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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불붙은 야신과 제자들의 전쟁

"꿈에도 생각 못 했죠."

지난 1일 대전 한화전을 앞둔 김태형(48) 감독은 잠시 까까머리 중학생 시절로 추억여행을 떠났다. 어렵게만 대했던 스승 김성근(73) 한화 감독과의 일전을 앞두고서였다.

지난달 31일 두 사람은 한화 감독실에서 만났다.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옛날 얘기를 꺼내며 웃음을 나눴다. "에이스인 니퍼트를 한화전에 내지 말라"는 노(老) 감독의 장난스러운 경고도 있었다. 자연스럽게 34년 전의 일도 떠올랐다. 김태형 감독은 신일중을 졸업했는데, 당시 신일중·고 총감독이 김성근 감독이었다.

김태형 감독은 "지방 대회에 출전했을 때 김성근 감독님이 나를 불러 일을 시키셨다. 신발을 닦아드리는 등 수발하는 역할이었다. 노래를 시키신 적도 있다"고 웃었다. 이어 "심지어 숙소에서는 같은 방, 같은 침대에서 잠을 자기도 했다. 무척 불편해서 감독님을 등지고 벽에 딱 달라붙어 잤던 기억이 난다"며 웃었다. 김태형 감독은 "김성근 감독님과 감독 대 감독으로 만날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했다"고 했다.

김성근 감독도 기억이 생생하단다. 김 감독은 "눈매가 안 변했다. 그때도 지금처럼 눈매가 부드러웠다. 참 귀여운 아이였는데 어느덧 의젓한 프로구단 지도자가 되어 흐뭇하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프로야구 감독 중에서 김성근 감독의 지도를 받은 이는 한둘이 아니다. 대표적인 인물이 조범현(55) kt 감독이다. 조 감독은 대구 대건고를 다니다 김성근 감독이 이끌던 충암고로 전학했다. OB와 삼성에서도 함께했던 두 사람은 쌍방울에서 감독-코치로 만나기도 했다. 특히 2009년 한국시리즈에서는 SK와 KIA 사령탑으로 대결해 7차전까지 가는 명승부를 펼쳤고 제자가 스승을 이겼다.

양상문(54) LG 감독도 김 감독과 각별한 인연이 있다. 양 감독이 부산고에 다닐 때 청소년대표팀에서 선수-감독으로 처음 만났고, 프로 태평양에서도 한솥밥을 먹었다. 2002년 LG에서는 감독과 투수코치로 한국시리즈 진출을 일궈냈다. 김성근 감독은 야인 시절에도 "양상문 감독은 똑똑한 지도자였다. LG를 떠날 때 감독직을 물려주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는 칭찬을 자주 했다. 김성근 감독이 프로로 복귀하면서 두 사람은 처음으로 사령탑 대결을 펼치게 됐다. 김경문(57) NC 감독과 류중일(52) 삼성 감독도 각각 OB와 삼성에서 김성근 감독의 지휘를 받은 적이 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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