄청나게 대단한 기술과 노하우를 가진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거다. 그 정신없는 상황에서 극을 이끌어 나간다는 게 얼마나 대단한 일이냐. 그래서 난 이 좁은 나라에서, 같이 연기를 하는 사람들이 서로를 무시하고 깔볼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단 한 가지 확실한 건 드라마에서 연기를 잘하는 사람들이 영화에서도 잘하고 연극에서도 잘한다. 연기란 다 같은 거다."



-시간이 흐른 뒤 대중에게 어떤 배우로 기억되고 싶나.



"솔직히 말하자면 대중에게 오래토록, 혹은 잘 기억되고자 하는 마음은 없다. 물론 배우라는 직업은 대중예술을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대중을 무시할 수는 없다. 대중이 얼마나 소중하고 또 무서운 존재라는 건 알지만, 그런 대중이 항상 옳지는 않더라. 매번 그런 건 아니지만 배우라는 존재가 대중에 의해 무의미하게 추켜세워지기도, 또 무의미하게 매도되기도 하지 않나. 대중에게 인기가 많은 사람일수록 아주 작은 잘못을 했을 때 돌팔매질이 무섭게 날아온다. 그래서 난 대중적으로 인기 있는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다. 그냥 이 업계에 일하는 사람들에게 '저 할머니는 일을 정말 열심히 하는 배우다'라는 이야기를 듣고 싶을 뿐이다."







-연기를 하면서 롤모델을 삼은 대상은.



"없다. 젊었을 때부터 굉장히 열등감이 심했다. 얼굴이 에쁜 것도 아니고 목소리가 듣기 좋은 것도 아니고 연극영화과를 나온 것도 아니다. 그래서 늘 '누군가와 달라야 한다'고 생각했다. 가장 좋아하는 말이 '비 유어 셀프(Be your self)'다. 김혜자 선생님을 롤모델로 삼는다고 해서 김혜자 선생님이 될 수 있는 게 아니지 않나. 그래서 연기를 할 때 항상 '내가 이 상황에 있다면?' '내가 이 인물이라면?'라고 생각한다. 어떤 연기든지 '나'에서부터 시작하는 거다."



-그럼 연기에 대한 영감은 어디서 얻나.



"다큐멘터리를 많이 본다. 다큐멘터리에는 정말 다양한 '진짜'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나온다. 그들을 볼 때마다 '우리는 정말 오버를 하면서 연기하는 구나'라는 걸 느낀다. 예를 들어 다큐멘터리에서 봤던, 자식을 셋이나 앞서 보낸 노인은 참 덤덤했다. '그래요, 그랬죠. 그 아이들이 그냥 그렇게 갔어요'라며 덤덤히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이런 인물을 작품 안에서 표현했다면 슬픔에 겨워 오열하는 캐릭터가 됐을 거다. 그래서 항상 다큐멘터리 처럼 연기하려 한다."



-윤여정에게 배우란.



"배우란 그냥 감사한 직업일 뿐이다. 배우라는 게 특별히 대단한 게 아니다. 출퇴근 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은, 조금은 특이한 직업일 뿐이다. 배우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는 걸 감사하게 생각한다. 69살(한국 나이)인데, 일반 직장에서는 현역에서 일하기 힘든 나이 아닌가. 이 나이까지 일을 할 수 있는 배우라는 직업에 감사하다. 그리고 그 감사함을 죽기 전에 느낄 수 있게 돼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이승미 기자 lee.seungmi@joins.com

사진=김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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