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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웅의 오! 마이 미디어] 결국 구글 편든 오바마 정부 … 차별 없는 '망중립성' 원칙 재확인

망중립성(인터넷 망은 공공재라서 누구나 차별 없이 동등하게 쓸 수 있어야 한다는 원칙) 논란이 미니시리즈 ‘왕좌의 게임’ 수준으로 복잡하다. 원래 주인공들이 배경으로 물러나고 사소한 인물로 보였던 이들이 갑자기 주연급으로 부상한다. 애초에 누가 한편인지도 애매한 설정이었는데, 에피소드마다 주제가 바뀌는 통에 갈피를 잡기 어렵다.

 망중립성 사안의 핵심에는 인터넷을 경유하는 내용을 동등하게 대접해야 한다는 규칙이 있다. 이 규칙의 대상자는 인터넷 역무제공자(ISP)다. 우리로 치면 KT처럼 인터넷 망을 설치하고 유지하는 사업자다. 이들이 정당한 방식으로 인터넷을 경유해 내용을 제공하는 인터넷 기업을 차별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특정 내용을 차단하거나 속도를 늦춰서는 안 된다. 또한 비용을 더 받고 빠른 경로를 제공하는, 이른바 ‘지불자 우대정책(paid prioritization)’을 적용해도 안 된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한때 이 규칙을 천명했다가, 거절당했다가, 부정했다가, 이제 다시 채택했다. 이런 난리가 없다. 지난 2월 26일 FCC는 인터넷 역무제공자(망사업자)를 유선전화같이 엄격한 규제를 받는 사업자로 재분류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망중립성 원칙의 재확인이다. 이 때문에 인터넷 영역에 대한 정부 규제를 반대하는 공화당 의원들의 정치 공세와 인터넷 역무제공자의 소송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이 이야기의 중심에 FCC 위원장 톰 윌러가 있다. 그는 지난해 5월 망중립성 원칙의 개정안을 놓고 공화당과 민주당 위원이 팽팽히 맞서던 국면에서 ‘지불자 우대정책’ 도입에 찬성했다. 이 때문에 시민운동단체와 구글·아마존·넷플릭스 등 인터넷 사업자의 격렬한 반대에 시달렸지만 끄떡하지 않는 면모를 보였다. 그는 과거에 케이블·통신사 협회의 로비스트로 활약한 바 있다. 이 때문에 FCC 위원장으로 지명받을 때부터 망중립성과 관련해 의심스러운 입장을 지녔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랬던 윌러가 이제 망중립성의 수호자로 떠오르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그의 논지다. 그는 갑자기 망중립성을 언론의 자유에 비유하기 시작했다. 그는 ‘망중립성은 자유언론을 위해 수정헌법 1조를 두는 것과 같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세계이동통신대회에서도 그랬다. “인터넷이 지구에서 가장 강력한 플랫폼이라면 심판 없이 운영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원래 망중립성은 기업의 경쟁과 혁신의 관점에서 언급되었다. 인터넷 망 사용료를 차등하게 부과했더라면 구글과 넷플릭스 같은 혁신적 기업들이 성장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논지다. 과연 그랬을 것이다. 그러나 이미 거인처럼 성장한 구글과 넷플릭스가 얼마나 많은 인터넷 자원을 무자비하게 소비하는지, 그리고 그 때문에 일반 이용자와 신생 인터넷 사업자는 어떤 반대급부를 얼마나 치르는지 오히려 모호해졌다. 특히 미국이 아닌 곳에서 이 문제는 어떤 경쟁이고 누구의 혁신이냐는 사안으로 변화한다. 이미 프랑스의 망사업자는 구글에 망 사용료를 부과하고 있다.

 내가 보기에 미국 민주당 정부는 통신사업자로부터 별로 기대할 것이 없다고 판단한 것 같다. 대신 구글과 넷플릭스가 이미 증명했듯이 인터넷 기업의 성장이 미국의 성장 동력이 된다고 믿게 된 것 같다. 미국의 인터넷 기업은 미국에서 그랬듯이 세계 시장에서도 자유로운 정보의 유통망을 기반으로 해서 성장할 것이고, 이는 결국 미국적 자유주의 논지에 따라 정당화될 것이다.

이준웅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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