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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테일의 재발견] '모던 타임즈'와 헨리 포드

[매거진M] 최근 재개봉한 찰리 채플린의 ‘모던 타임즈’(1936)는, 79년 전 흑백영화임에도 불구하고 디지털 세대의 관객에게도 큰 울림을 준다. 가장 큰 이유는 자본주의에 대한 이 영화의 비판적 관점이 지금도 유효하기 때문이다. 채플린은 이 영화에서 날 선 풍자로 대공황 시대의 미국을 횡단한다.







테마를 놓고 볼 때 채플린의 필모그래피에서 분기점이라면 1930년대 초, 더 정확히 말하면 ‘시티 라이트’(1931)와 ‘모던 타임즈’(1936) 사이가 될 것이다. ‘시티 라이트’ 촬영 중이던 1929년 월 스트리트를 강타한 ‘검은 목요일’은 대공황의 본격적 시작을 알렸고, 전 세계는 빈곤 속으로 급격히 휘말려 들어간다. 수많은 노동자가 해고됐고, 실업자들이 거리를 가득 채운 1930년대. 그는 ‘시티 라이트’를 완성한 후 18개월 동안 전 세계를 돌며 공연했고, 많은 사람을 만났다. 그들 중엔 마하트마 간디도 있었다. 그들은 ‘기계’에 대해 깊은 이야기를 나누었고, 이 대화는 ‘모던 타임즈’라는 영화를 만드는 데 단초가 된다.



투어를 마치고 미국에 돌아온 채플린은 좀 더 적극적으로 자신의 경제적 견해를 피력한다. 신문에 칼럼을 쓰기도 했고, 발언의 기회가 있으면 마다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가장 큰 무기는 당연히 ‘영화’. 그는 미국의 자본주의에 대한 영화를 만들기로 결심하고 ‘모던 타임즈’를 만든다. 이후 ‘위대한 독재자’(1940)에서 히틀러로 분장하여 파시즘을 풍자했듯, 채플린은 ‘모던 타임즈’에도 한 인물을 끌어들인다. 바로 헨리 포드다. 영화에 채플린은 ‘일렉트로 스틸’이라는 공장의 노동자로 등장하는데, 이 회사의 사장(사진 5)은 헨리 포드(사진 2)의 모습에서 그대로 가져온 것이다.







이른바 ‘포디즘(Fordism)’의 창시자인 헨리 포드는 컨베이어 벨트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 공장 시스템을 통해 생산성을 끌어올리고 제작 단가를 낮추면서 자본주의의 혁신을 이루었던 인물. 영화에서 채플린도 그 시스템 속에서, 도대체 무엇을 만드는지도 모르고 스패너로 하루 종일 나사를 조인다. 이 포디즘은 대공황 시절 루스벨트 대통령의 뉴딜 정책 속에서 대안처럼 떠올랐고, 영화는 바로 그 상황을 포착하고 있다. 그러면서 채플린은 마치 예언하듯, 이 시스템이 지닌 한계를 명확하게 지적한다. 그것은 바로 통제 시스템이다.







잠시 짬을 내 쉬려 할 때, 벽의 큰 화면에 사장의 얼굴이 등장하며 채플린을 채근하는 장면은 상징적이다(사진 3). 조지 오웰의 『1984』가 나오기 13년 전, 채플린은 자본가가 ‘빅 브라더’ 같은 존재가 되어 사람들을 통제하게 될 거라고 예상한 셈이다.







그의 자본주의에 대한 신랄한 풍자는 자동 식사 기계(사진 4)에서 정점에 달한다. 사실 이 기계는 채플린이 ‘모던 타임즈’를 기획하면서 가장 먼저 떠올린 이미지였다. 기계에 갇혀 점심 시간도 없이 일하는 노동자. 기계의 노예가 되어 기계의 속도에 맞춰 육체를 움직여야 하고, 기계에 의해 노동 이외의 시간을 상실하는 인간이다. 그리고 기계는 인간을 삼켜버린다(사진 1). 채플린이 이 영화에서 궁극적으로 말하고 싶은 부분은 이 두 장면 안에 모두 담겨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결국 노동자는 신경 쇠약에 걸려 정신병원으로 실려간다.







흥미로운 건 채플린의 트레이드마크 같은 ‘트램프(Tramp)’, 즉 ‘떠돌이’ 혹은 ‘부랑자’ 캐릭터의 정체가 이 영화에서 밝혀진다는 점이다. 채플린의 숱한 영화에 등장하지만, 그가 어떻게 해서 트램프가 되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는 그냥 그렇게 세상에 떠도는 존재였던 셈이다. 하지만 ‘모던 타임즈’는 트램프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마치 트램프가 등장하는 모든 채플린 영화의 프리퀄과도 같다. 그는 자본주의 체제의 노동 속에서 소외받았고, 그 결과 정신적 고통을 얻었으며, 결국 실업자가 된 인물이었던 것. 병원 치료를 받고 나오는 대목에서 그는 트램프 복장을 하고 있는데, 이 신은 마치 이 캐릭터의 시작점을 알리는 장면처럼 느껴진다(사진 6).





글 김형석 영화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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