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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개혁 6개월 협상 실패 … "날아간 청년 일자리 98만개"

한국노총이 8일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위한 노사정 대타협 결렬을 선언했다.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오른쪽)은 이날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에서 중앙집행위원회의를 마친 뒤 “대타협을 이끌어내는 데 실패했다”며 “1800만 노동자 에게 죄송하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관계자들과 함께 기자회견문을 검토하고 있다. [뉴시스]

한국노총이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위한 노사정 대타협 결렬을 선언했다. 이로써 6개월간의 논의가 물거품이 됐다. 한국노총 김동만 위원장은 8일 오후 중앙집행위원회를 주재한 뒤 기자회견을 통해 “노사정 대타협을 이끌어내는 데 실패했다”며 “비정규직을 확산시키는 정부의 질 낮은 일자리 정책으로는 청년 일자리 문제를 결코 해결할 수 없다”며 결렬의 책임을 정부로 돌렸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한국노총이 결국 대화를 저버린 게 안타깝다”며 “9일 정부의 입장과 향후 계획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장관은 노동계와 계속 대화를 시도하면서 그동안의 논의 결과를 바탕으로 정부 나름대로 노동시장 개혁을 위한 법·제도 정비에 나설 것임을 설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경영자총협회도 성명을 내고 “근로소득 10% 이상 임직원의 임금인상 자제와 비정규직·협력업체 근로자의 처우개선을 추진한다고 사실상 합의에 이르렀으나 결국 노동계가 이를 뒤집은 것에 대해 크나큰 실망을 느낀다”고 말했다.

 기대가 컸던 만큼 노사정 모두 대타협 실패의 후유증을 앓게 됐다. 노동시장 개혁 3대 현안인 ▶통상임금으로 인한 혼란 ▶정년연장에 따른 후속조치 ▶근로시간 단축 방안 모두가 다시 안갯속으로 묻혔다. 기업은 불확실한 경영환경을 걷어내지 못했다. 노동계도 향후 노사협상을 어떻게 이끌어가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게 됐다. 서로 자기 이익에만 집착하다 모두가 망하는 파국이다. 이런 상황에서 경제활성화를 기대하긴 힘들다.

 지난해 12월 말 노사정이 노동시장을 바꾸자고 기본합의를 할 때만 해도 분위기는 그리 나쁘지 않았다. 노사정이 합의한다면 청년 일자리를 얼마나 늘릴 수 있는지에 대한 분석 자료도 함께 검토했다. 경총은 2019년까지 5년간 98만 개의 청년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제시했다.


 이에 따르면 근로소득 상위 10%에 속하는 근로자의 임금을 5년간 동결하면 절감되는 인건비가 약 66조원에 달한다. 이 돈으로 채용할 수 있는 청년은 63만6000여 명이다. 사용하지 않은 연차휴가에 대한 금전 보상을 금지하면 1년간 5조216억원을 추가로 절약할 수 있다. 2015년 한 해 동안 16만1000여 명을 채용할 수 있는 액수다. 대신 연장 근로한 시간을 모아 휴가로 쓰는 근로시간 저축계좌제로 근로자가 실질적으로 쉴 수 있는 휴가를 많이 주자는 방안이 노사정 간에 공감대를 형성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2016년부터 모든 기업이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면 이로 인해 절감하는 재원으로 창출할 수 있는 청년 일자리 수는 18만2000여 개로 추산된다.

 그러나 논의가 막바지로 흐르면서 한국노총 내부의 분열이 발목을 잡았다. 막판에 저성과자 해고 반대, 민간 기업에 청년 고용 5% 할당 의무화 같은 5대 요구사항을 추가로 내놓은 게 대표적이다. 한국노총 김동만 위원장은 기자회견문에서 ‘경제주체들 간 불신’뿐 아니라 ‘경제주체 내의 뿌리 깊은 불신’을 협상 결렬의 이유로 들었다. 한국노총 내부의 반발이 결렬의 큰 요인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익명을 요구한 공익위원은 “보이지 않는 유령이 한국노총을 흔들고 있다”고 말했다. 정규직 중심 노조의 기득권 고수 분위기를 지적한 셈이다.

 정부는 공무원연금 개혁 좌초에 이어 노동시장 개혁에서도 쓴맛을 봄에 따라 국정 동력에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 정부로서도 더 이상 노사정 대타협에 끌려다닐 수만은 없게 된 만큼 ‘플랜B(대타협 실패에 대비한 차선책)’를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주도적으로 나서 노동시장 구조개혁의 틀을 짜고 법·제도화하는 방안이다. 정부가 개혁안을 만드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을 전망이다. 3대 현안을 포함해 노사정 간에 의견 접근을 본 사안이 많기 때문이다. 이기권 장관은 이와 관련해 6일 기자간담회에서 “7부 능선은 넘었다”고 말했다. 노사정이 팽팽하게 맞섰던 나머지 30%는 공익위원 안과 지난해 말 정부가 발표한 이른바 ‘장그래법(비정규직 종합대책)’을 토대로 만들 수 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국회가 기다리고 있다. 노동계를 외면할 수 없는 여야의 힘겨루기에 정부가 안을 내놔도 상당 부분 표류할 가능성이 크다. 이를 돌파하자면 정부가 강력한 여론의 지원을 받아야 한다. 노동시장 개혁의 절박성과 시급성을 정부가 얼마나 국민에게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느냐에 성패가 달렸다.

김기찬 선임기자 wol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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