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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아침] 봄


- 에드나 빈센트 밀레이(1892~1950)


4월이여, 너는 어쩌자고 다시 돌아오는가?

아름다움으로 족한 건 아니다.

끈끈하게 움트는 작은 이파리의 붉은색으로

더 이상 나를 달랠 순 없지.

나도 내가 아는 게 뭔지는 알지.

뾰족한 크로커스꽃잎을 바라볼 때면

목덜미에 햇살이 따사롭다.

흙냄새도 좋다.

죽음이 사리진 것 같구나.

하지만 그게 무슨 의미가 있으랴?

땅 밑에선 구더기가 죽은 이의 뇌수를

갉아먹는다, 그뿐인가.

인생은 그 자체가

무(無),

빈 잔,

주단 깔리지 않은 계단일 뿐.

해마다 이 언덕 아래로, 4월이

재잘거리고 꽃 뿌리며 백치처럼 온다 한들

그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1980년대, 출판사를 경영할 때 시인 최승자가 영문판 시집을 들고 와 번역해 내자고 했다. 그래서 나온 게 빈센트 밀레이 시집이다. 인생을 암울한 눈으로 보았던 밀레이는 4월이 재잘대며 도처에 꽃 뿌리며 돌아온다고 썼다. 지난해 4월, 큰 재난을 겪고, 나라가 비탄에 잠겼었다. 4월은 어쩌자고 다시 돌아오는가! 아직도 솟는 눈물 마르기에는 꽃피는 4월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잔인한 4월아! 백치 같은 4월아! 찢긴 우리 가슴 아물게 꽃으로 문질러다오! <장석주·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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