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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보러 야구장 오세요” … 양키스, 축구와 즐거운 동거

뉴욕시티FC 창단 멤버 다비드 비야(등번호 7번)는 스페인 대표팀에서 97경기를 뛰며 59골을 넣은 세계적인 공격수다. [사진 뉴욕시티FC 페이스북]
지난달 29일(한국시간) 미국 메이저리그(MLB) 뉴욕 양키스의 홈구장인 양키스타디움. 야구시즌도 아닌데 구름 관중이 몰려들었다. 4월 7일 정규시즌 개막을 앞두고 양키스는 플로리다에서 시범경기 중이었다. 관중의 정체는 무엇일까. 바로 뉴욕시티FC와 스포팅캔자스시티의 축구 경기를 보러 온 팬들이었다.

미국 다목적 구장이 만드는 진풍경

양키스는 올 시즌부터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 뉴욕시티와 동거에 들어간다. 양키스타디움을 프로야구와 프로축구 팀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양키스는 1901년 창단해 114년 동안 27번이나 리그를 제패한 명문 구단이다. 베이브 루스, 루 게릭, 조 디마지오 등 미국 야구사에 한 획을 그은 수많은 스타를 배출했다. 1923년 개장한 야구장은 세월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철거됐지만, 지난 2009년 미국에서 가장 비싼 15억 달러(약 1조 6400억원)짜리 경기장으로 재탄생했다. 보통 경기장을 신축하면 명칭을 바꾸지만 양키스타디움이란 이름을 그대로 사용했다. 그만큼 양키스타디움은 쉽게 버릴 수 없는 상징성을 지닌다. 최고 구단이라는 자존심이 강한 양키스가 자신의 안방을 갓 창단한 축구팀에 내준 것도 이례적이다.

만수르도 뉴욕시티 축구단 주주
뉴욕시티는 지난 2013년 MLS의 20번째 구단으로 창단한 막내구단이다. 준비 과정을 거쳐 정규시즌에 합류한 건 올해부터다. 아랍에미리트(UAE) 왕자 셰이크 만수르(45)가 투자한 팀으로 창단 당시부터 큰 화제를 모았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맨체스터시티를 소유하고 있는 만수르는 최근 시티풋볼그룹을 만들어 세계 축구시장에 눈을 돌리고 있다. 일본 요코하마 F.마리노스의 구단 경영에 참여하고 있고, 호주 멜버른시티의 지분 80%를 갖고 있다. 세계 축구단 수집에 나선 만수르는 미국을 떠오르는 시장으로 판단했다. 때마침 MLS도 리그 확장을 위해 해외 빅클럽과 손잡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양쪽의 이해관계가 잘 맞아 떨어졌다. MLS 사무국 주선으로 양키스가 창단 파트너로 합류했다. 뉴욕시티 전체 지분의 20%를 갖고 있는 양키스는 구단 운영을 함께 한다.

야구와 축구를 대표하는 두 구단이 만나 창단 작업이 착착 진행됐지만 경기장이 문제였다. 뉴욕에는 쓸 만한 축구장이 없었다. 신축도 마땅치 않았다. 뉴욕시티는 당초 퀸즐랜드에 위치한 플러싱 미도우스공원에 경기장을 지으려 했다. 하지만 공원에는 양키스의 라이벌 구단인 뉴욕 메츠의 홈구장 ‘시티필드’가 자리 잡고 있었다. 메츠는 적과의 동거를 허락하지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양키스타디움 인근에 경기장을 건설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2018년 신축 경기장이 완공되기 전까지는 양키스타디움을 홈으로 사용할 수밖에 없다.

양키스타디움은 야구·미식축구·축구 등을 치를 수 있게 설계된 다목적 구장이다. 이동식 좌석을 갖추고 있어 축구 경기를 할 경우 최대 5만 4251명까지 수용할 수 있다. 야구장이 축구장으로 변신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사흘이다. 우선 양키스타디움의 외야 잔디를 걷어낸 뒤 축구용 천연 잔디를 다시 깐다. 돌출된 마운드를 땅 밑으로 내리고, 내야에 있는 흙을 메운 뒤 홈플레이트를 구단 심벌로 가리면 준비가 완료된다. 시즌 전부터 1만 5000장의 시즌 입장권이 판매됐고, 지난달 16일 치른 개막전에는 4만 5000명이 들어차는 등 큰 관심을 끌고 있다.

다목적 구장으로 구단 주머니 두둑
야구와 축구의 공존이 현재까지는 순조로운 분위기다. 미국에서는 경기장을 다양한 용도로 사용하는데 큰 거부감이 없다. 어떤 프로 스포츠도 1년 내내 시즌을 치르지 않는다. 이 때문에 실제 경기장을 사용하는 날이 많지 않다. 하루라도 경기장에 관중이 모여들면 구단의 주머니는 두둑해진다.

미국에서 다목적 구장은 1960년대부터 유행하기 시작했다. 프로 스포츠의 규모는 하루가 다르게 성장했지만, 대도시에는 구장을 지을 장소가 부족했다. 경기장 건설에는 대규모 주차시설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마땅한 부지를 찾기 어려웠다. 그래서 나온 아이디어가 야구와 미식축구의 공존이었다. 시즌이 중복되지 않는 야구와 미식축구를 함께 치를 수 있는 경기장이 잇따라 탄생했다. 부채꼴 모양의 야구와 직사각형 모양의 미식축구를 동시에 충족하기 위해서는 원형의 구장이 필요했다. 그래서 당시 구장들을 ‘콘크리트 도넛’이라고 불렀다.

함께 지내다보면 생각하지 못했던 상대의 단점이 보이기 마련이다. 9월이면 야구와 미식축구의 시즌이 겹치는 데다 천연잔디는 교체 시간이 오래 걸렸다. 독자적인 마케팅도 제약을 받았다. 하나 둘씩 관계 정리에 들어갔고, 현재 야구(애슬레틱스)와 미식축구(레이더스) 구단이 경기장을 함께 사용하는 곳은 오클랜드 O.co 콜로세움 뿐이다.

대신 이벤트 대회는 꾸준히 열리고 있다.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는 매년 1월 1일을 전후로 ‘겨울의 고전(Winter Classic)’이라 불리는 스타디움 시리즈를 개최한다.

야구·미식축구 등 야외 경기장에 간이 링크를 설치해 정규리그 경기를 치른다. 스타디움 시리즈는 지난 39년간 NHL TV 시청률 순위 상위권을 차지할 정도로 팬들의 관심이 높다.

한국은 사직구장이 유일한 겸용 구장
일본에서는 요코하마 스타디움이 다목적 구장의 시초다. 78년 개장한 요코하마 스타디움은 일본에서 처음으로 이동식 좌석과 승강식 마운드를 채용했다. 일본프로축구 J리그 초창기에는 요코하마 F.마리노스가 그라운드에 천연잔디 매트를 깔고 연습경기를 했다. 하지만 2001년을 끝으로 프로야구 요코하마 DeNA베이스타스의 전용구장으로만 사용하고 있다.

일본 삿포로 돔은 야구(니혼햄)와 축구(콘사돌레 삿포로) 공존의 성공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삿포로 돔은 세계 최초의 공기부상식 축구장(Hovering Soccer Stage)이다. 그라운드의 거대한 잔디판을 바꿔 축구장과 야구장으로 번갈아 쓸 수 있도록 설계됐다. 잔디 매트를 사용하는 미국의 다목적 구장과는 달리 그라운드를 변경하는데 두 시간이면 충분하다.

국내에서는 요코하마 스타디움을 본 따 만든 부산 사직구장(85년 완공)이 처음이자 유일한 야구·축구 겸용구장이었다. 프로축구 대우 로얄즈(현 부산)가 사직구장을 훈련장으로 사용했고, 고교 축구대회가 열리기도 했다. 축구 경기를 위한 가변식 관중석도 갖춰져 있지만 실제 프로축구 경기가 열리지는 않았다. 88년 대우와 럭키금성(현 FC서울)의 경기가 열릴 예정이었지만 인조잔디가 깔려있는 탓에 부상을 우려한 럭키금성의 요청으로 장소가 변경되는 해프닝도 있었다.


김원 기자 kim.won@joongn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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