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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중국 부상에 대처할 최선의 헤징 전략은

박 진
한국외국어대 석좌교수
(사)아시아미래연구원 이사장
중국의 부상이 괄목할 만하다. 시진핑 주석은 최근 하이난섬 보아오포럼에서 중화 부흥을 위한 육해상 실크로드인 일대일로(一帶一路) 구상을 천명하면서 2020년까지 동아시아 경제공동체 건설을 주창했다. 역시 중국이 주도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도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유럽·중동 등 48개국이 창립멤버로 가입하면서 미국과 일본이 주도하던 국제 금융 질서에 새로운 변혁을 가져왔다.

 최근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북미아시아학회 연차 총회에서 중국의 부상에 따른 미·중 관계의 변화와 헤징 전략에 대해 전문가 토론이 있었다.

헤징은 원래 ‘울타리 치기’라는 뜻의 금융 용어로 현물 가격 변동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투자 손실을 줄이기 위한 위험 분산 전략을 의미한다.

최근에는 아시아와 유럽 국가들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경제·정치·안보 등 국가 이익을 극대화하고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한 외교 전략에도 차용되고 있다. 국제 정치 상황이 불확실하고 걸린 이익이 높을수록 국가들이 헤징할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 헤징은 궁극적인 해결책은 아니지만 불확실성에 대처하기 위한 최적의 이성적 판단이다.

 이번 토론에서는 헤징의 일곱 가지 유형이 논의되었다. 먼저 편승(bandwagoning)과 균형(balancing)의 양극단 전략이 있다. 편승은 부상하는 중국에 지정학적으로 의존하는 것이고, 균형은 중국의 과도한 영향력 행사를 상쇄시키는 것이다. 양극단 사이에 다섯 가지 헤징의 유형이 있다.

즉 제한적 편승(limited bandwagoning)은 중국과 선택적으로 의존 또는 협력하는 것이고, 구속적 연계(binding engagement)는 중국과 양자 또는 다자간 서로 구속하는 상호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다. 그리고 경제적 실용주의(economic pragmatism)는 중국과 직접적인 경제 협력을 통해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또한 지배거부(dominance denial)는 지역적인 정치적 균형을 통해 중국에 복종하는 정치적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간접균형(indirect balancing)은 중국을 명시적으로 겨냥하지는 않지만 군사적 동맹이나 군비 증강을 통해 안보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전략이다. 이러한 상대적 유형들은 헤징의 강도에 따라 강한 헤징과 약한 헤징으로 나누어진다.

 예를 들면 호주는 글로벌 초강대국인 미국과 동맹을 강화하고 중국을 견제하는 강한 헤징 전략을 취하고 있다. 중국은 호주의 최대 경제 파트너이지만, 호주는 민주주의 가치와 문화를 공유하는 미국·일본·인도 등과 정치·안보 협력을 강화함으로써 장기적 국익을 추구하고 있다.

인도 역시 안보 면에서 미국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강화하면서 중국에 대해 정치·군사적으로 강한 헤징을 하고 있다. 인도는 중국과 인구 25억 명이 넘는 ‘친디아 경제권’을 형성하면서 전략적으로는 중국과 파키스탄을 견제하고 있다.

 동남아 국가들도 중국과 경제 협력을 확대하고 있지만, 말레이시아의 약한 헤징에 비해 인도네시아와 싱가포르는 중국에 대한 간접균형을 위해 상대적으로 강한 헤징을 하고 있다.

필리핀과 베트남도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영토 확장에 대한 강한 헤징을 통해 미국의 재균형 정책에 호응하고 있다. 일본 역시 동중국해에서 중국과 첨예한 영토 분쟁을 벌이면서 미국과의 동맹 강화와 집단적 자위권 도입으로 강한 헤징을 하고 있다.

 한국은 동북아에서 동맹국인 미국과 전략파트너인 중국 사이에서 민감한 선택을 해야 하는 입장이다.

한국이 호주, 인도, 아세안 국가들과 함께 중국이 주도하는 AIIB에 가입한 것은 경제적 실용주의에 따른 바람직한 선택이다. 중국의 신실크로드 전략과 한국 기업들의 프로젝트 참여 가능성을 감안할 때 연미화중(聯美和中) 차원에서 우리의 경제적 국익에 도움이 된다.

그러나 중국은 더 나아가 안보 차원에서 한국의 탈미연중(脫美聯中)을 추구하고 있다. 이 점에서 한·중 간의 시각차가 크다.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 문제는 한·미 동맹과 국가 안보 차원에서 다루어야 할 중요한 문제다.

 사드 문제는 악화되는 북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응키 위한 우리의 냉철한 국가 안보적 판단이 핵심이다. 사드는 중국을 겨냥한 공격무기가 아니라 북한을 겨냥한 방어무기다. 중국이 북한에 식량과 에너지를 계속 공급하면서 북한의 대량살상무기를 방어하기 위한 자구적 보완 조치를 반대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다만 중국의 오해와 반발을 해소키 위해 사드 레이더의 방향과 탐지 거리를 기술적으로 조정하면 된다. 한국은 지난번 중국의 일방적 방공식별구역 선포에 맞대응하면서 국익 차원에서 지배거부라는 강한 헤징을 한 바 있다. 사드 문제를 놓고 고난도 해법을 모색하는 우리 정부에 참고가 됐으면 한다.

박진 한국외국어대 석좌교수·(사)아시아미래연구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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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