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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테일의 재발견] '인터스텔라' 와 성경
















[매거진 M]

지난해 할리우드보다 한국에서 더욱 사랑받았던 영화 ‘인터스텔라’(크리스토퍼 놀런 감독)는 단순히 SF 장르 영화 안에서 진동하지 않고, 다양한 맥락을 끌어들이며 텍스트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성경의 모티브다.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영화들은 종종 문학 작품과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 평론가들은 ‘배트맨 비긴즈’(2005)와 베르길리우스의 서사시 『아이네이스』를 관련 짓는다. ‘프레스티지’(2006)는 괴테의 『파우스트』와 짝을 이룬다. ‘다크 나이트’(2008)는 셰익스피어의 『오셀로』, ‘다크 나이트 라이즈’(2012)는 찰스 디킨스의 『두 도시 이야기』를 언급해야 한다. ‘인셉션’(2010)은 미궁 속의 테세우스와 아리아드네 이야기를 연상시킨다. 그렇다면 서재가 영화의 가장 중요한 공간인 ‘인터스텔라’의 레퍼런스는 무엇일까. 물론 영웅의 모험과 귀환을 그린 『오딧세이』다. 이 영화가 스탠리 큐브릭의 ‘2001:스페이스 오딧세이’(1968)와 비교되는 것도 그런 이유일 것이다.

하지만 ‘인터스텔라’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는다. 블랙홀의 이름 ‘가르강튀아’는 라블레의 『가르강튀아와 팡타그뤼엘』에서 왔는데, 엄청난 먹성을 지닌 거인의 이름을 주변의 모든 걸 빨아들이는 블랙홀에 재치 있게 명명했다. 조지프 콘래드의 『암흑의 핵심』은 닥터 만(맷 데이먼)의 행성으로 가는 길에서 언급되는데, 이런 맥락이라면 닥터 만은 소설 속 콩고 주재원 ‘커츠’와 같은 존재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인터스텔라’는 성경을 영화의 중심으로 가져온다. 먼저 이 영화엔 성경에서 온 수많은 이미지와 설정이 있다. 지구를 황폐화시키는 모래 폭풍은 구약성경의 ‘출애굽기’에 나오는 재앙을 연상시키며(사진 2), 사람들은 유월절의 유대인들처럼 그것이 지나가기를 기다린다. 밀러의 행성에서 만나는 거대한 파도는 마치 갈라졌던 홍해가 다시 합쳐질 때 같은 스케일이다(사진 3). 후반부에 등장하는 쿠퍼 스테이션은 미래의 ‘노아의 방주’ 같은 공간이다(사진 4). 아멜리아(앤 헤서웨이)는 에드먼즈의 행성에서 ‘플랜 B’를 실행하고 쿠퍼(매튜 맥커너히)도 그곳으로 가는데, 인류의 새로운 역사가 시작되는 그곳에서 두 사람은 아담과 이브 같은 존재가 될 것이다(사진 5).

신약성경도 적잖은 영향력을 미친다. NASA는 쿠퍼 일행의 ‘인듀어런스’호 이전에 12개의 행성으로 탐사선을 보냈는데, 예수는 12사도를 세상에 보냈다. 이 미션의 이름은 바로 ‘나사로(Lazarus)’. 복음서에 등장하는, 예수가 나흘 만에 부활시킨 사람이다. 죽어가는 지구에서 인류의 부활을 꿈꾸는 셈이다. 그리고 인듀어런스의 모듈도 12개다(사진 1). 여기서 흥미로운 인물은 닥터 만이다. 그는 쿠퍼에 의해 동면에서 깬다. 마치 예수에 의해 죽음에서 깨어난 나사로의 모습이다(사진 6). 그는 미션의 주도적인 인물이었으나, 거짓 신호를 보내 행성을 탈출하려 한다. 타락한 천사의 모습이다. 행성에서 쿠퍼에게 “당신은 나처럼 시험에 들어 보지 않았다”고 항변할 땐, 열두 제자 중 배신자인 가룟유다의 모습도 떠오른다. 그리고 결국 그는 모듈의 하나를 파괴한다. 음악감독 한스 짐머의 파이프 오르간을 이용한 영화음악도 이 영화에 종교적 톤을 더한다.

‘인터스텔라’는 좀 더 핵심적인 부분에서 성경과 만난다. 그것은 메시아주의다. 쿠퍼는 한 사람에 의해 인류가 구원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는 5차원에서 마치 유령 같은 혹은 신적인 존재가 되어, 그 ‘한 사람’에게 메시지를 전한다(사진 7). 바로 자신의 딸인 머피(제시카 차스테인)다. 머피는 쿠퍼에게서 시계를 통해 전달받은 데이터를 통해 ‘플랜 A’를 완성한다. 그렇다면 아버지인 쿠퍼와 딸인 머피 그리고 유령처럼 나타나는 쿠퍼의 관계는? 기독교적으로 확장한다면, 그들은 어쩌면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삼위일체’로서 인류를 구원했을지도 모르겠다.

글=김형석 영화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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