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사설] 이완구식 복지 효율화도 좋지만 큰 틀 개혁이 먼저다

복지를 둘러싼 혼란이 거듭되고 있다. 이완구 국무총리가 1일 복지 구조조정의 칼을 뺐다. 비슷한 시각에 경남 진주의 한 초등학교 뒤뜰에서 ‘천막 급식’이 이뤄졌다. 일부 학부모가 홍준표 경남지사의 무상급식 중단에 항의해 직접 급식에 나선 것이다. 학부모들은 2일에도 솥단지를 뒤뜰에 내걸었다. 수도권 진보 교육감 3명도 나섰다. 조희연(서울)·이재정(경기)·이청연(인천) 교육감이 2일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가 누리과정 예산을 책임져라”고 목청을 높였다. 누리과정 예산 전액을 교육부가 부담하라고 요구했다. 자주 듣다 보니 무감각해질 지경이다. 한쪽에서는 ‘지출 죄기’를, 다른 쪽에서는 무상복지 힘겨루기에 한창이다. 되풀이되는 복지 혼란을 보자니 답답하기 그지없다.

 정부가 복지 효율화에 나선 것은 만시지탄(晩時之歎)이긴 하지만 평가할 만하다. 자격 관리 강화, 부정행위 근절, 유사·중복사업 정비 등으로 올해 약 3조원의 예산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지난 10년 한국의 복지지출 증가 속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1위다. 2005년 50조원에서 올해 116조원이 됐다. 브레이크 없는 벤츠였다. 한 해 예산의 30.8%를 복지에 쏟으면서도 국민 만족도는 낮다. 돈을 제대로 쓰지 않아서다. 기초공사 없이 사상누각을 지었다. 중앙부처의 복지가 360개, 사회복지시설 보조 등 보조금 사업이 600개, 지방자치단체의 자체 사업이 1만여 개나 된다. 지자체 복지는 아예 정확한 통계조차 없다.

 그물망이 성기다 보니 곳곳에서 돈이 줄줄 샌다. 먼저 보는 사람이 임자다. 어린이집·요양병원·요양원 등이 앞다퉈 돈을 빼먹는다. 복지 대상자도 도덕적 해이가 심각하다. 실업급여는 이미 눈 먼 돈이 됐고, 사망자가 기초연금을 타가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진다. 70대 노인이 자녀와 관계가 단절됐다고 속여 생계비 등 10여 가지 복지 혜택을 누린다. 중앙부처끼리 48개의 사업이 겹치고, 중앙부처와 지방정부가 비슷한 사업을 벌인다.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상황까지 왔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이 총리의 복지 효율화 카드는 늦어도 한참 늦었다고 할 수 있다. 지자체도 인근 지역 눈치 보느라 마구잡이로 늘린 복지를 이참에 정비해야 한다.

 무상보육과 무상급식은 대표적인 경직성 복지다. 옴짝달싹 할 수 없이 매년 지출해야 한다. 이를 둘러싼 갈등이 올해 내내, 아니 내년에도 계속될 것이다. 따라서 ‘이완구식 복지 효율화’만으로는 안 된다. 우리가 누누이 강조해온 대로 이참에 복지의 큰 틀을 다시 짜야 한다. 한국 복지는 ‘누더기 복지’다. 복지국가로 가는 길에 대한 중기·장기 설계도 없이 중구난방으로 확대에만 골몰해 왔다. 무상보육 같은 것은 스웨덴 같은 복지선진국보다 더 진도가 나갔다.

 저출산·고령화 때문에 복지지출은 가만히 있어도 2018년까지 연 평균 6.7% 증가한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의 10.4%인 복지지출이 2030년 18%가 된다. 많이 늘긴 해도 한국 복지지출은 OECD 꼴찌다. 더 늘어야 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어느 쪽으로 갈지 길을 잡아놓고 늘려야 한다. 동시에 현행 복지를 대청소해야 한다. 닦고 줄이고 없애고 합치고 이런 작업을 해야 한다. 올 초 인천 어린이집 폭행 사건 이후 무상복지 해법을 찾으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유승민 원내대표가 ‘증세냐 복지 구조조정이냐’ 이슈를 던지더니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사그라졌다. 복지 혼란은 잠시 잠복해 있을 뿐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다. 내년 총선, 2017년 대선 등을 거치면서 대폭발할 것이다.

 정치권은 복지혼란의 장본인이다. 이제는 결자해지(結者解之)의 자세로 나서야 한다. 이완구식 효율화를 해봤자 결과가 기대 이하일 가능성이 크다. 여야는 공통적으로 ‘중부담 중복지’를 내세운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기대 수준에 큰 차이가 있어 보인다. 지금은 복지를 두고 이념 싸움을 할 때가 아니다. 여야, 청와대, 전문가, 복지 현장 담당자 등이 참여하는 국민논의기구를 만들어 중장기 플랜을 짜야 한다. 필요하다면 재조정을 하고 증세를 결정하면 된다. 여기서 답이 나오면 국민이 군말 없이 따를 것이다.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