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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나유물로 바뀐 삼국유물 8개 … '창녕 출토' 표기 실종

일본 문화청 홈페이지에 소개된 삼국시대 문화재 ‘금동 날개 장식’과 ‘용무늬 고리자루칼’. 문화청은 경남 창녕에서 출토된 유물을 임나(任那)시대의 임나 지역 유물로 둔갑시켰다. [일본 문화청 홈페이지 캡처]

일본 문화청의 홈페이지와 6일 검정이 통과된 8종의 중학교 역사 교과서 거의 대부분에 ‘임나일본부(任那日本府)설’이 확산된 것은 일본 정부의 집요한 ‘역사 뒤집기’의 산물이다. 독도의 영유권을 주장하고 위안부의 강제연행을 부정하도록 유도한 ‘근대사 왜곡’에 그치지 않고 4세기 중엽 왜(倭), 즉 고대 일본이 한반도 남부를 지배했다는 이른바 임나본부설을 강화하면서 ‘고대사 왜곡’까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것이다.

 일 문화청의 문화유산 소개 코너에 등장한 ‘임나’란 단어는 왜의 한반도 지배를 뜻하는 임나일본부설에 근거한 표현으로 고대사 왜곡의 전형으로 꼽혀왔다.

 그간 일 문화청의 홈페이지에 삼국시대 경남 창녕에서 출토됐던 것으로 표기됐던 금제 왕관을 비롯, 용무늬 고리자루칼과 새 날개 모양의 관 꾸미개 등 주로 4세기에서 6세기에 걸쳐 출토됐던 유물 8개는 돌연 ‘출토장소 : 임나’로 둔갑했다. 이 유물들을 보관하고 있는 도쿄 국립박물관에서는 출토지역을 ‘한국 창녕’이라고 표기하고 있다.

 표현이 바뀐 정확한 시점은 확인되지 않고 있으나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 2기 내각이 출범한 이후인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일본에서는 대다수 역사학자들 사이에 “임나일본부설의 근거가 약하다”는 주장이 강했다.

 하지만 아베 정권의 역사 뒤집기가 노골화되면서 일 정부 차원의 임나 세몰이가 힘을 얻고 있는 양상이다.

 이에 따라 이쿠호샤(育鵬社)·지유샤(自由社) 등 극소수 우익성향 역사교과서에만 등장하던 임나 표기가 이번 교과서 검정에선 점유율 52.8%의 도쿄서적을 비롯, 교육출판(14.6%)·제국서원(14.1%)·일본문교출판(12.6%)·이쿠호샤·지유샤·시미즈(淸水)서원 등의 거의 모든 역사교과서로 확산됐다. 일부 교과서는 임나(가야) 혹은 가야(임나)로 병기하기도 했지만 오랜 세월 버림받았던 임나일본부설이 ‘정설’로 둔갑하고 나선 것이다.

 그러다보니 임나에 대한 개괄적 설명에 그쳤던 기존 우익 교과서는 한 발 더 나아갔다.

 지유샤 역사교과서는 “조선반도 남부에는 4세기께부터 다수의 나라가 분립한 지역이 있었다. 일본서기에는 임나, 조선 측의 칭호로는 가야 혹은 가라라 불리었다. 이 지역은 백제와 함께 일본 열도의 사람들과 깊은 교류가 있었다. 임나는 철의 산지이며, 야마토(大和) 조정은 이 지역으로부터 철을 수입해 지방에 배분함으로써 국내를 통일하려 하였다”고 기술했다. 또 다른 우익 교과서는 “서기 391년 야마토 정권이 백제와 신라를 속국으로 삼고 한반도에 철기 문화를 꽃피우게 했다”는 황당한 주장을 폈다. 교과서에는 가야 지역 유물을 소개하며 임나에서 출토됐다는 사진 설명도 곁들였다.

 이신철 성균관대 동아시아역사연구소 연구교수는 “임나일본부설은 일본 학계에서도 폐기됐었는데 최근 부활하려는 조짐이 있다”며 “이번 중학교 역사 교과서에 임나 내용이 등장한 것은 일본의 식민사관이 노골화·전반화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아시아평화와역사교육연대는 지난 6일 기자회견에서 “교과서 문제는 이제 일본의 우경화 전체와 싸워야 하는 어려운 일이 됐다”고 지적했다.

 우리 정부는 일 정부가 고대사까지 왜곡하는 데 대해 유감스럽다는 반응이다. 정부 당국자는 “임나일본부설은 근거와 타당성이 없다는 것이 학계의 정설이고, 일본 내에서도 주로 우익 성향 학자들을 중심으로 이런 주장이 나올 뿐 다수 학자가 많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며 “일 정부가 학계에서 정리해야 할 고대사 문제까지 끌어들여 억지를 부리는 것은 대단히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서울=유지혜·김호정 기자 luckyman@joongang.co.kr

◆임나일본부(任那日本府)설=고대 일본 왜(倭)가 4세기 중반 이후 200년간 백제·신라·가야를 통치했다는 주장. 대표적인 역사 조작 사례로 지목되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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