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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어들고 욕하고 … 블랙박스에 딱 걸린 도로 위 '헐크'들

지난해 12월 아반떼 승용차를 몰고 경기도 고양시 풍산역 근처를 지나던 김모(49)씨는 갑자기 화가 치밀었다. 자신이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고 끼어들기를 한 탓은 있었지만 뒤 차를 몰던 이모(42)씨가 상향등을 켜고 경적을 울리는 등 민감하게 반응했기 때문이다. 뒤따르던 이씨가 차선을 1차선으로 바꾼 뒤 깜빡이를 켜라고 손짓까지 하자 김씨는 순간 이성을 잃었다. 핸들을 꺾어 1차선을 달리던 이씨의 BMW 승용차를 중앙선 너머로 밀어붙였다. 다행히 반대 차선을 달리는 차량이 없어 대형사고는 피했다.

 지난달 13일에는 경기도 화성의 평택~화성고속도로 1차선에서 에쿠스 승용차를 몰던 장모(37)씨가 정모(40)씨의 SM5 승용차 앞에서 급제동을 했다. 시속 140㎞로 달리던 중 정씨가 느린 속도로 끼어드는 바람에 사고가 날 뻔했다는 이유였다. 정씨는 “사과를 받기 위해 차를 멈췄다”고 말했다. 하지만 고속도로 1차선에서 30초 넘게 멈춰서면서 자칫 더 큰 2차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었던 아찔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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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복성 끼어들기나 고의 급정거 등 다른 운전자를 위협하는 이른바 ‘보복운전’을 한 운전자들이 무더기로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의 사례는 도로 위에서 분노를 표출하는 ‘로드 레이지’가 얼마나 심각한 수준인지 보여준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보복운전을 한 혐의(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로 택시기사 허모(64)씨 등 운전자 17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일 밝혔다. 경찰은 보복운전자들을 적발하기 위해 인터넷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지난달 9일 인터넷 자동차 커뮤니티 사이트에 보복운전 피해 제보를 받는다는 글을 올린 뒤 피해사례를 수집했다. 한 달도 되지 않아 글을 본 피해 차량 운전자들이 모두 30건의 영상을 경찰로 보냈다.

 경찰 조사는 접수된 블랙박스 영상 분석에서 시작됐다. 조사 결과 갑자기 끼어들기를 하거나 고의로 급정거를 하는 일은 예사였다. 상대 차량을 중앙분리대나 갓길로 밀어붙이고 차선을 수시로 바꿔가며 진로를 방해하는 경우도 있었다. 심한 경우에는 차에서 내려 다른 운전자에게 욕설과 폭언을 하기도 했다. 한 운전자는 분을 삭이지 못하고 손가락으로 피해 운전자를 모욕하는 모습이 블랙박스 화면에 그대로 찍혔다.

 경찰은 영상을 분석한 뒤 ▶실제 교통사고를 유발했는지 ▶고의성이 있었는지 ▶피해 운전자에게 불안감과 공포심을 줬는지 등 보복운전 기준에 해당하는 17건을 추려 수사에 나섰다.

운전자들을 불러 왜 보복운전을 했는지 등을 물었다. 대다수 가해 운전자는 “상대 운전자에게 겁을 주거나 사과를 받기 위해 그랬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경찰은 보복운전에 동원된 자동차를 현행 법률상 ‘위험한 물건(흉기)’으로 간주한다. 김주곤 서울 송파경찰서 교통과장은 “보복운전은 대형 교통사고를 유발하고 다른 사람들의 생명까지도 위협하는 매우 위험한 행위”라며 “보복운전을 하다 사고를 내 징역형을 받은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추가 제보를 받아 보복운전자들에 대한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다.

한영익 기자 hanyi@joongang.co.kr

◆로드레이지(road rage)=도로 위의 분노라는 뜻으로 급가속과 급정지, 다른 차량과의 의도적 충돌 유발 등 난폭 운전을 가리킨다. 온순한 성격의 사람도 운전대만 잡으면 난폭해진다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1984년 미국 일간지 LA타임스가 처음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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