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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사이 8개월 고민하다 … AIIB 막차 탄 한국

한국이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막차’에 올라탔다. AIIB는 경제적 이슈이기도 하지만 고도의 전략적 판단을 필요로 하는 외교 현안이다. 중국이 주도하는 AIIB는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금융질서에 대한 도전장이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2013년 동남아시아 순방 중 AIIB 창설 구상을 발표했고, 지난해 7월 방한 때 박근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공식적으로 참여를 권유하며 한국의 고민도 시작됐다.

 이때만 해도 심각한 수준의 고민은 아니었다. AIIB가 지배 구조 등에 있어 통상의 국제개발은행이 갖춰야 할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국제사회의 중론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이 미국 등을 상대로 적극적 개선 의지를 밝히면서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영국·프랑스·독일 등 유럽 국가들이 대거 참여 의사를 밝혔다. 이후 중국은 더욱 거세게 한국의 참가를 독려했다. 그러나 한국은 “역외국가들은 전체 자본의 25%만 부담하면 되지만 아시아 역내국가들은 75%를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더 신중해야 한다”는 답을 줬다고 한다. 한국이 내놓을 출연금은 1조원 정도다. 이는 지분율 5~6% 정도에 해당될 것으로 추산된다고 정부 당국자는 전했다.

 한국은 투명성 확보 조치도 요구했다. 이에 중국은 ‘이사회의 권한’ 규정에 한국이 원하는 “이사회가 개개 투자 사업의 결정 권한을 갖는다”는 내용을 포함시켜 주겠다고 ‘언질’을 줬다. 중국이 지배적 의사결정 권한을 가질 것이란 우려를 씻어내는 내용이다.

 결국 이런 물밑조율 과정을 거쳐 한국은 참여를 선택했다. 정부 관계자는 “우리로선 경제적 공간의 확대라는 측면에선 AIIB에 참여하는 게 맞지만, 지배 구조 등에 불투명성이 있다면 우리가 투자를 하고도 제대로 이익을 회수할 수 없기 때문에 쉽게 결정할 수 없었던 것”이라며 “하지만 서구 국가들이 다수 가담하면서 이 문제도 상당 부분 해결될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도입 문제와 겹치면서 수동적 인상을 준 건 판단 착오였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화여대 박인휘(국제관계학) 교수는 “이렇게 끌려가듯 경제는 중국 눈치, 군사는 미국 눈치를 보고 들어가는 듯한 모습을 보인 건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한국은 AIIB 내에서 비중 있는 목소리를 내길 원하지만 뜻하는 대로 될지 는 미지수다. 지난해 10월 21개국이 AIIB 설립 양해각서 를 체결할 때는 공항·도로 등 인프라 건설의 수혜를 받을 개발도상국뿐 아니라 금융허브 싱가포르도 이름을 올렸다. 한국은 시 주석이 직접 제안한 후로도 8개월이나 지나 참여 의사를 밝혔다. 그래서 AIIB 내에서의 역할 정립이 과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은 미국이 주도하는 금융질서를 대체하기보단 공존 혹은 보완을 통해 새로운 공간을 창출하겠다고 강조해 왔다. 미국 주도 금융질서에 깊숙이 몸을 담고 있는 한국의 참여는 외교적 측면에서 미·중이 주도하는 두 질서가 공존할 수 있다는 중국의 논리에 명분을 주는 셈이다.

 아산정책연구원 김한권 지역연구센터장은 “미·중 사이의 경쟁 구도에서 한국이 AIIB의 모양새를 금상첨화로 만드는 측면도 있다”며 “AIIB에서 미국이 바라는 경영체제에 대한 목소리를 대신 내줄 수 있는 만큼 전략적 균형을 잡아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Asian Infrastructure Investment Bank)=2013년 10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설립을 제안한 국제금융기구다. 미국과 일본이 주도하는 세계은행과 아시아개발은행(ADB)에 대항하는 성격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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