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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해본 콩닥콩닥 로맨스 … 늙어서 이런 영화 찍으니 좋네요

‘장수상회’에서 성칠 역을 맡은 박근형. 장수마트의 모범 직원이자 까칠한 노인이던 성칠은 금님(윤여정)을 만나고 달라진다. 박근형은 “오랜만에 로맨스 연기라 설렜다”고 말했다. [사진 전소윤(STUDIO 706)]
70대에 이보다 더 바쁜 배우가 또 있을까. TV를 틀었다 하면 박근형(75)이 나온다. 드라마 ‘앵그리맘’(MBC)과 올해 2월에 촬영하고 돌아온 ‘꽃보다 할배-그리스편’(tvN)이 한창 방영 중이다. 지난달 주말드라마 ‘전설의 마녀’(MBC)가 종영했기에 이 정도다. 박근형은 요즘 ‘바쁘다 바빠’라는 말을 달고 산다고 했다. “신인 때 방송국에 가면 PD들이 복도를 지나다니면서 늘 그 말을 했어요. 저 사람들은 어째 맨날 저러나 싶었는데 요즘은 내가 그러네요.”

 그런 그가 ‘장수상회’(9일 개봉, 강제규 감독)로 스크린까지 접수하러 나섰다. 박근형이 연기한 성칠은 ‘꽃할배’에서 보여준 친근하고 소탈한 모습과는 영 딴판이다. 아침에 눈을 떠서 저녁에 잠들 때까지 성질을 이기지 못하는 ‘버럭 노인’이다. 동네 사람 모두가 그 앞에선 쩔쩔매는데, 성칠의 앞집에 금님(윤여정)이 이사 온다. 성칠은 자신에게 늘 상냥하게 대하고 급기야 데이트까지 신청하는 금님 덕에 설레는 하루하루를 보낸다.

 박근형은 “이 영화를 만난 것은 내겐 더할 나위 없는 행운”이라고 말했다. “젊은 시절 연극 학도로 돌아간 기분으로 열심히 연기했어요. 명색이 주인공인데 ‘너 때문에 망했어’ 소릴 들을까봐요.” 상대역 윤여정(68)과는 1971년 TV 드라마 ‘장희빈’(MBC)에서 숙종과 장희빈으로 만난 적이 있다. 두 사람은 ‘고령화가족’(2013, 송해성 감독)에서 자식들 몰래 만남을 지속하는 커플을 연기하기도 했지만, 당시 박근형의 비중이 크진 않았다. 이번 영화는 진정한 반세기 만의 로맨스 재회인 셈이다. 박근형은 촬영 현장에서 윤여정에게 ‘윤종달’이라는 별명을 지어줬다고 했다. 작은 종달새처럼 재잘재잘하는 모습이 귀여워서였다. “윤여정은 예나 지금이나 총명하고 예쁜 배우”라는 게 그의 말이다.



 ‘장수상회’는 고집불통 노인 성칠에게 찾아온 귀한 사랑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고, 가족 간의 가슴 뭉클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깜짝 놀랄 반전도 있다. 극의 후반에 숨겨져 있던 비밀이 밝혀지면서부터 관객은 눈물을 훔치게 된다. 표정 하나하나에 세월의 깊이를 담는 박근형의 연기가 빛을 발하는 대목이다. 박근형은 이 영화가 “가족의 사랑에 관한 작품”이라며 “아내에게 제일 먼저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장수상회’의 한 장면. 성칠과 금님은 놀이공원에서 황혼의 로맨스를 즐긴다. [사진 CJ E&M]
 “우리 부모도 극 중 대사와 똑같은 말씀을 하셨어요. 자식은 가슴에 박힌 돌덩이라 안고 가야 한다고. 그리고 늙어 혼자되면 자식에게 짐이라고. 어느새 나도 절실하게 공감하게 된 이야기지요. 나는 이 영화가 세대 간 소통 법을 알려준다고 생각해요. 보고 나면 인성이 살아나게 해주는 영화라고 할까요.”

 박근형은 “젊어서는 기생오라비 같은 역할도 했는데 나이 먹어서 이런 영화 찍으니 좋다”며 웃었다. 그러다가도 국내에서 노년의 이야기를 다룬 실버 영화가 활발하게 만들어지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아쉬워했다. 그는 “‘장수상회’가 신호탄이 된다면 더할 나위 없다”고 말했다. “문화도 편식이 문제입니다. 단순히 인기 있는 젊은이들 얘기로 외국에 갖다 팔기 좋은 상품으로만 접근하면 문화가 성장을 못 해요. 중·장년 배우들을 늙었다는 이유로 무시하고 안 쓸 게 아니라 그들의 노하우를 빌려 다양한 작품을 만들었으면 좋겠어요. 그게 진정한 문화 창조겠죠. 알고 보면 우리나라에 좋은 배우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박근형의 오랜 꿈은 고향(전북 정읍)에 연기 학당을 짓는 것이다. 학생들을 모아놓고 함께 생활하면서 좋은 작가와 배우를 직접 길러내고 싶다는 바람이다. 그는 “아이들과 시원한 그늘에서 연극 희곡 읽으며 얘기 나눌 날을 기다린다”고 했다. 그런 소중한 꿈도 있지만, 박근형의 가장 큰 바람은 뭐니 뭐니 해도 “오래 연기하는 것”이다. “사람들에게 좋은 연기로 보답하고 싶습니다. 사람들이 나를 그만 불러줄 때까지 계속 연기해야죠. 나만의 방식대로, 독창성을 가지고. 제게 은퇴란 없습니다.”

이은선 기자 haroo@joongang.co.kr
[영상 유튜브 CJ Entertainment Official 채널]

★ 5개 만점, ☆는 ★의 반 개

★★★(강성률 영화평론가) : 정체성 혼란이 끝나면 신파적 멜로 코드로 눈물을 자극하는 강제규 영화의 여전한 공식. 노년 세대의 문제를 다뤘다는 장점과 새롭지 않다는 단점, 그 사이 어딘가에 위치한 영화.

★★★(김효은 기자) : 로맨틱 코미디에서 절절한 신파로 넘어가는 한국형 휴먼 드라마 공식은 그대로다. 하지만 박근형과 윤여정의 아름다운 하모니를 보는 것만으로도 극장에 갈 이유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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