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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방 흡연자 "이름 못 댄다" 단속반과 2시간 실랑이

흡연실선 커피·음식 안 돼요 3개월간의 실내 금연구역 계도 기간이 끝나고 집중 단속이 시작된 1일 서울 중구 한 커피숍 흡연실에서 직원이 커피를 마시며 담배를 피우는 손님을 제지하고 있다. 흡연실에는 테이블과 의자를 놓아선 안 되고 커피뿐만 아니라 어떤 음식도 먹을 수 없다. [뉴시스]


지난달 24일 서울 마포구의 한 PC방에서 담배를 피우다 단속에 걸린 김모(47)씨는 보건소 직원과 두 시간 동안 실랑이를 벌였다. 이름과 주소지를 대라는 요구에 김씨가 입을 굳게 닫았기 때문이다. 경찰까지 출동했지만 김씨는 파출소에 가서도 “주변 친구들이 당해 봐서 아는데 신상정보를 알려줄 수 없다. 말하는 순간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 아니냐”고 좀체 입을 열지 않았다. 하지만 경찰의 끈질긴 설득에 결국 자인서를 써줬고 이후 과태료를 냈다고 한다.

 최근 금연구역에서 흡연을 하다 적발되고도 신상을 밝히지 않는 사람들 때문에 공무원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단속에 걸려도 이름을 끝까지 밝히지 않으면 공무원들이 과태료를 물리기 어렵다는 허점이 알려지면서다. 특히 1일부터 음식점·커피숍 등의 금연구역에 대한 단속이 본격 시작되면서 공무원들의 한숨은 더 깊어지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올해부터 100㎡ 미만의 소규모 음식점을 포함해 모든 음식점에서 흡연을 금지하고 흡연실 외의 공간에서 흡연하는 사람에겐 10만원, 업주에겐 17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기로 했다. 지난달 31일까진 계도 기간이었지만 1일부터는 집중 단속에 나선다. 김용환 서대문구 지역건강과 금연환경팀장은 “단속 나가면 막무가내로 입을 다무는 흡연자들 때문에 업무 차질이 적지 않다”며 “특히 술을 마신 흡연자들은 신분증을 요구하면 버럭 화부터 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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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단속 공무원들이 인근 지구대 등에 협조를 요청하는 일도 잦다. 하지만 경찰이 나서도 뾰족한 수는 없다. 지난 2012년 경범죄처벌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금연구역 단속은 경찰에서 지자체와 보건소로 담당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사법권이 있는 경찰은 흡연자가 신원을 밝히지 않을 경우 처벌할 수 있었다. 그러나 단속 공무원은 강제할 권한이 없다. 홍은파출소 이선구 소장은 “보건소 측에서 협조 요청을 할 경우 출동은 하지만 이름과 주소를 밝히라고 요구하는 건 경찰 소관 밖이라 옆에서 답답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보건소 직원들이 편법을 사용하기도 하는 이유다. 일단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을 테니 흡연 사실을 인정하는 자인서에 서명만 하라고 설득하는 것이다. 자인서에 이름·주소 등을 적으면 즉석에서 PDA로 신분을 확인한 뒤 나중에 과태료 고지서를 보내는 방식이다. 은평구보건소 건강증진과 장은영 주무관은 “현재로선 몇 시간이 걸리더라도 어르고 달래서 자인서를 받아내는 것이 최선”이라며 “하지만 이마저도 흡연자가 응하지 않으면 뾰족한 수가 없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자 보건복지부가 대책 마련에 나섰다. 단속에 적발되는 사람에게 신분증 제출을 의무화하고 불응 시 형사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법률안 입법을 준비 중이다. 류시익 보건복지부 건강증진과 주무관은 “단속에 응해 과태료를 내는 흡연자가 억울하지 않도록 이른 시일 내에 형평성 있는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박병현 기자 park.b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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