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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를 영화로 배웠네]<11>연애의 온도(2013) - 연애는 못해도 '용만이'는 되지 말자

접니다 용만이




이번 회는 살짝 쉬어가는 페이지다. 우리가 모든 러브스토리의 주인공일 순 없으니, 그늘진 곳에도 관심을 좀 기울여보잔 의미다. 무릇 상당수의 연애에는 좋게 말해 사랑의 메신저, 나쁘게 말해 '용만이'가 존재하게 마련이다. 용만이란 무엇이냐. 실속 없이 남의 연애놀음에 이'용만' 당한다고 해서 용만이다.(전국의 용만씨들께는 죄송하다!) 춘향전의 방자를 비롯해 원치 않게 남들의 연애에 끼어 몸과 맘이 피곤해지는 용만이의 역사는 유구하다. 최근 작품 중 가장 눈에 띄었던 용만이를 꼽아본다. 김민희·이민기가 주연을 맡은 영화 '연애의 온도'에 등장하는, 이름이 뭔지 끝까지 안 나오는 걸출한 조연 '박계장(김강현)'이다.



주인공은 얘네들




'연애의 온도'는 3년을 사내커플로 알콩달콩 사귀어 온 남녀의 구질하고 질척이는 이별 이야기다. 박계장은 은행에서 일하는 두 주인공 이대리(이민기)와 장대리(김민희)의 회사 후배. 원래는 여선배인 장대리에게 마음이 있었으나 술자리에서 키스를 시도하다 이를 목격한 이대리에게 무차별 구타를 당한 후 비밀연애의 수호자가 된다. 두 주인공이 헤어지고 나자 박계장은 피곤해진다. 대화를 피하는 두 사람 사이에 업무 전달 역할을 떠맡는 것은 물론 ("이대리님, 장대리가 3번 분석표 달라는데?" (장대리에게) "아직 안나왔다는데?" (이번엔 이대리에게) "빨리 좀 해달라는데?"), 술자리에서 헤어진 애인 불러오라 행패부리는 남주인공의 주사를 받아주느라 생고생이다. 예쁜 대학 후배를 솔로가 된 이대리에게 소개해줬다가, 장대리에게 불려가 혼쭐이 나기도 한다. 거참, 속이 뒤집히고도 남을 상황인데 우리 착한 용만이를 보라. "헤어졌어도 저는 두 사람을 응원할 거에요."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본다. 나는 용만이인 적이 없었던가. 아~, 떠오른다. 대학 때 흑역사다. 남자 동기 A가 어느날 갑자기 영화를 보러가자고 꼬신다. 당시 한참 흥행중이던 슬픈 러브스토리다. 극장에 도착하니 같은 과 여자 후배 B가 이미 와 있다. "응, 여럿이 보는 게 재밌을 것 같아서." A의 말을 철썩같이 믿었다. 셋이 영화도 보고 술까지 마셨다. 얼마 후, 나와 함께 영화를 본 두 사람이 '썸'을 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A가 B에게 마음이 있었는데 둘만 가자고 하면 부담스러워할 것 같아 너도 불렀대"라는 것이 다른 친구에게 전해들은 이야기의 전말. 태연한 척 하다 수년 후 술자리에서 열폭한 내게 A는 "그래, 미안했다. 그 땐 어려서 너를 못 알아봤나봐"라는 영혼없는 면피성 작업멘트로 매를 벌고 만다. 그 두 사람? 당연 잘 안 됐다.



이리 치이고




남사친 C씨의 경우를 보자. 미팅에서 만난 여자 둘·남자 둘이 쌍을 맞춰 놀이공원에 놀러갔다. 그 중 한 여인에게 호감이 있던 C는 순간순간 최선을 다해 즐겁게 놀았다 한다. 이후에도 친해진 네 사람은 종종 함께 어울렸다. 하지만! 이 두 여성이 모두 함께 간 친구 D에게 호감이 있었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진다. D는 두 여성을 연이어 사귀었고, 모두와 친하다는 이유로 C는 세 명의 연애사에 말려들어 수년 간 말할 수 없는 고초를 겪었다고 했다. 고백 끝에 그는 비장하게 말했다. "그 이후로 여자는 무조건 1 대 1 아니면 만나지 않아."



저리 치이고




용만이 경험이 남긴 후유증은 의외로 크다. 자존감 하락, 인간 불신, 지구 멸망 기원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나마 방자는 동급 조연 향단이가 있었기에 다행이었다. 그럼에도 방자의 깊은 한을 풀어주기 위해 그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방자전'(2010) 등의 영화까지 만들어지지 않았는가. '연애의 온도' 속 우리의 박계장은 안타깝게도 끝까지 제 짝을 찾지 못한 채 조연으로 머문다. 헤어진 장대리에게 작업 한번 다시 걸어보지 못하고.



그래도 웃지효




당신이 '험한 연애 다리가 되어'의 가치관을 신봉하는 용만이즘의 수호자가 되겠다면 말리지 않겠다. 하지만 어쩐지 자꾸만 남들의 연애에 성과 없이 말려드는 것만 같다면, "쯧쯧, 너도 오지랖이 백만평이다"라는 말이 불현듯 욕처럼 들려온다면, 이제 그만하자. 용만이의 굴레에서 벗어나, 나의 진짜 사랑를 찾아 나서자. 그리고 덧붙이건데 세상의 모든 연인들아. 연애는 제발 둘이서만 지지고 볶길 부탁드린다. 주변의 꽃같은 영혼, 빙구 만들지 말고.



너네진짜그럴래 기자 besuckedin@joongang.co.k*r



※기자 이름과 e메일 주소는 글 내용에 맞춰 허구로 만든 것입니다. 이 칼럼은 익명으로 게재됩니다. 필자는 중앙일보 문화부 기자 중 한 명입니다. 다양한 문화 콘텐트로 연애를 다루는 칼럼은 매주 금요일 업데이트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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