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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이란·북한 핵협상의 6가지 문제점

[일러스트=김회룡]

빅터 차
미국 조지타운대 교수
여기 미국 워싱턴 DC에서는 모든 사람이 미국-이란 핵협상을 주시해 왔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스위스 로잔에서 오래 머물며 핵협상에 참가하고 있는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과 독일(P5+1)·유럽연합·이란 간에 협상 타결을 지휘했다.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6자회담 이래 이만큼 ‘큰 판돈’이 걸린 외교 무대도 없었다. 이들 협상에 직접 참석하거나 국외자로서 관찰한 경험을 바탕으로 나는 다음과 같이 몇 가지 문제를 지적할 수 있다.

 첫째, 이번 협상은 이란에 대한 신뢰의 결여가 두드러진다. 물론 6자회담도 마찬가지였다. 수십 년에 걸친 적대 관계 때문에 의심의 수준이 극복하기 어려울 정도다. 신뢰 수준이 낮기 때문에 이란·북한 사례에서는 점진적이고 단계적인 이행 조치가 필요하다. 북한은 이를 ‘행동 대(對) 행동’의 원칙이라 부른다. 국제정치학 이론에서는 ‘팃포탯(tit-for-tat)’ 전략으로 알려졌다. 이런 의미다. 합의한 바를 지키기에는 상호 신뢰 수준이 너무 낮기 때문에 한 편이 한 발자국 움직이면 상대편도 이에 상응하는 방향으로 한 발자국 움직여야 한다. 그리고 첫 번째 스텝은 양쪽이 동시에 취해야 한다.

 둘째 문제는 협상의 타깃 국가와 제재의 해제에 대한 것이다. 아마도 북한이나 이란이 협상 테이블로 돌아온 것은 제재가 주는 아픔 때문이었다. 그래서 양국은 협상 타결에서 제재 해제의 속도를 중시했다. 자신들이 핵개발과 관련해 어떤 조치를 취하는 데 대한 반대급부로 테헤란과 평양은 경제제재가 신속하게, 항구적으로 해제되기를 바란다. 심지어는 그들이 취한 핵 개발 조치보다 더 큰 선물을 받기를 기대한다. 이란 핵협상에서 무역 용어인 ‘스냅백(snapback)’이 등장했다. 합의가 깨지는 경우 제재를 다시 부과한다는 조항이다. 이 이슈는 이란 핵문제 해결에 난제가 되고 있다. 왜냐하면 제재는 북·미나 미국-이란만의 문제가 아니라 유엔도 개입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제재를 원위치시키는 게 그만큼 더 복잡하게 된다.

 세 번째 문제는 ‘잔여(殘餘·residual)’ 핵 능력이다. 이란이건 북한이건 다자간 협상의 대상 국가는 합의 조건의 테두리 안에서 가능하면 더 많은 핵 능력을 유지하고 싶어한다. 북한 사례를 보면 북한은 영변의 플루토늄 프로그램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는 것과는 별도로 비밀리에 우라늄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이란에도 무기급 핵연료의 보유, 연구 능력, 기본 협정의 시한(時限) 설정이 문제가 될 수 있다.

 네 번째로 따져야 할 문제는 합의의 이행이다. 합의가 유효하려면 국제사회의 조사관들이 핵 시설에 접근해 이란이나 북한이 합의를 준수하고 있는지 모니터링할 수 있어야 한다. 북한이 제네바합의(Agreed Framework)나 6자회담의 결정 사항을 준수하고 있는지 확인하려면 국제원자력기구(IAEA) 조사관들이 전혀 방해받지 않고 합의된 장소뿐만 아니라 합의 위반이 의심되는 장소에 갈 수 있어야 했다. IAEA는 이미 이란 핵시설에 대한 접근이 제한적이라고 불평하고 있다. 조짐이 좋지 않다. 북한 핵협상 과정에서 나타났던 문제점이 이란에서도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다섯 번째로 지적해야 할 문제는 이란 협상을 미 국무장관이 다른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외교장관들과 진행했기 때문에 오바마 행정부에 정치적 부담이 가중된다는 점이다. 대북 협상의 경우 차관보급에서 협상을 담당했다. 이란 핵 문제가 잘못되면 오바마 행정부는 난처한 입장이 될 것이며 위기 상황이 터질 수도 있다. 국무장관을 대신해 문제를 수습할 상위 공직자가 없기 때문이다. 또한 국무장관이 직접 나섰다는 데서 파생되는 문제점의 한 가지는 협상이 애매한 회색 지대로 빠져버리기 쉽다는 점이다. 구체적으로 서로 주고받기를 하는 대신에 서로 자의적인 해석을 할 가능성이 있다. 양측 모두 자신이 얻고자 한 바를 얻었다고 주장할 여지가 있는 것이다. 이런 유형의 협상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뻔하다. 구체적인 이행사항을 따지기 시작하는 순간 파국을 맞게 된다.

 마지막으로, 이란 협상은 향후 북한 핵협상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이란이 수천 개의 원심분리기를 계속 보유하고 연료를 농축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은 나쁜 전례다. 만약 평양이 6자회담에 복귀한다면 거의 틀림없이 이란 사례를 인용할 것이다. 이란 핵협상 과정에 등장한 조건은 이미 6자회담이 평양에 요구한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폐기(CVID)’보다 훨씬 유리하다. 북한은 아마도 이란 핵협상을 주시해왔을 것이다. 이란 핵협상 타결이 과연 바람직한 것인지 한국과 미국은 의문을 품어야 한다.

빅터 차 미국 조지타운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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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