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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경의 가치 있는 한식…한 사람 위한 이보다 더 극진한 대접이 있으랴

[레몬트리] 우리 음식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젊은 CEO, 조희경 씨를 만났다. 한식 레스토랑 ‘비채나’로 스타일 갖춘 한식 시장을 개척한 그녀가 이번에는 최고급 한식을 코스 요리로 선보이는 레스토랑 ‘가온’의 문을 열었다. 한식의 중심을 연구하는 그녀가 두 번째 도전에서 보여주는 것들.







가온의 복도 한쪽 벽 쇼케이스에는 광주요의 초기 작품들을 전시하고 있다.




한식의 새로운 흐름을 열다



“화장을 많이 하지 않아도 뭔가 예뻐 보이는 사람이 있어요. 어디가 예쁜지 딱 꼬집어 말할 순 없지만 그 자체만으로 예쁜 얼굴. ‘가온’과 ‘비채나’가 선보이고자 하는 한식도 그런 맛과 멋이에요.”



광주요의 외식 사업을 맡고 있는 가온소사이어티 대표 조희경 씨의 비유로 그녀가 추구하는 음식이 어떤 것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과한 장식으로 화려함을 내세우는 것이 한식의 고급화가 아니라는 뜻일 텐데, 누구보다 한식의 가치를 높이는 일에 열정을 보여온 그녀의 발상이기에 신뢰가 간다.



조희경 씨는 50년 넘게 우리나라의 식문화를 이끄는 광주요 그룹의 둘째 딸이다.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한 그녀는 이후 이탈리아로 떠나 슬로푸드 식품 경영과 식문화 마케팅을 공부하고, 프렌치 요리로 유명한 미국 토머스 켈러의 레스토랑 ‘퍼 세(Per Se)’ 주방에서 인턴으로 일하기도 했다.



국내에 돌아와서도 한식과 관련된 활동을 이어온 그녀는 음식이 화두이던 집안 내력과 스스로 쌓은 경력을 바탕으로 우리나라 한식 문화를 변화시키는 주역으로 떠올랐다.



“한식을 제대로 알리는 일은 저에게 주어진 숙제 같은 거예요. 얼마큼 잘하느냐의 기준은 천차만별이라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깊이 고민하고 찾으려는 자세가 중요하죠. 지금은 고급 한식당 수가 많아지고 가정식 백반을 먹을 수 있는 정갈한 ‘밥집’도 생겼지만 처음 비채나를 시작하던 2년 반 전만 해도 이런 트렌드가 없었어요.



한식이 정부의 정책으로 좌지우지되는 것이 아니라 시장이 스스로 변하고 성장할 수 있었으면 했죠. 이를 위해 비채나는 여러 사람들의 아이디어를 모아 컬러가 다양하고 살아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었어요.”



한식 트렌드가 자리 잡기 전, 조희경 씨는 ‘스타일리시한 한식’을 염두에 두고 비채나를 시작했다. 이후 ‘집밥’을 콘셉트로 하는 세련된 곳들이 생기고, 이제는 트렌드가 된 지금, 그녀는 다시 ‘고급 한식’을 고민하고 있다. 그 고민의 흔적이 담긴 곳이 얼마 전 도산공원 앞 호림아트센터에 오픈한 한식 레스토랑 가온.



“한식에서 고급이라고 정의할 수 있는 것으로 전통과 궁중을 떠올렸어요. 그리고 착안한 것이 한식 코스 요리였죠. 사실 코스 요리는 서양 음식에서 시작된 방식이라 우리 전통과 연결해도 될지 고민했어요.



비채나를 운영하면서도 우리나라 사람들이 한식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전통이라는 것을 배우고 나니 더 망설여졌죠. 하지만 정말 귀한 한 사람을 위해 음식의 흐름을 짚어간다고 생각하니 이보다 극진한 대접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왕을 위해 요리하는 궁중 요리사는 누군가에게 자신의 실력을 뽐내려고 요리하는 것이 아니라 음식을 먹는 사람의 긍정적인 반응과 건강을 생각하며 목숨을 바쳐 요리를 만들었다고 한다. 요리사가 주도권을 가지는 지금과는 사뭇 다른 이야기다.



“하지만 세계적인 요리사들은 ‘왕’과 같은 손님을 기다리고 있어요. 요리사가 그 사람을 생각하며 만든 음식을 감사한 마음으로 맛있게 먹어주고, 공감할 수 있는 손님이 찾아오길 말이죠. 저희도 왕의 밥상을 준비하면서 우리 음식을 진짜 귀하게 여기는 분들을 맞이한다는 마음으로 움직이고 있어요.”



가온은 저녁에만 영업하고 두 종류의 한식 코스 요리만 선보인다. 저녁만 준비하는 이유는 낮 동안 저녁상에 올릴 재료를 구하고 손질하는 데 시간을 할애하기 위함인데, 그만큼 귀하고 좋은 식재료를 공수하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요리사들이 일일이 산지에 다니며 모든 식재료 공급처를 신중하게 선택하고, 지속적으로 관계를 유지해 늘 최고의 재료를 공급받는다고. 또 신안 앞바다에서 채취해 15년간 간수를 뺀 소금, 옹기 안에서 10년간 숙성된 된장, 한 방울로도 깊은 맛을 내는 10년 숙성된 씨간장 등 장류도 각별히 신경 써서 선별한다. 임금도 감동하지 않을 수 없는 지극정성이다.







1 방과 방 사이에 파티션으로 사용하는 한지 병풍을 열면 2개의 방이 하나가 된다.



2, 3 생동감을 주기 위해 컬러풀하게 디자인한 한식 레스토랑 비채나.



4 가온의 인테리어 콘셉트는 ‘집 속의 집’. 방이 있는 공간을 독립적인 구조의 집 형태로 지었다.







조희경의 중심, 한식



조희경 씨는 외국 생활을 오래하면서 미술, 경영, 음식에 관해 두루 경험을 쌓았다. 자유롭고 독립적인 사고방식으로 해외에서의 생활에 만족하던 그녀는 자신이 한국에서 한식 레스토랑을 컨설팅하고 운영하게 될 줄은 몰랐다고 한다.



“사실 전 요리를 하고 싶었어요. 퍼 세에서 열심히 일했고, 계속 일할 수 있는 기회도 얻었고요. 비자 때문에 한국에 들어왔다가 아버지의 권유로 비채나와 가온의 오픈을 맡았는데, 처음에는 ‘내가 과연 한국적이고 전통적인 것을 해낼 수 있을까?’ 고민했죠.



외국에서 생활하면서 현대적인 것에 더 익숙해져 있는데, 전통이라는 틀에 갇히는 것은 아닌지 못마땅하기도 했어요. 제한된 곳에서 창의적인 것을 발견하는 것이 더 값지다는 걸 그땐 몰랐죠. 지금은 전혀 새로운 일을 하는 것이 즐겁고, 아무리 힘들어도 하면 된다는 믿음이 있어요.”



식당의 경영 철학이 확실하고 나이에 비해 한식에 대한 진지한 마인드를 갖고 있는 그녀를 보며 아버지 조태권 회장은 얼마나 든든할까. 그녀의 강단 있는 모습을 아버지는 일찌감치 알고 있었을 것이다.



“딸 셋 중에 유독 저만 아버지에게 지기 싫어했어요. 자유롭고 독립적인 둘째 딸이었죠. 하지만 이 일을 하면서 그동안 아버지가 노력해서 일구신 것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하더라고요. 아버지와 전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이고, 서로의 가는 길을 지지하는 조력자이지요.”



재일 교포 출신 도예가인 어머니와 음식을 담는 우리 식기를 만드는 아버지, 한식으로 이어지는 집안 내력만 보더라도 재료의 섬세한 차이와 음식 맛의 가치를 알아내는 그녀의 입맛은 분명 관계가 있을 것이다.



“집에서 요리 수업을 하셨을 만큼 어머니는 손맛이 좋으세요. 경상도 입맛인 아버지는 맵고 짠 음식은 물론 중식, 햄버거, 라사냐같이 살찌는 음식도 좋아하시죠.(웃음) 어렸을 땐 집에 손님이 많이 와서 어머니가 요리를 하시고 저희 세 자매는 늘 서빙을 해야 했어요. 모든 가족이 음식을 좋아하고 중요하게 생각하다 보니 다양한 음식을 많이 접했죠.”



가온을 준비하며 한식에 대해 더 깊이 고민한 조희경 씨는 비채나를 다시 돌아보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불필요한 장식을 덜어내고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는 음식으로 비채나도 재정비한다.



“비채나가 오픈하면서 한식 레스토랑이라는 시장이 풍성해졌어요. 사람들이 한식도 세련되고 고급스럽다는 걸 인식하게 되었죠. 앞으로도 비채나가 시장에서 긍정적인 역할을 하도록 3월에는 메뉴를 바꿀 계획이에요. ‘한식은 역시 어렵다’는 편견이 생기지 않도록 책임감을 가지고 해나갈 생각입니다.”



고백하건대 1시간 남짓 한식에 대한 그녀의 생각과 고민을 듣기 전에는 조희경 씨에 대해 오해와 편견이 있었다. 쉽게 얻은 자리에서 화려함을 누리는 ‘광주요의 딸’인 줄로만 알았는데, 그녀가 실은 사명감이라는 무거운 짐을 지고 우리 음식과 인생을 함께하고 있었던 것이다. 한식의 중심을 찾아가는 그녀를 보며, 앞으로 가온과 비채나가 어떤 맛과 멋을 그려낼지 더 선명해졌다.







1 한식 코스 마지막에 나오는 소박한 솥밥.



2 그녀에게 영감을 주는 책들. 덴마크에 동명의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셰프 크리스티안 풀리시(Christian Puglisi)의 요리책 『렐레(Relae)』와 지인 집안의 손맛이 담긴 요리책. 지인의 집안에 대대로 내려오는 레시피를 담은 두 번째 책은 그녀에게 한식에 대한 많은 영감을 주었다.







기획 레몬트리 이지현, 사진 김잔듸(516 Stud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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