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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수의 은퇴 팁] 퇴직한 남편, 요리는 필수

서명수 객원기자
우리나라에서 요리는 전통적으로 여성의 몫이다. “사내 녀석이 부엌에 들어오면 큰일난다. 결혼해서도 부엌엔 얼씬도 하지 말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하지만 이는 그야말로 옛말이 돼 가고 있다. 금남의 영역이었던 부엌에서 앞치마를 두르고 요리를 만드는 남자의 모습이 전혀 어색하지 않는 시대다. 아내와 자녀를 위해 학원에서 요리수업을 받는 아빠들이 자주 목격된다. 은퇴자에게 요리법을 가르쳐주는 지방자치단체도 많다.

 올들어 ‘요리하는 남자’의 열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그 열풍의 진원지는 방송 등 매스컴이다. ‘쿡방(요리를 뜻하는 쿡과 방송의 합성어)’이 대박을 쳤고, 요리를 할줄 아는 남자텔런트는 귀하신 몸이 됐다. 요리 프로가 인기를 끈 것은 사람 속에 내재돼 있는 요리본능을 일깨운 때문이라고 한다.

 여성들은 요리하는 남자에 꽂힌다는 주장도 있다. 정신과 의사들은 요리하는 남자가 여성들에게 편안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는 기대를 갖게 한다고 분석한다.수렵채집사회 때 고기와 같은 양질의 단백질과 지방은 남성이 짐승이나 물고기를 잡아 요리를 통해 여성에게 제공한 전통과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요즘 은퇴한 남자에 관한 유머에는 모두 ‘밥’이 들어간다. 집에서 밥을 세끼 모두 차려 먹는 남편을 ‘삼식이’라며 아내가 가장 꼴볼견으로 여긴다고 한다. 그래서 은퇴후 밥타령만 하다간 밥상 대신 이혼청구서를 받기 십상이라는 웃지 못할 얘기도 있다. 어쩌면 은퇴한 남자에게 요리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할 수 있다. 맛깔나는 요리 솜씨로 평생 고생한 아내에게 밥상을 차려준다면 근사한 남편이 되지 않을까. 부부의 행복은 아주 사소한 것에서 나온다.

서명수 객원기자 seom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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