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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69학번 장인과 94학번 사위의 넋두리

강인식
사회부문 기자
새 학기가 되면 어김없이 나오는 교육부 발표. “올 수능은 전년도와 같은 난이도를 유지하겠으며….” 이 뉴스는 언제나 22년 전 고3 시절로 나를 데리고 간다. 수능 1세대인 나는 8월과 11월 두 차례 시험을 봤다. 선풍기도 없는 8월의 교실에서 시험을 치르며 모르는 문제가 나올 때마다 ‘그래도 11월이 있으니까’라고 스스로를 위로했다. 1차 수능이 끝나자 정부는 “2차 수능은 같은 난이도를 유지하겠다”고 발표했다. 시험 한 번으로 인생이 결정되던 과거와 결별하겠다면서.

 친구 K는 1차 수능에서 152점(200점 만점)을 받았다. 상위 6% 정도였다. K는 열심히 준비해 11월 2차 수능에서 상위 2%로 순위를 크게 끌어올렸다. 하지만 비극은 여기서 시작된다. K의 2차 수능 점수는 150점이 채 되지 않았다. 당시 교육부는 절대점수만 인정했고 석차는 고려치 않았다. 또 다른 친구 Y는 1차 때 상위 2%였다. 하지만 2차는 완전히 망쳤다. 평균으로 따지면 K가 Y보다 나았으나 Y가 배치표의 훨씬 위에 있는 대학에 진학했다. 재수생 동기 C는 학력고사와 수능을 모두 치러야 했고, K처럼 2차에서 석차가 올랐지만 점수는 떨어졌다. C는 이 얘기를 꺼낼 때마다 술을 찾아서 가급적 우리는 수능 얘기를 하지 않는다.

 아내는 97학번이다. 극악의 난이도를 자랑한 96년 11월 수능의 트라우마가 깊다. 지난해 수능 때 아내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매년 수능 난이도 뉴스가 나올 때면 1996년 그날의 멘붕 상태로 되돌아간다. 18년이 지난 지금도 이토록 생생하다니. 진정 수능 난이도 조절은 중요한 문제인 것이다!” 글에 대한 반응은 대단했는데, 댓글의 내용은 비슷비슷했다. “나야말로 대입 시험의 피해자다.”

 맞는 말이다. 어느 자리에서건 이 얘기를 꺼내면 큰 화제가 될 것이다. 69학번은 첫 예비고사에, 81학번은 갑자기 없어진 본고사에, 86학번은 급하게 생긴 논술에 당혹스러웠다. 88학번은 ‘선지원 후시험’ 제도에 눈치를 봤고, 94학번은 수능과 함께 부활한 본고사에 허덕였는데 본고사는 2년 만에 논술만 남기고 사라졌다. 이후에도 학생부, 추천서, 수시 확대, 내신 등급제, EBS 연계, 심지어 출제 오류까지 레퍼토리는 끝이 없다.

 아마 십수 년이 지나면 내 아들도 ‘난이도 뉴스’를 보며 넋두리를 하게 될 것이다. 그러고 보니 장인 어른이 첫 예비고사를 치른 69학번이다. 3대(代)가 난이도 뉴스에 밤 새는지 모르고 이야기꽃을 피울 그날을 기다려 본다.

강인식 사회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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