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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슬라바야, 하늘에서 한껏 헤엄치렴

강주안
디지털 에디터
네가 예슬이구나. 시연이도 있네.



 침몰한 세월호에서 건져낸 휴대전화 동영상에서 본 너희들은 “뭔 소리야, 살 건데”하며 친구를 달래면서도 표정엔 불안함이 묻어났다.



 서울 광화문광장에 있는 사진 속 얼굴들은 밝아서 더 곱구나.



 너희들은 나를 모르겠네. 아저씨는 중앙일보 기자고, 1년 전 너희들을 앗아간 참사가 일어났을 땐 JTBC에서 일하며 마음 아픈 뉴스를 만들어야 했다.



 시연이가 아빠 품으로 돌아오던 날이 생각난다. 메인 뉴스 첫 머리에 시연이 아빠(김중열씨)와 생방송 연결을 할 예정이었는데 뉴스 직전 현장 기자에게 전화가 왔다.



 “ 큰일났습니다. 김중열씨 연결 못합니다.”



 “무슨 소리야. 장비 고장이야?”



 “아뇨, 딸 시신이 나왔답니다. 지금 선착장에 가야 합니다.”



 ‘방송 사고’라는 생각에 뉴스 스튜디오에 앉아 있던 손석희 앵커에게 달려갔다.



 “큰일났습니다. 김중열씨 연결 못합니다.”



 “왜, 무슨 문제가 있나?”



 “시연이 시신이 방금 나왔답니다. ”



 손 앵커는 잠시 나를 응시하더니 “알았다”면서 원고 쪽으로 고개를 숙였다. 카메라에 잡힐까봐 스튜디오에서 뛰어나왔고 뉴스가 시작됐다. 김중열씨 인터뷰를 못하게 됐다는 소식을 전하던 손 앵커가 말을 잇지 못하면서 결국 방송사고가 났다.



 시연이 아빠를 비롯해 많은 부모가 휴대전화에 남은 마지막 영상을 보내주셨다. 영상 속 너희들은 서로를 격려하고 구명조끼를 양보하며 웃으려 애썼다. 그게 더 마음 아팠다.



 러시아에서 온 친구 ‘슬라바’(세르코프 빌라체슬라브)도 보이더구나. 한때 수영선수를 꿈꿨던 슬라바마저 왜 못 나왔을까.



 스피커 소리가 들렸다. “단원고 학생과 선생님께 알립니다. 현재 위치에서 절대 이동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착하게 “네”라고 대답하는 너희들 목소리에 나는 화면을 깨고 들어가 “ 빨리 배를 빠져나가라”고 고함치고 싶었다.



 지난 일요일(5일) 너희 부모님이 영정사진을 들고 모인 광화문에 가봤다. 한 어머니가 울며 말했다. “1년쯤 가면 괜찮아질 줄 알았는데 더 힘들어요.”



 너희들의 장난기 가득한 얼굴들, 조금이라도 예뻐 보이려고 머리를 매만지고 폼 잡았을 저 사진들이 이렇게 쓰일 줄 상상이나 했을까.



 1년이 흐르는 동안 우리는 무엇을 했나. 엊그제(7일) 너희들을 버리고 달아났던 이준석 선장이 사형을 구형받았다. 배 바깥만 빙빙 돌던 해경은 해체됐다.



 그냥 그뿐이다. 어디선가 사고가 난다면 ‘안내 방송에 따르라’ 해야 할지, ‘방송과 정반대로 하라’고 말할지 아직도 나는 모르겠다.



 지금 이 땅에서 벌어지고 있는 어지러운 일들은 너희가 볼 수 없으면 좋겠다.



 당분간 여기는 잊고 마지막까지 힘이 됐던 친구들, 너희 곁을 지켜준 선생님들과 하늘나라에서 못다한 꿈을 한껏 펼치길 빌어본다.



강주안 디지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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