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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tech NEW trend] 24모작 … 억척 농사꾼 IT

LED(발광다이오드)를 이용해 상추를 재배하고 있는 일본의 한 야채공장. 일본 기업들이 IT 기술을 활용한 야채공장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빛과 온도는 물론 이산화탄소, 양분까지 인공으로 제어한다. [블룸버그]

씀바귀, 냉이, 쑥, 달래….

 봄나물이 한껏 밥상에 오르는 시절이 돌아왔다. 지금이 아니면 못먹을 이 봄나물을 어쩌면 연중 먹게 될 날이 곧 올 전망이다. 정보기술(IT)의 발전 덕이다.

 2일 한국 마이크로소프트(MS)에 따르면 최근 경기도 양평의 한 농가는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접목해 재배한 딸기를 수확했다. 이 딸기농사를 짓는 덴 MS의 클라우드 서비스인 ‘애저’가 쓰였다. 농부는 스마트폰으로 딸기밭 온도는 적당한지, 습도는 적절한지를 실시간 확인하며 딸기를 키웠다. 딸기밭에 센서를 달아 온도와 습도 정보를 얻고, 이렇게 얻은 ‘빅데이터’를 분석해 물 주는 횟수를 조절했다. 클라우드,사물인터넷, 빅데이터와 같은 최신 IT 기술이 기후와 무관하게 사시사철 야채와 과일을 손쉽게 수확할 수 있도록 농업의 양태를 바꾸고 있는 셈이다.

 이웃나라 일본은 우리보다 몇발짝 앞서 있다. 농업이 첨단 IT 기술을 등에 업고 ‘야채공장’으로 진화하고 있다.

 KOTRA 도쿄무역관에 따르면 최근 일본 전자업체인 후지쓰와 금융업을 주로 하는 오릭스는 공동으로 ‘야채공장’ 사업계획을 내놨다.일본 종묘회사와 힘을 보태 올 가을까지 시즈오카현에 20억엔(약 138억원)을 들여 공장을 짓기로 했다. 크기는 도쿄 돔(면적 1만3000㎡) 두개에 달할 예정이다.

 후지쓰 야채공장의 원리는 이렇다. 비닐하우스 대신 유리로 된 온실 여러 동을 짓고, 이를 네트워크로 묶는다.

LED 이용, 농약 안 써 일반 야채 값의 3배

야채공장 근로자는 무균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마스크와 방진복을 갖춰 입고 일한다. [블룸버그]
 각 온실엔 후지쓰가 2012년에 개발한 클라우드 기반 야채 재배 시스템 ‘아키사이’가 깔려있다. 가령 입주한 농부가 토마토를 짓겠다고 하면 그에 맞게 온도와 습도, 일조를 맞춘다. 온실 내에 부착한 센서가 실시간으로 정보를 수집해 냉·난방과 채광을 원하는 수준으로 조절한다. 각 온실마다 각기 다른 야채를 재배할 수 있고, 시황에 따라 성장 속도까지 조정할 수 있다. 이뿐만 아니다. 농부는 작황은 어떤지, 비용은 얼마나 들었는지를 스마트폰을 통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후지쓰가 처음부터 야채공장에 관심을 기울인 것은 아니었다. 반도체 공장을 보유하고 있던 후지쓰는 반도체 시장 경쟁이 악화되면서 해외로 생산기지를 옮기기 시작했다. 2009년 일본 정부가 IT 기술을 접목시킨 ‘야채공장’을 염두에 둔 신(新)농업을 추진하면서 후지쓰는 IT 시스템 개발에 들어갔다. 비어있던 반도체 공장에 상추를 심기 시작했다. 오랜 시간 쌓은 반도체 기술도 반영하기 시작했다. 티끌 하나 없는 ‘클린룸’에서 이뤄지는 반도체 제조 기술을 활용해 무균 상태로 야채 재배를 했다. 야채공장에서 일하는 근로자에겐 방진복을 입혔다. 생산을 위해선 태양빛을 대신해 LED(발광다이오드)를, 비료 성분이 들어간 배양액으로 흙을 대신했다. 농약을 뿌리지 않아도 되니 수확해 씻지 않고 바로 먹을 수 있는 이점이 있었다. 야채 재배 시스템 아키사이까지 개발하면서 농업은 후지쓰의 새 사업으로 떠올랐다. 양상추, 토마토는 한해에 24번을 수확할 수 있고, 쌀과 시금치는 8번이나 키울 수 있는 데다 값은 일반 야채 3배에 달했다. 판로만 확보하면 이익을 낼 수 있는 구조였다.

후지쓰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아예 ‘공장 임대’사업으로 발을 뻗었다. 농부들이 일손이 덜 들고 작황까지 좋은 야채공장에 관심을 보이다가도 냉·난방 시설이나 IT 설비를 갖춰야 한다는 부담 때문에 돌아서는 점을 눈여겨 본 것이었다. 후지쓰는 오릭스와 함께 공장을 짓고, 들어올 ‘입주 농부’를 구해 매달 이용료를 받는 방식으로 사업을 틀었다.

도시바·파나소닉도 합류 … ‘공장’ 임대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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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일본 대지진(2011년)을 거치면서 방사능에 오염된 야채에 민감해진 일본만의 특수상황마저 겹치면서 야채공장 붐이 일기 시작했다. 도시바와 파나소닉과 같은 전자업체들이 속속 야채공장 사업에 뛰어들었다. 도시바는 비어있던 지난해 11월 가나가와현 요코스카시의 반도체 공장을 활용했다. 양상추를 시작으로 케일 등 잎채소를 키워 대형 레스토랑 등에 판매하기 시작했다. 파나소닉 계열사인 파나소닉 팩토리 솔루션스 아시아는 싱가포르에서 지난해부터 야채공장을 하고 있다. 경작할 땅이 부족해 현지에서 필요한 채소의 8%만 현지공급된다는 점을 눈여겨봤다. 싱가포르 정부가 처음으로 승인한 야채공장인 이곳에선 LED 빛을 받고 상추와 무, 방울토마토 등 10가지 채소가 자라난다. 미쓰비시플라스틱도 호주로 눈을 돌려 시금치와 루콜라 등 잎채소를 생산해 현지에 판매 중이다.

최근엔 테마파크로 유명한 하우스텐보스까지 나서 “테마파크 내에 IT 기반의 야채공장을 세워 판매하겠다”는 계획을 내놓기도 했다. 일본 야노경제연구소는 일본 대기업들의 야채공장 사업 진출로 해당 시장이 2013년 34억엔(약 311억원) 규모에서 오는 2025년엔 443억엔(약 4060억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김광수 KOTRA 도쿄무역관은 “야채공장은 초기 투자비용이 높지만 모두 자동화돼 있어 1~2명만 있으면 지속적으로 같은 품질의 야채를 얻을 수 있는 고부가가치 산업”이라며 “재배속도도 빠르기 때문에 효율성이 높아 한국 기업도 관심을 가져볼 만 하다”고 말했다.

김현예 기자 hy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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