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2014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영춘권의 대종사와 브루스 리

<준결승 2국>
○·스 웨 9단 ●·김지석 9단


제14보(138~151)= 바둑의 재미있는 특징 중 하나는, 초반 운영을 보면 놓이는 돌의 수가 적어도 군진(群陣), 군무(群舞)의 느낌이 강한데 돌의 숫자가 크게 늘어난 중반 이후의 운영은 오히려 개개인의 독무(獨舞) 또는 박투(搏鬪)와 같은 느낌을 준다는 것이다.

 왜 그럴까. 이유는 간단하다. 바둑의 기본적인 아이디어는 전쟁에서 가져온 것이고 영토가 많은 쪽이 이기는 승부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초반에는 서로 영토를 크게 장악하기 위한 대세의 요소를 성큼성큼 발 빠르게 차지해가는 진형의 대치가 되고 그렇게 쌍방의 영토가 어느 정도 설정되고 나면 비로소 그 경계에서 돌과 돌이 첨예하게 부딪치는 백병전, 박투가 시작되는 것이다.

 중앙 138은 자체로 삶의 형태를 갖추겠다는 뜻. 그걸 두 눈 빤히 뜨고 바라보기만 할 승부사는 없으니 139의 단수는 당연한데 140으로 몰아 패가 됐다. 백으로서는 최악의 경우 목숨을 걸어야 하고 흑은 적당한 대가만 챙기면 언제든 물러날 생각이니 이 패의 부담은 백 쪽이 크다.

 아니나 다를까. 백은 칼집을 내던지는 필사의 각오로 달려들었는데 흑은 이리저리 활용만 하다가 151로 끊어 잡는 것으로 만족한다는 듯 싹싹하게 물러난다(144, 150…△ / 147…141).

 언뜻, 치열하게 보이는 이 패의 공방은, 살의(殺意)가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약속대련 같다. 마치, 영춘권의 대종사 예원과 그 제자 브루스 리의 화려한 ‘치사오(팔을 서로 맞대고 공수를 교환하는 영춘권의 감각훈련)’를 보는 것 같다고나 할까.

손종수 객원기자

▶ [바둑] 기사 더 보기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