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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인턴 '나청년'씨의 눈에 비친 이상한 법

멀게 느껴지지만 우리 삶 가까이 있는 게 국회를 통과한 법이다. 때론 이상한 법들이 등장해 ‘내 생활’을 옥죈다. 가상의 법과대학 휴학생 ‘나청년’의 하루를 살펴봤다.



심층진단 대한민국 국회의원 ② 무책임한 국민정서법

내 학자금 대출 때문에 회사가 과태료 물다니 …



# 오전 7시20분 인턴으로 일하게 된 회사로 가려고 자전거를 지하철역 앞에 세웠다. 입구에서 노숙자가 구걸하고 있었다. 얼마 전 본 기사가 생각났다. 경범죄처벌법 개정안에 따르면 통행에 방해되는 구걸 행위는 10만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 한다. 근데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었다. ‘구걸하는 사람이 무슨 수로 벌금 10만원을 낸담. 왜 국회는 그런 법을 만들었을까’.



# 오전 9시10분 “나청년씨는 젊은 사람이 빚이 많더만.” 회계부장이 직원들이 보는 가운데 다 들으라는 듯 한마디했다. 얼굴이 달아올랐다. 빚이란 다름 아닌 학자금 대출이었다. 학자금 대출금은 매달 월급에서 공제된다. 2010년부터 시행된 ‘취업 후 학자금 상환 제도’(취업 후 학자금 상환 특별법) 때문이다. 학자금 대출을 받으면 소득이 생길 때부터 상환 의무가 생긴다. 대출받기 쉬워져 돈빌렸는데 이자율이 낮지도 않아 부담이 크다. 게다가 회사는 나 같은 직원들을 위해 매월 채무 상환 신고를 해야 하고 상환금 명세서까지 작성해야 한다. 실수로 상환 신고를 안 하거나 미납 시엔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도 물어야 한다. 이런 번거로움 때문에 학자금 채무자의 채용을 기피하는 경우도 있다.



초등생 무상급식도 논란인데 대학생까지?



# 낮 12시~오후 1시 식당에서 점심을 먹는데 경상남도에서 초등학교 무상급식을 중단한다는 뉴스가 나왔다. 학교급식 대상을 대학생까지 늘린다는 법안(학교급식법 개정안)을 새누리당 황영철 의원이 냈다고 해서 친구들과 “우리도 급식 먹게 생겼다”며 웃은 적이 있다. 대학생은 무상급식을 하고 초등학생들은 중단한다니.



니코틴 안 넣고 전자담배 피우는데 웬 과태료



# 오후 1시30분 점심 먹고 지하철역 주변에서 새로 산 전자담배를 물었다. 국민건강증진법상 금연구역 에서 담배를 피우면 과태료 부과 대상이다. 구청 단속반원이 다가와 과태료를 내야 한단다. 니코틴이 포함된 액상을 넣은 전자담배는 담배사업법상 담배다. 하지만 억울하다. 내 건 니코틴이 없는 액상 전자담배다. 단속반원은 “니코틴이 없다는 걸 증명하라”고 다그쳤다. 나는 “무슨 수로 액상에 니코틴이 없다는 걸 증명하느냐”고 되물었다. 10분이 넘는 실랑이 끝에 단속반원은 돌아갔다.



20세 미만 눈 성형수술 막는 법까지 발의



# 오후 6시10분 퇴근 전에 인터넷 서핑을 했다. 어떤 의원이 성형외과 수술 때 신체별로 나이를 정해 수술을 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낸다고 했다. 가령 눈과 코는 20세부터, 가슴은 25세부터, 이런 식으로 말이다. 사람마다 신체 특성이 다르다는 기본도 모르나….



# 오후 11시 밤 근무를 마친 뒤 회사 선배들이 맥주를 샀다. 지하철 역 앞에 세워둔 자전거를 타고 집에 가는데 기분이 묘했다.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이 자전거 음주운전자도 처벌해야 한다는 내용의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냈다는 기사를 인터넷에서 본 게 기억나서다. 당시 네티즌은 “술 먹고 러닝머신 타도 처벌할 건가” “비틀비틀 걷는 음주 보행도 처벌해야 하는 거 아닌가”라며 비꼬았다. 어쨌든 나는 오늘도 ‘저녁이 없는 삶’을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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