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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흔든 시 한 줄] 김홍신 소설가

얼음 위에 댓잎 자리를 보아

임과 나와 얼어죽을망정

정 둔 오늘 밤 더디 새오시라

더디 새오시라

- 작자 미상, ‘만전춘’ 중에서


오직 사랑이 인생을 구원한다
청춘을 흔든 지독한 사랑시


고려가요 ‘만전춘’의 첫 구절이다. 성윤리가 엄격했던 조선과 달리 고려는 개방적이었고, 고려가요 역시 남녀의 정념으로 넘친다. 대학에 갓 입학하고 지도교수님께서 문학을 하려면 사랑을 알아야 한다며 이 시를 읊어주셨다. 안 그래도 한창 사랑에 몰두할 나이고 시를 써도 사랑, 이별, 아픔을 쓰던 때다. 그 사랑이 얼마나 지극하고 애잔한지 ‘얼음 위에 댓잎 자리를 보아’로 시작하는 첫 구절부터 홀딱 반해버렸다. 사랑 한번 제대로 해보고 죽는 게 사람답게 사는 것이라는 생각도 했다.

 요즘 온라인(‘카카오페이지’)으로 연재 중인 소설 ‘단 한 번의 사랑’의 모티브가 된 시이기도 하다. 사실 2007년 10권짜리 역사소설 『대발해』를 마친 후 나는 끔찍한 후유증을 겪었다. 공황장애와 불면증, 요로결석에 나중엔 얼굴 관상까지 변했다. ‘신인간시장’ 시놉시스를 쓰기도 했지만 소설 쓰는 게 무서웠다. 다시는 소설을 못 쓸 것도 같았다. 어느 날 거짓말처럼 이 구절이 떠올랐고, 죽기 전에 진저리 치는 사랑 얘기를 한번 써보자 싶었다. 오랜만의 사랑 소설이다. 마지막 장면도 여주인공이 이 구절을 읊는 것으로 끝난다.

김홍신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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