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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확 띄는 형광색 가방, 길 건너는 어르신 지켜줍니다

28일 신소금 작가가 만든 ‘형광가방’을 들고 서울 서대문노인종합복지관 인근 횡단보도를 건너는 고순옥(73) 할머니. LOUD가 제작한 ‘실버존 안내 깃발’이 걸려 있다. [강영호 객원 사진작가, 깃발 제작 공공소통연구소]
실버존을 아십니까? 스쿨존은 들어봤어도 실버존은 처음 들어봤다는 분이 꽤 많은데요. ‘노인보호구역’으로 불리는 실버존은 노인 교통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자동차의 속도를 시속 30㎞ 이내로 제한하는 지역입니다. 복지시설이나 공원 등 어르신들이 자주 드나드는 시설의 출입문을 중심으로 반경 300m 이내 도로가 실버존으로 지정됩니다. 다음달부터는 실버존에서도 스쿨존과 마찬가지로 교통법규 위반 시 일반도로에 비해 범칙금과 벌점이 두 배로 부과됩니다.

[작은 외침 LOUD] ⑬ 실버존을 더 안전하게

실버존이 제대로 운영되는지는 의문입니다. 우선 그 수가 턱없이 부족합니다. 실버존은 노인복지시설 운영자나 지자체장이 지정을 원하면 관할 지방경찰청과 협의해 결정합니다. 도로교통공단의 분석 결과 실버존 설치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전국 7157곳 중 697곳만이 실버존으로 지정됐습니다. 스쿨존은 1만5000여 개가 지정됐습니다.

막상 실버존으로 지정된 곳은 홍보가 잘 안 됩니다. 실버존 도로면에는 ‘노인 보호’라는 글씨와 함께 제한속도를 표시하고 교통안내표지판·과속방지턱 등을 설치하도록 돼 있습니다. 하지만 실버존 표지판은 눈에 잘 보이지 않습니다. 실버존을 관리하는 지자체가 예산을 핑계로 표지판 설치에 적극적이지 않다는 것이 경찰 관계자의 설명입니다.

이렇다 보니 실버존 도입 9년이 지났는데도 이를 모르는 운전자가 더 많습니다. 운전 경력 10년의 이종현(35·경기도 분당)씨는 “노인보호구역이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며 “표지판을 본 기억도 없다”고 털어놨습니다.

1 고동조(78) 할아버지가 메고 있는 백팩은 환경미화원의 근무복과 같은 소재로 만들었다. [사진 강영호] 2 실버존 표지판이 인도 안쪽에 붙어 있어 운전자에겐 잘 보이지 않는다. [사진 이영탁]
열세 번째 LOUD는 실버존 내 횡단보도를 건너는 어르신들 곁에서 외쳐 보려고 합니다. 노인 교통사고를 조금이나마 줄여 보자는 취지입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노인 10만 명당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가장 많은 나라가 한국입니다. 광운대 공공소통연구소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작은 아이디어를 제시했습니다. 국가 기념일을 제외하곤 늘 비어 있는 도로변 국기꽂이를 활용해 실버존을 홍보하자는 겁니다. 이를 위해 LOUD팀은 가로 60㎝, 세로 40㎝ 크기의 ‘실버존 안내 깃발’과 가로 40㎝, 세로 90㎝ 크기의 ‘실버존 안내 배너’를 제작했습니다. 깃발과 배너에는 ‘밥은 먹었니?’ ‘길 조심해라’ 등 부모님들이 자주 하는 말을 그림과 함께 새기고 ‘부모님을 생각하며 속도를 줄여 주세요’라는 문구를 넣었습니다. 노인보호구역·속도제한 표기도 병행했습니다.

어르신을 위한 ‘형광가방’도 만들었습니다. 노인 교통사고가 새벽과 밤 시간에 집중되는 점에 착안해 어두운 곳에서도 밝게 보이는 형광·반사소재를 활용했습니다. 신소금 바느질작가와 폐현수막으로 가방을 만드는 사회적 기업 터치포굿이 제작에 나섰습니다. 신소금 작가의 장바구니와 백팩은 교통경찰·환경미화원의 근무복과 같은 소재로 만들었습니다. 형광빛이 도는 주황색과 연두색이 멀리서도 쉽게 눈에 들어옵니다. 터치포굿의 에코백도 소방복에 사용되는 반사소재를 활용해 어두운 곳에서 쉽게 눈에 들어옵니다.

효과가 있을지 살펴보기 위해 LOUD팀은 26일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실버존을 찾았습니다. 시립서대문노인종합복지관의 이대원 부장은 “인근이 실버존으로 지정돼 있지만 안내표지판이 도로 쪽이 아닌 인도 쪽에 붙어 있어 운전자의 눈에는 잘 보이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복지관의 협조를 받아 가로등에 달린 국기꽂이에 ‘실버존 안내 깃발’과 ‘실버존 안내 배너’를 달고 길을 건너는 어르신들께는 ‘형광가방’을 나눠 드렸습니다.

운전자들의 반응은 호의적이었습니다. 택시 운전을 하는 김의곤(62)씨는 “도로표지판에 실버존 표시가 돼 있더라도 불법주차 차량에 가려 보이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깃발을 달아 두니 눈에 확 들어온다”고 말했습니다. ‘형광가방’을 든 어르신을 본 김규한(37)씨는 “색이 또렷해 눈에 잘 들어온다”며 “멀리서도 사람이 있는 게 보이면 당연히 주의하게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어르신들의 반응은 좋았습니다. 고순옥(73) 할머니는 “차들이 나를 잘 볼 수 있게 ‘형광가방’을 항상 들고 다녀야겠다”고 말했습니다. 고동조(78) 할아버지는 “‘실버존 안내 깃발’을 보고 차들이 먼저 조심해 줬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김경미 기자 gae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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