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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법" 추궁하자, 동료 의원들 "자기가 발의해놓곤 … "

2014년 11월 14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법안심사소위. 새누리당 이노근 의원이 대표발의한 ‘국토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안’이 상정됐다. 도심생활권이나 노후화된 주거지역을 ‘입지규제 최소구역’으로 지정해 건물 등을 보다 쉽게 지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다만 그 권한을 시·도지사가 가지면 부작용이 생길 수 있으니 당분간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정권을 갖다가 1년 뒤 시·도지사에게 넘겨주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새누리당 소속 김성태 소위원장이 소위 위원들에게 의견을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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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누리당 김희국 의원=“정부가 규제 때문에 시설투자를 못하는 지역의 문제 해결을 위해 이 법안을 제의했는데….”

 대표발의자는 이노근 의원인데 김 의원은 “정부가 제안했다”고 표현했다. 정부가 의원에게 의뢰한 ‘청부입법’이라는 실토였다. 이어진 의원들의 질의도 이 의원 대신 김경식 국토부 차관에게 몰렸다. 발의자인 이 의원에게 발언권이 넘어갔다. 이 의원이 김 차관에게 물었다.

 ▶이 의원=“(시·도지사에게 권한을 넘기는 기간을) 1년으로 한 건 원천적으로 잘못됐어요.”

 자신이 발의한 법안을 차관에게 묻고는 “원천적으로 잘못됐다”고까지 하자 의원들의 핀잔이 쏟아졌다.

 ▶새정치민주연합 이미경 의원=“이노근 의원님, (본인이 낸) 법인데 왜 자꾸 질문하세요?”

 법을 낸 의원이 내용을 몰라 벌어지는 웃을 수도 없는 청부입법 실태는 국회 속기록 곳곳에 기록돼 있다.

 2012년 11월 21일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심사 소위에선 비정규직 남용을 막기 위한 ‘고용정책기본법 개정안’을 심의했다. 새누리당 이한구 의원은 그해 5월 30일 고용정책기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김성태 소위원장=“(개정안 이전의) 지난번 것은 정부안이지요?”

 ▶새누리당 이종훈 의원=“(그게 아니라) 이한구 의원.”

 ▶새정치연합 한정애 의원=“말이 이한구 의원안이지 정부안이었잖아.”

 ▶김 위원장=“그때도 우리가 참, 말이 이한구 의원이지 제가 대표발의하려고 했는데 (이 의원에게) 뺏긴 법안입니다.”

 이 의원은 당시 원내대표였다. 이 의원 안은 환노위를 거쳐 법사위에 계류된 상태였다. 이 법안은 다음 날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청부입법을 드러내 놓고 인정하는 국회의원은 거의 없다. 하지만 의원들 간 대화에서 보듯 의원들 끼리는 해당 법안이 순수한 의원 입법인지 청부 입법인지 대부분 안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회의록엔 이런 대목도 등장한다.

 2014년 11월 21일.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 전체회의에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이 올라왔다. 휴대전화 제조사들에 감청장비를 의무적으로 갖추도록 하는 내용이다. 대표발의자는 새누리당 서상기 의원이었다.

 ▶새정치연합 유승희 의원=“국민의 휴대전화를 상시 감시하는 법을 또 내놨습니까. 택도 없는 법입니다.”

 ▶윤종록 미래부 차관=“말씀의 취지는 공감하지만 범죄 수사하는 데 필요하다고 봤을 때….”

 ▶유 의원=“내놓을 수 없는 법을 또 의원 발의로 했어요. 정부법안이 아니지 않습니까. 왜 정부가 이렇게 적극적으로 옹호합니까.”

 윤 차관은 유 의원의 추궁에 제대로 대꾸하지 못했다. 이 법안은 지금도 미방위 법안소위에 회부만 된 뒤 논의가 진전되지 않고 있다.

◆특별취재팀=강민석(팀장) 강태화·현일훈·이지상·김경희·안효성 기자 ms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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