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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뚝이며 뛴 쿠바 괴물 … 안산시민 "고마워, 시몬"

시몬

지난 1일 안산 상록수체육관. 2014~15 프로배구 챔피언결정전에서 OK저축은행이 우승하는 순간, 장내엔 뜨거운 함성이 메아리쳤다.

 곧이어 챔피언결정전 최우수선수(MVP)가 발표됐다. 장내 아나운서는 큰 소리로 OK저축은행 레프트 공격수 송명근(22)의 이름을 불렀다. 깜짝 놀라 주위를 두리번거리던 송명근의 등을 누군가 두드려줬다. OK저축은행의 주포 시몬(28·쿠바)이었다.

 시몬은 가장 유력한 MVP 후보였다. 아쉬울 법도 하지만 활짝 웃으며 송명근에게 가장 먼저 축하인사를 건넨 선수가 시몬이었다. 송명근은 “여기까지 팀을 끌고온 주인공은 시몬이라고 생각한다. 당연히 시몬이 MVP를 받을 거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프로스포츠의 많은 외국인 선수들이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한국땅을 밟았다. 이들 대부분은 국내 선수들을 뛰어넘는 기량을 갖췄다. 그러나 성공한 선수보다 실패한 사례가 더 많다. 팀 스포츠에서는 환경에 적응하고, 동료와 어울리는 게 기량만큼이나 중요하기 때문이다. 프로농구의 한 외국인 선수가 올스타전 MVP를 받지 못하자 노골적으로 불만을 터뜨린 적도 있었다. 드물게도 시몬은 실력과 인성을 모두 갖춘 선수로 꼽힌다.

 창단 2년째인 OK저축은행이 거함 삼성화재를 꺾을 거라고 예상한 전문가는 거의 없었다. 김세진(41) 감독의 리더십도 돋보였지만 ‘코트 안의 리더’ 시몬의 역할이 무척 컸다.

 시몬은 17세 때 쿠바 국가대표에 선발돼 2011년까지 대표팀에서 활약했다. 2010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선 ‘베스트 블로커’ 상을 받았다. 그에겐 세계 최고의 센터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OK저축은행은 시몬과 2년 계약을 했다. 다른 팀들은 “센터를 영입한 게 이해되지 않는다. 더구나 2년 계약은 리스크가 크다”며 의아해 했다.

 그러나 시즌이 시작되자 시몬은 주위 평가를 비웃듯 괴력을 발휘했다. 센터와 라이트를 오가며 정규시즌 속공과 서브 부문 1위를 차지했다. OK저축은행은 시몬을 앞장세워 정규시즌 2위에 올랐다. 그러나 챔프전을 앞두고 시몬의 무릎 상태가 나빠졌다. 정규시즌에 무리한 탓이었다. 무릎에 테이핑을 하고 절뚝거리면서도 시몬은 한국전력과의 플레이오프에 나섰다.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43점을 올리며 트리플크라운(서브에이스·블로킹·후위공격 각 3개 이상)을 달성했다. 이어 챔프전에서는 위력적인 속공으로 삼성화재를 흔들었다. 코트에서 시몬은 ‘시몬스터(시몬+몬스터)’라고 불렸다. 2m6㎝ 거구인 그가 내리꽂는 강스파이크는 괴물을 연상케 한다. 코트 밖에서는 천진난만한 소년 같다. 팬들과 함께 셀카봉으로 사진을 찍고, 코믹 댄스도 마다하지 않는다.

 상록수체육관 출입구에 내건 ‘소망카드’에는 ‘고마워요 시몬’ ‘무릎 빨리 나으세요’ 등 그의 선전과 건강을 기원하는 안산 시민들의 메시지가 가득 적혀 있었다. 이번 시즌 상록수체육관 관중은 경기당 평균 2245명으로 지난해(1738명)보다 29.2%나 늘어났다. 배구팬 김덕만(62)씨는 “시몬을 비롯한 모든 선수들이 정말 잘해줬다. 팬들과 가까워지려는 노력을 보이니까 팬들도 OK저축은행을 사랑하는 것”이라고 했다. 김세진 감독은 “시몬은 기량에다 인성까지 갖춘 큰 선수다. 시몬을 데려온 덕분에 기적을 이뤄냈다”고 말했다.

안산=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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