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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검사와 고문경관, 28년 만의 기막힌 역전?

조강수
사회부문 부장
오는 7일 열리는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에선 28년 전 ‘박종철군 고문 치사 사건’ 수사 과정의 진실을 두고 치열한 공방전이 벌어질 것 같다. 국회 인사청문특위가 지난달 31일 채택한 증인 9명과 참고인 6명의 면면이 화려해서다. 박군 부검을 지휘한 안상수 당시 서울지검 검사(현 창원시장)와 정형근 당시 국가안전기획부 대공수사단장 등의 증언을 통해 새로운 사실이 드러날 수도 있다. 특히 정 전 단장이 검·경·안기부 직원 등이 참여한 ‘관계기관 대책회의’의 실체를 증언한다면 파장이 적지 않을 것이다.

 가장 관심이 가는 증인들은 박군 치사 사건 가담 경찰관 5명이다. 치안본부 대공수사단 소속 조한경·강진규(1차 수사 때 구속), 황정웅·반금곤·이정호(2차 수사 때 구속)씨다. 이들 중 몇 명이 청문회에 출석할지는 아직 모르지만 누군가 출석한다면 28년 만의 기상천외한 역전이 이뤄질 판이다. 물고문 치사 사건 범인들이 자신들을 조사했던 박상옥 당시 서울지검 검사의 대법관 청문회 핵심 증인으로 채택된 것이라서다. 시간의 위대한 힘에 고개가 절로 숙여지다가도 한편 씁쓸하다. 이 상황이 ‘대한민국 국회의 패러독스(역설)’인 듯해서다.

 1987년 1월 14일 박종철군 사망 직후인 그달 20일, 23일 두 차례에 걸쳐 박 후보자는 서울 영등포교도소 보안과 사무실에 출장 조사를 나가 강씨를 조사했다. “피의자가 서울대생 박종철군을 물고문해 죽음에 이르게 했는가”라는 신문에 강씨는 “나와 조한경 경위 둘이 그랬다”고 진술했다. 그건 거짓이었다. 그해 5월 말 재수사로 세 명이 추가 구속됐다. 이들 5명은 1심 징역 15~5년, 2심 징역 10~3년씩을 선고받았고 대법원에서 확정돼 복역했다.

 강씨가 최근 입을 열었다.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서다. “박 후보자가 공범 수사에 적극적이었나?” “박 후보자가 대법관이 되는 것에 대해 우려하는 시각이 많다”는 등의 질문에 강씨가 대답한다. “박상옥 검사가 만약 (공범이 있는 줄) 알면서도 그렇게 했다면 평생 죄인으로 사는 거다. 누가 알든 모르든 자기 양심은 아는 거다.”

 이게 뭔가? 치안본부 고위 간부들의 지시로 소위 ‘총대’를 메기로 하고 검찰 1차 조사 때 공범은 더 없다고 진술했던 당사자가 강씨다. 만약 청문회에 누군가 출석한다면 대체로 질문이 이럴 것 같다. “박상옥 검사가 정말 수사 의지가 있어 보이던가요?” “공범이 더 있는지 알면서도 집요하게 추궁하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지 않았나요?” “이런 사람이 대법관이 돼도 괜찮다고 생각하세요?”

 자칫 잘못하면 청문회 자체가 한편의 블랙코미디로 흘러갈 수 있다는 걱정이 앞선다. 박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의 핵심은 하나다. 왜 그런 나쁜 짓을 했느냐가 아니라 왜 그때 용기 있게 좋은 수사를 하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부작위에 대한 질타다. 그러나 용기 있게 수사를 하려면 공범이 더 있음을 알고 있었다는 게 전제가 돼야 한다. 그 팩트를 끌어내느냐 여부에 청문회의 성패가 달려 있다.

조강수 사회부문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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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