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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대체로 진실의 편'인 대법관 후보자

이상언
사회부문 차장
로마의 보르게세 미술관에는 ‘시간에 의해 베일이 벗겨진 진실’이라는 이름의 조각상이 있다. 바로크 시대의 조각가이자 건축가인 조반니 로렌초 베르니니(1598∼1680)의 작품이다. 벗겨진 장막 앞으로 여인의 나신이 드러나는 형상이다. 그리스·로마 신화 속 진실의 신 ‘베리타스’를 상징한다. 그런데 이 작품에는 거짓의 베일을 벗겨내는 ‘시간’이 등장하지 않는다. 미완성작이기 때문이다. 거장 베르니니는 이 조각상 위에 시간을 상징하는 조각물을 설치하려 했으나 후원자의 사망 등으로 인해 뜻을 이루지 못했다. 그가 작품을 완성했다면 시간의 신 ‘크로노스’가 장막을 걷어내는 모습이 더해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베르니니는 성베드로 성당 건축에 참여했을 때 경쟁자들로부터 받은 비난 때문에 이 조각상을 만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간이 지나면 그 비판들이 모함이었다는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는 신념을 예술적으로 승화시키려 했다는 것이다.

 서양의 그림에는 크로노스가 베리타스를 구하는 장면이 종종 등장한다. 시간이, 더 거창하게는 역사가 진실을 드러낼 것이라는 믿음의 표현이다. 그러나 시간이 거짓을 들춰내거나 결백을 밝혀내는 일은 기대만큼 흔하지 않다. 세월이 흐르면 망각, 기억의 왜곡, 복잡해진 이해 관계 때문에 진실 추적이 힘들어지는 경우도 많다.

 7일의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청문회는 그가 검사로서 박종철 고문 치사 사건에 대한 수사에 참여했을 때 경찰의 사건 은폐·축소 시도를 알고 있었는지가 쟁점이었다. 여당의 의원과 증인은 “몰랐다”는 박 후보자의 말에 힘을 실어줬다. 반면 야당의 의원과 증인은 “모를 리 없는 상황이었다”고 주장했다. 하루 종일 이어진 공방 끝에 남은 것은 여전한 평행선이었다. 28년이라는 시간은 그의 결백을 입증해주지도, 비판자들의 주장을 증명해주지도 않았다.

 “박상옥 검사는 대체로 진실의 편에 서 있거나 서 있으려 했다.” 박 후보자의 검찰 선배인 새누리당 김회선 의원은 청문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고 박종철씨의 대학 동아리 선배였던 박종운(54)씨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당시의 수사 검사들이) 100% 진실의 편에 섰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는 전제를 깔고 했던 말을 인용한 것이었다.

 여야의 대립은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박 후보자는 대법관이 될 가능성이 크다. ‘대체로 진실의 편’보다 ‘100% 진실의 편’에 더 가까운, 시간이 진실을 밝혀주기를 고대하지 않아도 되는 판결이라는 숙제가 그를 기다린다.

이상언 사회부문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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