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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안상수 청문회'로 잃어버린 것들

1987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당시 담당 검사였던 안상수 창원시장(뒷줄 왼쪽)이 지난 7일 국회에서 열린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앞줄) 인사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허 진
정치국제부문 기자
“내가 국회의원 16년을 했는데 이런 청문회는 처음 봤다. 무슨 ‘안상수 청문회’를 하느냐.”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 다음날인 8일 안상수 창원시장의 말이다. 한나라당 대표와 4선 의원을 지낸 안 시장은 1987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의 진실을 파헤친 검사다. 그런 그가 인사청문회 증인으로 불려 나와 5시간 넘게 청문위원들에게 추궁당했다.

 야당이 집요하게 물고 늘어진 건 “진실을 밝혀낸 주역은 안 시장이 아니라 최환 당시 서울중앙지검 공안부장이었다”는 걸 전제로 안 시장과 박 후보자가 포함된 당시 검찰 수사팀이 사건을 축소·은폐하는 데 동조하거나 묵인했다는 가설이었다. 안 시장의 공(功)을 들어내면 박 후보자의 ‘대법관 자격’도 뺏을 수 있다는 논리적 계산이었다. 박 후보자가 당시 권력의 외압이나 안기부가 주도한 관계기관대책회의 등 핵심 쟁점에 대해선 “아는 바가 없다”고 회피한 것도 안 시장으로의 쏠림에 영향을 줬다.

 하지만 그 정도가 과했다. 개회 후 14시간 중 정회를 제외하면 청문회의 절반에 가까운 시간을 안 시장 추궁에 할애했다. 직접 질의하지 않는 게 관례인 인사청문위원장(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의원)까지 나서 질문하는 풍경도 벌어졌다. 공세가 계속되자 안 시장은 95년 자신이 쓴 『이제야 마침표를 찍는다』를 들어 보이며 “박종철 열사의 부친께서도, (추가 공범의 존재를 폭로한) 정의구현사제단의 김승훈 신부도 (내 역할을) 높게 평가했다”며 “28년 전의 시대 상황에서 일어난 일을 완전하게 민주화가 이뤄진 이 시점에서 평가하면 왜곡될 수 있다”고 항변했다.

 암울했던 군사독재 시절의 비인간적 만행과 치부가 세상에 알려지는 과정에 대해선 역사학계의 치열한 논쟁이 더 필요할지도 모른다. 얼마든지 바꿔 쓸 수 있는 게 역사다. 하지만 몇몇 의원이 윽박지른다고 금세 바뀌지 않는 게 역사다. 청문회가 끝나고 확인된 건 대법관 공백 50일 동안 야당이 박 후보자의 대법관 자격을 박탈할 ‘스모킹 건(결정적 증거)’을 못 찾았다는 것이다. 반대가 절실했다면 더 치열하게 ‘팩트(사실)’를 찾았어야 했다.

 안타깝게도 ‘안상수 청문회’로 변질되는 동안 청문위원들은 박 후보자의 법관 자질을 제대로 따지지 못했다. 부정청탁금지법(김영란법)이 탄생하는 결정적 계기가 된 사법부의 ‘벤츠 여검사’ 무죄 판결, 국민의 60% 이상은 존치를 원하지만 사문화된 사형제도 등 거론조차 되지 않았다. 여야는 8일 청문회 기간을 연장하는 문제로 옥신각신했다. 대법관 공백이 더 길어질 가능성도 크다. ‘안상수 청문회’와 대법관 공백의 장기화를 역사는 어떻게 평가할까.

허진 정치국제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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