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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울지마, 차두리

이상언
사회부문 차장
인간 체력의 한계에 도전하는 쉼 없는 달리기 때문에 차로봇·차미네이터 등으로 불린 그는 아버지 앞에서 눈물을 흘렸다. 전압 220V로 충전한다는(그의 등번호 22번에서 유래) ‘사이보그 의혹’이 해소됐다. 동시에 ‘차두리는 왜 공보다 빨리 달릴까’라는 오래된 의문도 풀렸다. 차 선수는 국가대표 은퇴 경기(3월 31일) 뒤의 인터뷰에서 울먹이며 말했다. “너무 축구를 잘하는 아버지, 아무리 열심히 해도 근처에 못 가니까 … 전 잘하지는 못했지만 항상 열심히 하려고 애썼고….”

 아버지 같은 레전드급 선수가 못된 것이 끝내 한스러운지 모르겠으나 사실 그는 이미 축구팬들의 사랑을 듬뿍 받아왔다. ‘다이내믹 코리아’에서 ‘엉거주춤 코리아’가 된 나라에서 국민은 그가 내달리는 것을 보면서 대리만족을 했다. 가끔 엉뚱한 곳으로 공을 차면 어떤가. 발재간이 좀 떨어지면 어떤가. 공이 오기만을 기다리며 서성이는 선수보다 공을 향해 질주하는 선수가 보기에 좋지 않은가.

 아버지와 아들 또는 딸이 같은 분야에서 당대 최고의 재능을 보이는 것은 쉽지 않다. 어느 정도는 세상이 공평하도록 만들기 위해서인지 유전자가 완벽히 대물림되지는 않는다. 후광으로 남들보다 쉽게 인생을 앞서 나간 이들은 늘 부모의 성취와 비교당하거나 스스로 비교하는 ‘주니어 콤플렉스’에 시달리기 십상이다. 차두리의 눈물은 그 부담의 무게를 말해준다.

 박근혜 대통령은 ‘국가 개조’를 역설할 때 유독 말이 강해진다.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조국 근대화’를 외칠 때의 모습이 비쳐진다. 박 대통령이 “국가와 결혼한 삶”이라고 말할 때도 그 위로 아버지의 모습이 어른거린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가장 존경하는 인물은 외조부인 기시 노부스케(岸信介) 전 총리라고 한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도조 히데키(東條英機) 내각의 핵심 각료였다. 아베 총리가 평화헌법 수정까지 노리며 패권주의적 행태를 보이는 것도 태생적 연원으로 풀이가 가능하다.

 선수로서의 차두리는 아버지라는 큰 산을 넘지 못했다. 그러나 지도자로서는 아버지를 능가할 가능성이 있다. 특급 선수가 일류 지도자가 된 예는 많지 않다. 역대 최고급 야구 선수 출신 선동열·김시진도 감독으로서는 성공하지 못했다. 차범근도 감독으로서는 별로였다. 반면 명장 거스 히딩크·조제 모리뉴(영국 첼시 감독)는 그다지 유명한 선수도 아니었다. 차두리, 축구 인생 2막이 기다리고 있다.

이상언 사회부문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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