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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유승민 원내대표 연설, 합의 정치의 출발점 되길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의 어제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은 한국 정치의 진화 가능성을 보여준 사건이었다. 야당들이 이례적으로 반색하면서 후하게 평가할 정도였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보수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보여준 명연설이었다”(유은혜 대변인), “새누리당의 놀라운 변화, 유승민 대표의 합의의 정치 제안에 공감한다”(박완주 원내대변인)고 했고 정의당은 “새누리당의 환골탈태를 지켜보겠다”(김종민 대변인)며 기대를 보였다.

 유 원내대표의 연설이 호평을 받은 건 세금과 복지, 공무원연금 개혁, 세월호 갈등, 보육 예산 논란, 성장과 복지 등 갈등 이슈에 대해 보수 진영의 논리에서 탈피해 스스로 ‘진영 파괴적인’ 변화를 보였기 때문이었다. 유 원내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복지 공약과 관련, “134조5000억원의 공약 가계부를 더 이상 지킬 수 없다는 점에 대해 반성한다.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임이 입증됐다”고 고백했다. 야당조차 “집권여당 (원내)대표로서 용기 있는 진단”이라고 평가했을 정도다. 그는 이어 “지금의 저부담-저복지로는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고 공동체 붕괴를 막기에 부족하기 때문에 중부담-중복지로 가야 한다”며 “보수가 복지를 말하기 시작했고 진보가 성장을 말하기 시작한 건 우리 정치의 진일보”라고 평가했다.

 유 원내대표의 연설이 주목받는 건 패거리 싸움의 중단, 이른바 “진영의 창조적 파괴”를 들고 나왔기 때문이다. 한국 정치가 후진성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국가 경쟁력의 발목을 잡는 장애물로 작용하게 된 건 고질적인 진영논리 때문이다. 상식과 합리는 뒷전으로 밀리고 보수냐 진보냐, 어느 당이냐에 따라 찬반과 진영이 나뉘는 일이 되풀이되면서 우리 사회는 좀처럼 침체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진영은 본질이 독재와 똑같다”는 유 원내대표의 지적에 공감이 간다. 그는 “어느 당 소속이란 이유만으로 개인의 소신은 집단의 논리에 파묻히고 진영의 논리에 빠져 반대를 위한 반대를 일삼았다”며 “의원 개개인이 헌법기관인 국회에서 여야가 당론투표를 강요하는 일, 여당이 정부와 청와대의 거수기 역할만 해오던 부끄러운 일들이 진영싸움 때문에 일어났다”고 반성했다.

 유 원내대표는 연설 후 본지 전화 통화에서 “의원들을 최대한 설득하고 권고는 하겠지만 가급적 당론투표에 얽매이지 않게 하겠다”고 말했다. 이 말이 정치적 수사에 그치지 않으려면 스스로 환골탈태하는 실천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경우에 따라선 표를 잃을 각오도 해야 한다는 얘기다. 야당 역시 진영논리를 벗어나기 위한 노력에 힘을 보태야 할 것이다.

 좌파 정권이던 독일의 슈뢰더 전 총리는 지지세력의 반대를 무릅쓰고 노동개혁 등 우파 정책을 폈다. 자신은 정권을 뺏겼지만 오늘날 독일의 경제적 부흥과 영광을 가져다준 역사적 교훈을 한국의 정치인들도 되새겨야 할 것이다. 유 원내대표의 연설을 계기로 여야가 스스로를 가둬놓았던 경계를 허물고 상대를 인정하는 합의의 정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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