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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 관련 '지구촌 행복지수' … 미국 114위인데 쿠바는 7위 "행복도 100% 반영 어려워"

지난 13일 남태평양의 섬 국가 바누아투를 초강력 사이클론이 강타했다. 전 국토가 폐허로 변하자 전 세계 네티즌은 “낙원이 파괴됐다”며 안타까워했다. 바누아투는 2006년 영국의 신경제재단(NEF)이 발표한 ‘지구촌 행복 지수’ 조사에서 1위에 올랐기 때문이다. 지난 20일 유엔이 정한 세계 행복의 날을 맞아 여론조사 기관 갤럽은 ‘긍정적 경험 지수’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한국인의 행복감은 59점(100점 만점 기준)으로 조사 대상 143개국 중 118위였다. 1·2위는 파라과이·콜롬비아·에콰도르 등 중남미 국가들이 차지했다.


 이 같은 뉴스가 나오면서 ‘행복 지수’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지구촌 행복 지수’는 ‘생태 발자국(인간이 지구상의 자원을 사용하며 남기는 흔적)’과 관련이 깊다. 자연환경이 잘 보존된 국가의 행복도가 높게 나온다. 2008년부터 매년 실시되는 ‘긍정적 경험 지수’ 조사에선 143개국에서 ▶어제 잘 쉬었는지 ▶많이 웃었는지 ▶존중받았는지 ▶뭔가 재밌는 걸 배우거나 했는지 ▶얼마나 즐거웠는지 등을 물었다.

 이 둘 말고도 국제 행복 지수는 많다. 대표적인 게 유엔개발계획(UNDP)의 ‘인간개발지수’다. 1998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인도의 아마르티아 센 등 경제학자들이 개발했다. 실질국민소득(GNI)·문맹률·평균수명 등 인간의 삶과 연관된 지표로 구성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34개 회원 국가와 러시아·브라질을 대상으로 ‘더 나은 삶 지수’를 매년 발표한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의 ‘어디서 태어날까 지수’ 도 있다. 세계 각국의 양성평등 수준을 보여주는 세계경제포럼(WEF)의 ‘세계 성(性) 격차 지수’도 국제 행복 지수의 하나로 꼽힌다.

 다양한 국제 행복 지수가 나오게 된 배경엔 국민총생산(GNP)과 국내총생산(GDP) 증가만을 목표로 하는 경제정책에서 벗어나자는 움직임이 있다. 미국의 경제학자 리처드 이스털린은 생활수준이 일정 정도에 다다르면 소득이 늘어나도 행복도가 그만큼 더 높아지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스털린의 역설’이다. GNP와 GDP는 일·건강·교육 등 국민 삶의 질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반성이다. 미국의 법무장관을 지낸 로버트 케네디는 이를 두고 “GNP는 모든 걸 측정할 수 있다. 우리 삶을 가치 있게 만드는 것들만 빼고”라고 말했다.

 각종 국제 행복 지수에서 한국의 순위는 들쭉날쭉하다. ‘인간개발지수’(187개국 중 15위), ‘어디서 태어날까 지수’(80개국 중 19위), ‘더 나은 삶 지수’(36개국 중 25위), ‘세계 성 격차 지수’(142개국 중 117위)…. 지수마다 제각각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한성대 이내찬(경제학) 교수는 “조사기관이 행복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지표 구성과 가중치가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지구촌 행복 지수’에선 탄소 배출을 덜한 나라가 그만큼 행복하다고 본다. 정치적 자유나 인권은 고려 대상이 아니다. “114위 미국(2009년 ‘지구촌 행복 지수’) 국민이 행복하려고 7위 쿠바로 밀입국하려 한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 있나”(토드 부크홀츠 『러쉬!』)라는 비판이 그래서 나온다. 부탄은 2013년 ‘긍정적 경험 지수’ 조사에선 82위였으나 2014년엔 15위로 뛰었다. 왜 순위가 급등했는지에 대한 갤럽의 설명은 없다. ‘성 격차 지수’의 지표는 절대 수치가 아니라 남성 대 여성 비율로 환산해 반영한다. 문자 해독률을 보면 한국은 남성과 여성 모두 99% 수준이다. 그런데 아프리카의 레소토에선 여성이 85%, 남성이 66%로 각각 조사됐다. ‘성 격차 지수’는 레소토가 한국보다 문자 해독률에서 더 양성 평등하다고 판단한다.

서강대 남주하(경제학) 교수는 “행복 지수가 행복도를 100% 반영하기는 쉽지 않은 문제”라며 “행복 지수에 신경 쓰지 말고 실질 행복도를 높이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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