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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이름표에 엄마의 감사 글… 격무에 지친 교사들 ^^

1 3일 새솔어린이집 원생들이 선생님의 손을 잡고 환하게 웃고 있다. 이들은 선생님에게 전하는 감사 메시지가 적힌 ‘스마일 스티커 이름표’를 달고 있다. [이선영 사진작가]
“어린이집에서 일한다고 하니까 아이들한테 심하게 대하지 말라고 하더라고요. 나름 자부심을 갖고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얼마나 속상하던지….”

[작은 외침 LOUD] ⑭ 신뢰와 소통, 즐거운 어린이집

서울 동작구의 한 어린이집에서 보육교사로 일하는 최모(37)씨는 얼마 전 동네에 새로 이사 온 주민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마음의 상처를 받았다고 합니다. 올해 초 잇따라 발생한 어린이집 폭행 사건 이후 보육교사에 대한 사람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는 사실을 새삼 느꼈기 때문입니다.

최근 몇 달 새 진행된 각종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어린이집에 대한 학부모들의 불신이 깊게 뿌리내리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지난 2월 자녀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있거나 보낸 경험이 있는 학부모 46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학부모 36.7%는 자녀가 어린이집에서 학대를 당했거나 학대를 당했다고 의심한 적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새누리당이 국회에 표류 중인 어린이집 폐쇄회로TV(CCTV) 설치 의무화 법안에 관해 설문조사를 실시했더니 응답자의 80%가 CCTV를 반드시 설치해야 한다고 답변했습니다. 이미 CCTV를 설치한 어린이집의 경우 학부모들이 PC와 스마트폰을 통해 CCTV 영상을 수시로 확인합니다.

하지만 어린이집 보육교사들의 생각은 좀 다릅니다. 아동학대는 일부 자질 없는 교사의 문제인데 CCTV를 설치하고 어린이집의 상황을 감시하는 건 교사를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겁니다. 보육교사의 자격조건을 강화하고 격무에 시달리는 어린이집 교사들의 처우를 개선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CCTV는 순기능과 역기능을 동시에 갖는 수단입니다. 일종의 ‘불신’과 ‘감시’의 상징이기도 하죠. 우리 사회는 교육 장소에 감시 카메라를 설치하는 걸 모든 문제 해결의 수단으로 착각합니다. 2013년 정부가 학교폭력 예방을 위해 100만 화소의 고화질 CCTV를 설치하겠다고 발표한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학교폭력은 화장실 등 CCTV가 없는 사각지대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왔고 오히려 인권침해 우려가 있다는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광운대 공공소통연구소 이종혁 교수는 “어린이집 폭행 사건 이후 우리 사회가 또다시 감시 카메라에 의존하는 논의를 전개해왔다”며 “CCTV를 설치하더라도 학부모와 보육교사의 신뢰를 증진시키기 위한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2 애니메이션 캐릭터 ‘자두’가 그려진 목걸이 이름표를 착용한 신진리 어린이. [사진 이영탁]
열네 번째 LOUD는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긴 부모와 교사 간의 소통을 고민해봤습니다. 불신에 기반한 접근 대신 소통을 통해 믿고 맡길 수 있는 어린이집을 만들자는 취지입니다. 이번 프로젝트에는 서울시 산하 서울애니메이션센터가 동참했습니다. 광운대 공공소통연구소는 이 문제를 개선할 작은 아이디어로 감사 메시지를 전할 수 있는 스마일 스티커 이름표를 제시했습니다. 아이들의 왼쪽 가슴에 다는 이름표를 변형해 학부모가 교사에게 전하는 한 줄 감사 메시지를 적도록 한 겁니다. 20명의 아이를 돌보는 보육교사는 아침에 아이를 맞이할 때 스무 개의 짤막한 감사 편지를 받게 되는 셈 입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캐릭터 ‘자두’를 활용해 조금 더 긴 메시지를 적을 수 있는 목걸이 이름표도 만들어봤습니다. 애니메이션 ‘안녕 자두야’를 제작한 아툰즈(ATOONZ)의 캐릭터 이미지를 활용했습니다.

실제 효과가 있을지 알아보기 위해 LOUD팀은 2일 서울 서대문구 새솔어린이집 온누리반 아이들에게 ‘스마일 스티커 이름표’과 ‘자두 목걸이 이름표’을 나눠줬습니다. 학부모들에겐 LOUD 프로젝트의 취지를 설명하고 선생님께 전하는 감사 메시지를 부탁했습니다. 3일 오전 온누리반의 열다섯 명 아이들은 왼쪽 가슴에 노란 스마일 이름표를, 목에는 자두 이름표를 걸고 어린이집을 등원했습니다.

온누리반 담임을 맡고 있는 임미향 보육교사는 “아이들의 가슴에 적힌 학부모들의 글을 읽으니 마음이 치유되는 느낌이 들었다”며 “기분이 좋아지고 힘이 난다”고 말했습니다. 조청자 원장은 “글 하나하나가 마음에 와 닿아 다른 반 교사들과 함께 읽어봤다”며 “마음이 뿌듯해지는 선물”이라고 말했습니다.

학부모들도 만족스러워했습니다. 워킹맘 ‘희원이 엄마’ 이은형(39)씨는 “어린이집에는 늘 아이들에 대한 당부와 부탁만 하게 되는데 짧게나마 감사의 인사를 전하게 돼 좋았다”며 “선생님의 노고를 한 번 더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준이 엄마’ 신효연(36)씨도 “큰 부담이 되지 않으면서도 마음을 전할 수 있는 방법”이라며 “아이를 통해 학부모와 교사의 유대관계를 강화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고 말했습니다.

CCTV가 없다고 해서 위험한 어린이집이고 CCTV가 있다고 해서 믿을 만한 어린이집은 아니지요. 그냥 지나치던 아이들의 이름표를 활용해 조금은 아날로그적인 방법으로 신뢰를 쌓아가면 어떨까요. 학부모와 교사가 주고받는 감사의 마음으로 좀 더 행복한 어린이집이 만들어지길 기대해봅니다.



스마트폰으로 QR코드를 찍으면 학부모들이 적은 감사 메시지를 동영상으로 볼 수 있습니다. [동영상 장종원]


김경미 기자 gae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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