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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뒤 나올 보험금, 생전에 당겨 쓸래


종신(終身)보험의 초점이 ‘사후(死後)’에서 ‘생전(生前)’으로 바뀌고 있다. 유족이 받을 사망보험금 중 일부를 가입자 본인이 미리 당겨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된 상품들이 속속 출시되고 있다. 저성장과 ‘반퇴시대’의 도래로 퇴직 이후에 대한 불안감이 커진 것이 트렌드 변화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1일 출시된 AIA생명의 ‘우리 가족 힘이 되는 선지급 종신보험’이 대표적인 경우다. 이 상품은 사망보험금 중 일부를 가입자 생전에 병원비로 미리 당겨 쓸 수 있는 게 특징이다. 가입자가 주요 질병 진단을 받거나 중대 수술을 받을 경우 사망보험금의 일부가 ‘리얼라이프보험금’이라는 이름으로 먼저 지급된다. 주요 질병의 범위에는 암·뇌출혈·급성심근경색증·말기신부전증이, 중대 수술의 범위에는 관상동맥(심장동맥)우회술·대동맥인조혈관치환수술·심장판막수술·5대 장기이식수술 등이 포함된다. 비슷한 개념의 상품인 중대질병(CI) 종신보험에 비해 보험금 지급 대상이 더 넓다. AIA생명 관계자는 “예를 들어 뇌출혈의 경우 CI 보험은 ‘중대한 뇌출혈’이라야만 보장이 되지만 이번 상품은 일반적인 뇌출혈 진단만 받아도 보험금이 지급된다”고 말했다.

 큰 질병 없이 장수하는 경우에는 병원비 대신 생활자금을 당겨 받을 수도 있다. AIA생명은 가입자가 ‘리얼라이프보험금’을 받지 않고 80세까지 생존할 경우 보험 가입금액의 일부를 생활자금으로 지급한다. 물론 가입자가 사망한 경우에는 그동안 사용한 병원비나 생활자금 사용분을 제외한 잔여 사망보험금이 유족에게 지급된다.

 NH농협생명이 이날 출시한 ‘내맘같이 NH유니버셜 종신보험’ 역시 가입자가 보험금을 미리 타서 사용할 수 있다. 입출금이 자유로운 구조이기 때문이다. 24개월 동안만 의무 납입하면 그 이후에는 연 12회까지 수수료 없이 사망보험금 중 일부를 중도 인출해 사용할 수 있다. 인출해 쓴 돈은 여유자금이 생길 때 채워 넣으면 된다. 인출 요청시점의 해지환급금 범위 내에서 인출이 가능하다.

 신한생명이 이날 판매하기 시작한 ‘신한 연금 미리받는 종신보험’도 비슷한 개념이다. 이 상품은 사망보험금 일부를 연금으로 당겨 받을 수 있도록 설계됐다. 연금을 받다가 가입자가 사망할 경우 잔여분은 유족에게 사망보험금으로 지급된다. 교보생명도 6일 ‘고령화 트렌드를 반영한 미래형 종신보험’ 출시 기념 상품설명회를 열 계획이다. 교보생명은 아직 구체적인 상품 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역시 사망보험금의 일부를 가입자가 연금 등으로 미리 사용할 수 있는 형태의 상품인 것으로 알려졌다.

 종신보험은 1989년 금융업 개방으로 외국계 보험사가 국내 시장에 처음 들여왔다. 가입자가 사망한 뒤 유족에게 보험금을 주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종신보험은 판매 초기만 해도 기존 보험에 비해 높은 보험료와 사후에 대한 부정적 인식 등의 이유로 국내에서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다가 97년 외환위기 이후 상황이 달라졌다. 실업과 부도로 극단적인 고통을 받던 가장들이 “유사시 가족에게 한 푼이라도 남겨 줘야겠다”며 종신보험에 가입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인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저성장시대와 ‘반퇴시대’가 도래하면서 종신보험이 외면받기 시작했다. 신한생명 관계자는 “‘당장 먹고살기 힘들어 죽겠는데 언제 사후에 대한 걱정까지 하겠느냐. 종신보험보다는 차라리 노후대비용 연금보험에 가입하겠다’는 생각이 확산됐고, 이 때문에 종신보험이 한동안 정체상태에 빠졌다”고 말했다.

 유족뿐 아니라 가입자 자신이 일부 혜택을 볼 수 있는 선지급형 종신보험이 늘어난 것은 이 때문이다.

 물론 주의해야 할 점도 있다. 신종 종신보험은 선지급 기능 추가에 보장도 한층 강화됐기 때문에 일반 종신보험보다 보험료가 비싼 경우가 많다. 또 정해진 사망보험금 중에서 일부가 선지급되는 형태인 만큼 나중에 유족에게 돌아갈 사망보험금은 줄어든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박진석 기자 kaila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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