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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지식인들 학문 간 경계 허물어 사회 발전 원동력 찾는다

2013년 8월 어느 날 한 노신사로부터 제안을 받았다. 그는 자신이 지원해 줄 테니 하고 싶은 게 있으면 같이 해보자고 했다. 갑작스러운 제안이었지만 호기심이 생겼다. 노신사는 바로 법무법인 충정의 설립자 황주명 회장이다.

한국판 에지 재단 ‘애간지(愛間智)’

 평소 한국에 ‘에지재단(Edge foundation)’ 같은 것을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 그동안 몇 차례 기회가 있었지만 여건이 충분하지 않았다.

 에지재단은 뉴욕에 본부를 둔 지식인 모임이다. 1981년부터 몇몇 자연과학자·사회과학자·철학자·예술가 등이 여름에 휴양지에서 만나 같이 쉬고 밥을 먹으며 대화를 나누다 진화한 지식 집단이다. 각 분야의 세계적 석학들이 참여한다. 에지재단은 이후 전 세계의 지식 출판시장을 주무르는 집단으로 발전했다.

 에지재단 홈페이지에는 다음과 같은 글귀가 적혀 있었다. “지식의 최전선에 다다르기 위한 방법이 있다. 그것은 세계에서 가장 정교하고 세련된 지식을 지닌 사람을 데려다가 한 방에 몰아넣는 것이다. 그런 다음 그들이 자기 자신에게 묻고 있는 질문들을 서로에게 묻도록 해보자.”

 한국은 어떤가. 한국 사회에서 잘 안 되는 것이 바로 전문가들 사이의 소통이다. 수많은 포럼이 있지만 형식적인 경우가 적지 않다. 최근 우리 사회가 ‘강연의 홍수’라 할 정도로 지식인과 대중의 소통이 빠르게 대중화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소통은 시대적 흐름이다. 그래서 특별한 의무감 없이 서로 즐길 수 있는 지식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국내 심리학·정신의학·인공지능·인지공학·철학·역사학 분야 등의 전문가들을 모아 ‘애간지(愛間智)’라는 이름으로 뭉치기 시작했다. 황주명 회장 주도로 나를 포함해 서울대병원 권준수 정신건강의학과장, 고려대학교 교육학과 김성일 교수,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서은국 교수, 서울대학교 철학과 이석재 교수, 서울대학교 컴퓨터공학과 장병탁 교수, 연세대학교 정보대학원 조광수 교수, 서울대학교 자유전공학부 주경철 교수, 플레시먼힐러드코리아 박영숙 대표이사 등 10명이 모였다.

 ‘애간지’는 지식을 사랑하고(愛智), 분야들의 경계(間)에서 배움을 즐기는 지식인들의 공간(地)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서로 공유하다 보면 성과는 자연히 나오게 마련이다. 이것이 애간지의 철없는 철학이다.

 2013년 10월 발족한 이후 두 달마다 자유롭게 모임을 갖는다. 멤버들이 돌아가면서 자신이 고민하는 주제에 대해 발표하고 토론한다. 여섯 번의 공식 모임을 했다. 이번 조너선 하이트 교수의 초청 강연은 처음으로 해외 석학을 초빙한 자리다.

 그동안 가벼운 모임도 있었고, 무게 있는 논의도 있었다. 특히 한국 사회의 교육을 주제로 한 모임에서 활발한 논의가 있었다. 뇌 사진을 통해 현 교육의 체제가 중·고등학생의 뇌 신경회로에 문제를 초래한다는 점을 확인했다. 또 선행학습을 하게 되면 뇌의 호기심 작동이 무뎌지고, 뇌를 빨리 늙게 한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이를 바탕으로 청소년에게 운동을 보장하고, 학습 동기를 높이는 교육방안을 사회에 본격적으로 제안해 보려고 한다.

 애간지는 전문가들 간의 즐거운 소통의 결과를 한국 사회 발전에 조금이나마 기여하도록 하는 소망이 있다. 서로에게 질문하면서 말이다.


장대익 교수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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