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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사구는 도박일까?

 
고의사구는 도박일까? 확률 높은 작전일까?

지난달 31일과 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KBO 리그 LG와 롯데의 경기에서는 고의사구가 승부에 큰 영향을 미쳤다. 31일 롯데가 4-1로 앞선 6회 초 2사 2루 상황에서 LG 벤치는 1번 타자 아두치를 고의사구로 거르고 황재균과의 승부를 선택했다. 마운드에는 오른손 투수 김지용이 있었다. 아두치가 왼손타자고, 타격감이 좋은 상황이었기 때문에 충분히 선택 가능한 시나리오였다. 하지만 황재균은 이를 비웃듯 3점 홈런으로 응수했다. 점수는 7-1로 벌어졌고, 사실상 승부는 결정됐다.

다음날에는 롯데가 고의사구 카드를 썼다. 2-2로 맞선 10회 말 2사 2루에서 롯데 마무리투수 김승회는 이진영을 거르고 김용의를 상대했다. 결과적으로 이 선택도 실패로 돌아갔다. 김용의는 좌익수 앞 끝내기 안타를 쳤다.

고의사구 작전은 스스로 주자를 늘리는 자해행위다. 과감한 선택이면서 실패 위험도 높다. 누상에 주자가 늘어난다는 것은 실점 확률도 그만큼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부분 고의사구 작전은 경기 후반 박빙의 상황에서 많이 나온다. 비어있는 1루를 채워 병살을 노리는 것이다. 고도의 심리전이기도 하다. 타자와 투수의 성향과 최근 컨디션 등을 분석해 후속타자를 상대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할 때 고의사구 작전이 나올 수 있다.

배트 한 번 휘두르지 않고 1루에 나가는 타자는 속이 편하지만, 후속타자 입장에서는 기분이 나쁠 수 있다. 2009년 당시 KIA에서 뛰던 김상현은 상대 투수가 최희섭을 거르고 자신을 상대할 때 "피가 거꾸로 솟는 기분이 들었다"고 했다. 지난해 30홈런을 터뜨린 이승엽도 상대팀에서 박석민을 거르고 자신과 승부하자 "자존심이 상했다"고 말했다. 이승엽은 당시 경기에서 상대에게 홈런으로 복수에 성공했다. 야구팬들은 실패한 고의사구 작전을 '김거김(김현수 거르고 김동주)'라고 표현한다. 20009년 준플레이오프 3차전 3회 1사 2,3루 상황에서 롯데는 김현수를 거르고 다음 타자 김동주를 상대했다. 김동주는 초구부터 배트를 휘둘러 만루홈런을 때렸다.

고의사구는 강타자를 평가하는 지표이기도 하다. 역대 프로야구에서 고의사구 가장 많이 얻은 타자는 양준혁(150개)이다. 양준혁은 1997년 한 시즌 최다 고의사구(27개) 기록도 갖고 있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선 2004년 배리본즈가 70개 고의사구 얻어내 최고 기록을 갖고 있다. 당시 4번 타자로 나섰던 본즈 뒤에 들어온 타자들의 타율은 0.255에 불과했다. 투수 입장에서는 본즈와 상대하느니 1루를 채우고 약한 타자를 상대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난해 넥센 박병호처럼 뒤에 강정호와 같은 강타자가 연이어 있는 경우 상대팀에선 고의사구 작전을 시도하기도 어렵다. 지난해 박병호는 고의사구를 3개 밖에 얻지 못했다.

올 시즌에는 총 5번의 고의사구 작전이 나왔다. 이 중 롯데가 고의사구 작전을 3번 시도해 2차례 성공했다.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겠다는 이종운 감독의 야구 스타일이 그대로 드러난다. 작전의 성공과 실패는 결과로 나타난다. 야구통계(세이버메트릭스)에서는 고의사구 작전이 상황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실점 확률을 줄이는 방법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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