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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 김세진의 반란 …'신치용 7년 왕국' 무너뜨렸다

김세진 OK저축은행 감독이 1일 안산에서 열린 프로배구 챔피언결정전 3차전에서 ‘스승’ 신치용 삼성화재 감독을 넘어 우승을 확정 지은 뒤 포효하고 있다. [안산=뉴시스]

신치용 감독
4월 1일 만우절에 거짓말 같은 일이 일어났다. 창단 2년차인 남자 프로배구 막내구단 OK저축은행이 8연속 챔피언을 노리던 ‘거함’ 삼성화재의 장기집권을 종식시키고 첫 챔피언에 등극했다.

 OK저축은행은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챔피언결정전 3차전에서 삼성화재를 3-1(25-19, 25-19, 11-25, 25-23)로 물리쳤다. OK저축은행은 3전 전승을 올리는 동안 단 한 세트만 허용하며 완벽한 승리를 거뒀다. 홈 팬들이 경기장을 가득 메운 가운데 OK저축은행 선수들은 ‘기적을 일으키자’는 문구가 적힌 유니폼을 입고 진짜 기적을 일으켰다. 우승 상금은 1억원.

 무릎이 온전치 않은 ‘쿠바산 괴물’ 시몬(28)은 21점을 올리는 투혼을 발휘했고, 레프트 송명근(22·20점)도 고비마다 고공 강타를 터뜨려 분위기를 가져왔다. 송명근은 챔프전 최우수선수에 선정돼 상금 500만원을 받았다.

 삼성화재는 레오(25)의 체력 저하와 지난해 11월 군입대한 라이트 박철우(30)의 공백이 뼈아팠다. 경기 후 신치용(60) 삼성화재 감독은 “한 세트라도 따서 다행이다. 우승할 만한 팀이 우승했다”며 “오래 함께 한 김세진 감독에게 져 부담이 덜하다. 책임을 통감한다”고 패배를 인정했다.

창단 2년밖에 안 된 OK저축은행은 삼성화재의 8연패를 저지하며 프로배구의 새 역사를 썼다. [안산=뉴시스]
 김세진(41) OK저축은행 감독은 창단 때부터 함께 한 젊은 선수들을 친형처럼 다독였다. 패기로 뭉친 선수들은 노련한 삼성화재 앞에서도 당당했다. 김 감독은 이민규·송명근·송희채 등 젊은 국가대표 선수들에게 공을 돌렸다. 경기대 동기인 셋은 김 감독과 함께 각자 위치에서 최고의 시너지를 냈다.

 김 감독은 “셋 다 기본기가 좋은 선수들이다. 의지만 맞으면 해내리라 자신했다”며 “자신감이 건방이 되지 않도록 다잡고 가야 한다. 선수들에게 미안하지만 나는 벌써 다음 시즌 준비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김 감독은 17년 동안 삼성화재에서 스승으로 모셨던 신 감독과의 대결에서 물러서지 않았다. 김 감독은 “이번 우승으로 삼성화재의 아성을 무너뜨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계속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대기업 계열 금융사가 십수 년간 다져놓은 프로배구에 대부업을 기반으로 성장한 OK저축은행이 합류한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드림식스를 인수하고자 했던 러시앤캐시(전신)는 뒤늦게 인수전에 뛰어든 우리금융그룹와의 대결에서 고배를 마셨다. 우여곡절 끝에 새 팀을 창단했지만 그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 기존 구단들의 견제로 시즌 시작 1주일 전에야 선수단 구성을 마쳤고, 개막 후 8연패를 당했다. 6위로 시즌을 마친 OK저축은행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우승을 위해 준비했다. 세계적인 스타인 시몬을 영입하고, 파격적인 승리수당을 책정했다.

 김세진 감독은 최윤(52) 구단주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김 감독은 “감독 경험도 없이 외야에 있던 나에게 감독을 맡긴 것 자체가 모험이었다”며 “끝까지 믿어주셔서 고맙다”고 했다.

 재일교포 3세인 최 구단주는 일본에서 태어나 대학을 졸업했고, 한식당을 운영해 큰 성공을 거뒀다. 2002년 국내에 들어와 대부업에 도전한 그는 ‘일본계’라는 견제와 차별 속에서도 자산 3조원이 넘는 금융그룹을 일궈냈다.

 그는 일본에서 숱한 차별을 당하면서도 끝까지 한국 국적을 유지했다. 광고 모델도 토종 로봇 캐릭터인 ‘태권V’다. 광고 속 ‘태권V’는 기존 세력의 조롱에도 꿋꿋이 도전하는 캐릭터로 묘사된다. ‘경계인’으로 차별받던 최 구단주와 환영받지 못했던 배구단도 ‘태권V’처럼 역경을 뚫고 결국 성공을 거뒀다.

 마침내 축포가 터졌다. “하나 밖에 모르는 바보가 끝까지 해내는 법”이라고 말하던 광고 속 ‘태권V’가 두 손가락으로 OK를 그린 순간이었다.

안산=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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