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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인 음악, 전공인 건축 엮어 길을 열었다

음향 진단 기기로 가득찬 아키사운드 임우승 사장의 사무실. 임 사장은 자신이 좋아하는 ‘소리와 건축’ 두 가지로 승부를 걸었고 창업에 성공했다. [사진 기업은행]

‘궁지에 몰릴 때 도망가기보다 돌아서 맞서라.’ 국내에선 생소한 음향 진단·설계·관리를 전문으로 하는 회사 아키사운드 임우승(43) 사장의 좌우명이다. 창업부터 그랬다. 2009년 12월 부친이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마음의 준비도 못한 채 어머니와 가족 모두를 책임지는 가장 자리를 떠맡았다. 마침 맞벌이를 했던 부인마저 육아를 위해 전업주부가 됐다. 사업을 준비하고 있었어도 포기해야 했을 때 임 사장은 다니던 회사에 사표를 던지고 2010년 10월 창업했다. 미국·일본에선 이미 전문 분야로 정착돼있지만 음향 진단·설계는 국내에선 낯설었다.

 더욱이 당시만 해도 건설업계에 찬바람이 불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이 실패하면서 중견 건설사가 줄줄이 넘어갔다. 건축 설계 주문도 급감하던 때에 건축 음향이란 생소한 분야로 승부를 보려는 그를 무모하게 보는 이가 많았다. 그러나 그의 생각은 달랐다. 임 사장은 “오히려 현실적인 선택이었다”고 받아 친다. “한국에서 발전이 안 된 분야라고 비관적으로 볼 게 아니었다. 아직 초보단계이기 때문에 성장할 여지는 더 컸다. 건설 경기가 어렵다지만 바닥에서 기대치를 낮춰 시작할 수 있었다. 혼자 회사를 다녀 버는 월급으로는 가족 부양이 어렵다는 점도 창업의 이유 중 하나였다.”

 임 사장은 어릴 때부터 음악을 좋아했다. 로커가 되는 게 꿈이었다. 그러나 부모님은 결사반대였다. 음악에 대한 열정은 취미로 돌렸다. 대학을 진학해 건축공학을 전공했다. 건축 환경 수업을 들으며 빛과 소리, 물을 배웠다. 그의 관심은 당연히 소리였다. 졸업반이던 시절 전문 분야로서 건축 음향을 접했다. 임 사장은 “새롭고 충격적이었다. 이 분야를 개척하고 싶다는 마음을 그때 먹었다”고 말했다. 대학 졸업 후 건축 설계 회사에 들어가 일하면서도 자신의 전문성을 키워나갔다. “건축 음향 분야에 뛰어든 지 이제 17년째다. 12년째 되던 해 자신의 회사를 열었을 뿐”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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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피커를 떠난 음향은 100% 귀에 닿지 않는다. 벽과 바닥의 크기·소재·두께는 물론 책상·의자·등 심지어 화분까지 소리의 경로와 품질을 바꿔놓는다. 공간의 목적과 특성에 최적화한 음향이 나올 수 있도록 진단, 설계부터 사후 관리까지 해주는 기업이다.” 그는 내심 자신이 있었다. 그러나 창업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생소한 분야이기도 했거니와 거래 실적이 전혀 없는 그에게 큰 프로젝트를 맡길 회사는 없었다. 바닥부터 다져나갈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도 이익을 따지지 않았다. 일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갔다. 그렇게 실적이 쌓이고 단골이 생기자 큰 일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는 “고객은 회사를 가리지만 회사는 절대 고객을 가려선 안 된다. 큰 일, 작은 일을 가리지 말라는 철칙을 이때 세웠다”고 설명했다.

 그래도 기껏 자재와 인력을 투입했는데 거래업체가 부도 나는 일은 피할 수 없었다. 매년 한두 건 거래업체가 부도를 낼 때마다 그의 회사도 휘청거릴 수밖에 없었다. 등락이 심한 건축산업의 숙명이기도 했다. “돈을 잃고 팀원(그는 직원이란 말 대신 팀원이란 단어를 쓴다)의 노력을 허비하는 건 다음으로 치더라도 다른 일을 하지 못했다는 기회비용이 가장 아까웠다”며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결심을 했고 촉각을 세웠다”고 말했다.

 아픈 경험 덕에 망하지 않는 회사와 망할 위험이 큰 회사를 구분하는 나름의 시각이 생겼다. “오너의 책임감이 흥망을 가르더라. ‘싸게 해주면 다음에 더 큰 주문을 안기겠다’며 노골적으로 덤핑을 요구하는 회사는 꼭 나중에 문제가 생겼다. 회사가 무너지더라도 오너가 책임감 있게 끌어가면 결국 돈을 갚고 회사를 일으키는 걸 봤다.” 임 사장 스스로에게도 해당하는 교훈이었다. “저도 그랬고 젊은 나이에 창업하려는 사람은 많다. 하지만 경험은 나이를 불문하고 창업의 가장 중요한 바탕”이라며 “경영의 시작인 영업, 계약부터 끝이라 할 수 있는 수금까지 몇 번을 반복해본 뒤 창업하길 바란다”고 그는 강조했다.

 서울 강남구에 있는 아키사운드의 작은 사장실엔 음향기기가 가득했다. 임 사장은 곧 사무실을 넓혀 이사를 간다고 했다. ‘2012년 핵안보정상회의’ 건축 음향 컨설팅을 비롯해 롯데, 삼성 같은 대기업으로부터 굵직굵직한 사업도 따내고 완수해 내면서 이름을 알리는 중이다. 그는 “회사가 성장하기도 했지만 국내에서 건축 음향이란 신세계를 개척한 선구자란 자부심이 더 큰 보람”이라고 말했다.

  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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