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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view &] 제2 벤처 붐 문턱 넘으려면

정 준
벤처기업협회 회장
지금 중국에서는 기술을 기반으로 한 혁신 창업자를 뜻하는 ‘촹커(創客)’ 열풍이 수도 베이징을 벗어나 중국 전역으로 번져가고 있다. 지난해 중국의 신규 벤처 창업자와 벤처 투자금액은 각각 291만명과 155억3000만달러에 달했는데, 이는 창업자 수로는 한국의 100배 수준이고 국내 벤처투자 금액의 15배 이상의 규모다. 무섭게 확산되고 있는 중국의 벤처창업 붐을 보면 중국이 미국의 실리콘밸리, 이스라엘에 이어 또 하나의 혁신 중심지로 부상할 날이 머지않은 것 같다.



 중국의 촹커 열풍이 가능한 이유는 뭘까. 일단 규제가 덜한 데다 국가적으로도 아낌없는 지원을 쏟고 있다. 둘째로 글로벌 트렌드에 익숙한 유학파와 신세대 창업자들이 기존 오프라인 산업에 IT기술을 접목한 이른 바 온라인 투 오프라인(O2O) 산업에서 많은 기회를 만들고 있는 것도 이유 중의 하나이다. 그러나 역시 가장 큰 이유는 알리바바와 샤오미 까지는 아니더라도, 다수의 성공사례들이 생기고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까지 내 옆에서 같이 일했던 동료들이 창업전선에 뛰어들어 큰 돈을 버는 것을 보고 너도나도 그 대열에 동참하고 있는 것이다.



 15년 전 우리나라에도 짧았지만 유사한 시기가 있었다. 2000년 무렵 벤처 1만 개를 돌파하며 세계 유래 없는 벤처열풍을 가져 왔고, 한국은 미국 다음의 인터넷 강국으로 부상했다. 숫자보다도 더 주목해야 할 것은 인력의 이동이었다. 대기업·연구소·대학은 물론 언론계에서도 수많은 우수한 인력들이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벤처업계로 뛰어들었다. 경제적으로 성공할 수 있는 기회가 보였기 때문이다. 이 때 벤처로 뛰어든 많은 우수한 인력들이 현재 우리나라 벤처업계의 중심에서 활약하고 있다.



 하지만 2001년 전 세계적으로 ‘IT버블’이 붕괴하면서 이러한 인력의 이동도 중단되었고 벤처업계도 한 동안 침체기를 겪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동안 한국의 벤처는 꾸준히 성장하여 지난 1월에는 벤처인증기업이 3만 개를 넘어 섰고, 2014년 기준 매출 1000억원 이상의 벤처기업이 454개로 집계되었으며 그 수가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추세에 있다.



 다행히도 최근 정부의 창조경제 달성을 위한 벤처활성화 정책에 힘입어 다시 벤처업계가 활발해질 조짐이 보이고 있다. 벤처액셀러레이터, 창조경제혁신센터와 같은 창업기업을 돕는 공간도 곳곳에 생기고 있다. ‘민간투자주도형 기술창업 지원프로그램 (TIPS)’과 같은 훌륭한 창업지원프로그램의 도움으로 젊은 사람들의 창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으며, 실제 창업의 수도 증가하고 있다. 일부에선 ‘제2의 벤처 붐’이라는 이야기도 한다.



 그러나 ‘붐’이라고 이야기하기엔 벤처 현장의 분위기는 아직 차갑다. 지금의 중국, 우리나라의 2000년 무렵과 같은 인력의 이동이 보이지 않는다. 여전히 대기업·대학·연구소와 같은 안정적이라고 여겨지는 직업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 창업을 하면 기대할 수 있는 이익보다 실패의 비용이 너무 크다는 인식 때문에 도전을 꺼리고 있다. 전국에 창업지원시설이 생기고 모든 이공계 국가출연연구소의 핵심성과지표(KPI)에 중소벤처기업을 지원하는 내용을 담아도 벤처 현장엔 인력이 모이지 않고 있다. 전쟁이 났는데 모두 후방에서 작전을 짜고 지원만 하겠다고 하고 막상 일선에 총을 들고 나가서 싸우겠다는 사람은 없는 형국이다.



 결국 인센티브시스템이다. 실패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여주고 성공했을 때 과도한 세금부담을 줄여주는 일부터 해야 하지 않을까. 실리콘밸리가 창업의 대명사가 된 것은 안정적인 삶보다 도전적인 창업을 했을 때 기대할 수 있는 수익이 훨씬 큰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벤처생태계’의 본질이다. 즉 벤처생태계란 쉬운 말로 표현하면 혁신에 도전하는 사람들에게 많은 보상을 해주는 사회 시스템이다. 우리 사회에도 도전적인 일을 하는 사람에게 큰 보상이 갈 수 있는 획기적인 경제적·사회적 보상시스템 구축을 통해 실리콘밸리와 중국, 이스라엘이 부러워하는 세계 최고의 벤처생태계가 만들어지기를 기대한다. 그것이 ‘제2의 벤처 붐’ 문턱을 넘어 창조경제를 실현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정준 벤처기업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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