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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켈 총리처럼, 북한 출신 통일 대통령 나오면 우린?"

숙명여대에서 8일 열린 ‘생활 속 북한 알기’ 강좌에서 ‘김치 5’ 이경필 장승포가축병원장이 한국전쟁과 ‘흥남 철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신인섭 기자]

8일 오후 서울 청파로 숙명여대 약학대학 1층 젬마홀. 이경필(65) 장승포가축병원장이 학생 200여 명에게 “제가 바로 김치 파이브(Kimchi five)입니다. 무슨 뜻인 줄 아세요”라고 질문을 던졌다. 순간 학생들의 시선이 이 원장에게 집중됐다.

 “여러분, 영화 국제시장의 흥남부두 기억하죠. 저는 1950년 12월 피란민 1만4000여 명을 태우고 흥남부두를 떠나 거제로 향하던 미국 수송선 매러디스 빅토리호에서 태어났어요. 이 배에서 아이 5명이 태어나자 미군들은 ‘김치 1~5’라는 애칭을 붙였죠.”

 이 원장은 이날 한국전쟁 당시 피란민의 고난과 이들을 살리려는 미군과 한국군의 노력상을 담은 사진과 동영상을 보여줬다. 그는 “전쟁과 분단의 아픔을 잊지 말고 평화와 은혜, 나눔을 실천해 달라”고 당부했다. 강의가 끝나자 수강생 수십 명이 그에게 사인을 요청했다. 조혜수(숙명여대 회화과 2학년)씨는 “교과서에서 몇 줄 배운 흥남 철수에 이렇게 감동적인 이야기가 담겨 있는 줄 몰랐다. 많은 걸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전쟁을 영화나 책으로 접한 젊은 세대를 위해 새로운 방식의 통일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북한을 방문한 경험이 있는 전문가, 5명의 전·현직 대학총장들이 매주 수요일 3시간씩 대학생들을 만나 풀어놓는 ‘생활 속 북한 알기’ 강좌다. 사단법인 ‘1090 평화와 통일 운동’(이하 1090운동)은 숙명여대(담당 홍규덕 교수)와 함께 지난 3월부터 시행 중이다.

 지난달 18일 강의를 한 한인권 한스병원장은 의료시설 지원을 위해 찾았던 북한 의료 현장을 소개했다. 그는 “북한 의사들은 가장 복잡한 심장기형을 갖고 태어난 아기도 수술할 수준은 갖췄으나 시설과 장비, 약품이 없어 의사가 자녀의 결핵약을 구하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같은 날 이국종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장은 “의료는 사람의 손이 닿는 분야여서 남북 간 교류 협력 때 긍정적인 파급효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달 1일 강의에서 박광호 한국농수산대 교수는 “북한을 방문해 3년간 벼농사 기술지원을 해보니 북한도 기계화와 관련, 교육을 하면 압축성장이 가능하겠다는 판단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양창석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감사는 “남성들은 시장에서 일을 하지 못하는 반면 북한 여성들이 장마당에 진출하면서 자본주의에 눈을 뜨고 있다”고 소개했다.

 학생들도 스토리 위주로 풀어가는 강의 스타일에 만족해했다. 김예진(미디어학부 2학년)씨는 “과거에 들은 북한 관련 강의는 이론이나 책 위주였는데 이 과목은 북한 주민들의 생활을 체험한 분들이 직접 설명해줘 신기하다”고 말했다. 정예은(교육학과 1학년)씨도 “강의가 생생하다. 이국종 아주대병원 교수님이 들려 주신 북한 군인 치료 경험담은 매우 흥미로웠다”고 했다.

 강좌는 젊은이들이 북한을 알아야 통일이 가능하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황선혜 숙명여대 총장은 “박근혜 대통령도 청년들이 나서 통일을 연구하고 남북 간 벽을 허물 길을 찾는 데 동참해 달라고 말했는데 이 강의가 롤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1090운동 이사인 박보균 중앙일보 대기자(부사장 대우)는 “북한 알기를 통해 젊은 세대의 지적 상상력을 자극해 자연스럽게 통일에 대한 관심을 높이자는 신개념 통일·북한 교육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이배용 전 이화여대, 이영선 전 한림대, 최현섭 전 강원대, 김영래 전 동덕여대, 이원복 덕성여대 총장도 북한의 역사·산림 등 다양한 주제로 학생들과 만나고 있다. 지난달 25일 ‘진짜 먼나라 이웃나라, 북한’을 강연한 이원복 총장은 “현재 요아힘 가우크 독일 대통령과 메르켈 총리가 모두 동독 출신인데 통일이 되면 우리는 북한 출신 대통령을 인정할 수 있겠느냐. 유연한 사고가 통일의 열쇠”라고 강조했다.

글=김성탁·천인성 기자 sunty@joongang.co.kr
사진=신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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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